관광대국 되려면 법제혁신(法制革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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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대국 되려면 법제혁신(法制革新)부터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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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는 용어는 시문에 쓰이는 형식이지만 관광과 같은 사회현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관광발전 단계를 보면 1960~70년대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화획득을 위해 관광산업이 육성되었던 관광입국(觀光立國)의 시대라 할 수 있으며, 1980~90년대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국운을 상승시키는 관광흥국(觀光興國)의 시대였다.

그러나 2000년대의 관광산업은 IMF 사태를 극복하고 월드컵, IT, 한류 등을 배경으로 산업고도화를 모색하면서 관광부국(觀光富國)을 표방해왔다. 이제 기(起)→승(承)→전(轉)→결(結)의 마지막 ‘결’의 단계는 관광대국(觀光大國)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고 관광대국의 시대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은 아니다. 관광대국은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을 통하여 관광의 양적․질적 성장을 모색하면서 국가 및 지역에 대한 사회경제적 기여도가 높고 세계관광을 선도할 수 있는 선진화된 역량을 갖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국내․외 관광객이 각각 1000만을 넘기까지 양적 성장에 주력해왔다. 이제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모두 2천만에 다가서는 관광대국 시대에서는 ‘질적 관광’으로 승부해야 할 시점이다.

관광대국을 준비하기 위한 과제 중 시급한 것은 관광법제를 혁신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관광법규는 1980년대까지는 미래를 내다보며 법적 지원체제를 만들어내는데 최선을 다했다. 1961년 관광사업진흥법 제정이후 관광산업이 괄목하게 성장하면서 1975년 관광기본법을 제정하여 관광발전을 위한 국가의 책무까지 명시했다. 당시 관광기본법은 ‘기본법’ 명칭이 부여된 현행 60개 법률중 최초의 기본법이었다. 이후 1986년 종전 관광사업법에 관광단지개발촉진법을 통합한 관광진흥법이 제정돼 관광산업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은 당초 관광산업을 진흥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됐으나 조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규제일변도로 변질됐다.

일단 ‘관광진흥법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아니 소임완수(所任完遂), 즉 할 일을 다했다. 1986년 관광진흥법 제정 당시 외래관광객 수는 166만명에 불과했으며 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제정됐다면 2000년대 중반까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IMF 사태가 발발하면서 관광산업의 경제적 역할이 입증되기도 하였지만 이후 IT 관광, 창조경제와 융복합, 공정거래와 소비자보호, 한류관광, 환경보전 등의 새로운 관광여건을 담아내기 위한 미래형 관광법제 개편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다른 선진국이 앞서가고 있는 온라인 관광사업이나 요즘의 대세인 창조관광사업 등을 관광사업의 범주 내에서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관광법제가 오히려 관광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법제혁신에 소홀히 하고 있을 때 이웃 일본은 2006년 기존 관광기본법 대신 관광입국추진기본법으로 법제를 혁신시켰으며, 2007년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2008년 관광청까지 발족시켰다. 그 결과 2014년 외래관광객이 1300만명 이상을 유치해 법제 개편의 성과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술 더 떠 아베정권은 일본재흥전략(日本再興戰略)을 수립하여 2030년 3000만명 유치를 공언하고 있을 정도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관광법제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조만간 진입할 2000만명의 관광시대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3000만명의 외래객을 끌어들이고 수용하고 감동시켜 줄 수 있는 최상의 관광인프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관광법제 중 최상위법이나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관광기본법부터 ‘관광정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여 자체 시행령을 갖추어 실행력을 확보하고 관광대국 시대의 플랫폼 구실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규제관련 내용들로 가득 차있고, 누더기처럼 비대화되고 있는 관광진흥법도 관광산업과 관광자원 분야로 분법화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최근 학교정화구역역내 관광호텔 건립과 같은 이슈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솔직히 관광산업계는 정치적으로 여(與)도 아니고 야(野)도 아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편에서 관광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최근 관광산업을 바라보는 관광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목도하면서 정부, 국회, 관광업계, 연구기관, NGO 등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이슈네트워크’, 즉 ‘(가칭)관광대국실현위원회’를 구성하고, 생산적 파트너십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관광대국의 달성도 요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그만 사안의 입법화에 사활을 걸기보다는 좀 더 시야를 멀리 보고 큰 틀에서 관광대도약을 위한 큰 결의와 협약을 통해 법제혁신을 모색해보자.

<객원논설위원․호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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