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지 않고 끼워 넣는 ‘IC단말기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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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지 않고 끼워 넣는 ‘IC단말기 의무화’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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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결제시장 진화하나?

7월21일 여신법개정안 시행…단말기 완전교체 3년 유예

제조․판매 4사 준비중…스마트카드사 'VAN사 인증' 과제

‘IC단말기 의무 설치’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드결제기 장착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택시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7월21일로 다가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신용카드 단말기 보안강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신용카드 단말기는 여신금융협회가 정한 시험기관을 통해 보안표준을 충족하는 IC단말기로 인증시험을 받고, 이 단말기를 협회에 등록하도록 의무화된다.

기존 ‘긁는 방식’의 MS카드(마그네틱카드)의 경우 전자기(전기+자기)적 방법으로 카드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손쉽게 카드정보를 악용하고 복제카드를 만들 수 있어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반면 ‘끼워 넣는 방식’인 IC카드(Integrated Circuit Card=스마트카드=EMV카드)는 IC칩 안에 암호화된 형태로 카드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불법복제가 불가능한 게 강점이다.

이에 카드결제기 장착률 100%에 달하는 서울, 부산, 인천, 대전을 비롯해 전국의 택시차량은 일제히 카드결제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단말기 신규교체 시에는 무조건 IC단말기를 장착해야 하고, 나머지 차량들도 유예기간 3년 안에 장착을 완료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곳은 카드결제기 제조·판매업계다. 국내에 택시카드결제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는 광신GPS, 미래엠앤씨, 비전팩토리, 아이온뱅크 등 4곳. 이중 미래엠앤씨가 지난 3월 가장 먼저 EMV 인증을 완료한 신제품을 출시했고, 광신GPS도 통합형DTG로 갈고닦은 기술로 카드결제기 신제품을 개발해 이달 EMV 인증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MV’란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등 3대 신용카드 프로세싱 회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IC카드 관련기기 국제기술 표준이다. 마트 등에 비치된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를 비롯해 택시에 장착된 것과 같은 캣(CAT) 단말기종은 모두 이 EMV 인증을 받은 후 협회가 선정한 2곳 인증기관(ICTK와 세테콤)에서 기술적 조건까지 충족해야 최종 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최종 인증을 거쳐 IC단말기를 장착한다 하더라도 VAN사(부가가치통신망 사업자)가 후속으로 IC카드 적용을 위한 보안인증을 받아 정산사에 IC카드 결제정보를 전송하지 못하면 표준규격에 맞춘 IC단말기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데 있다. 국내 VAN사는 10여 곳, 택시카드요금 정산사는 한국스마트카드, 이비, 유페이먼트, 한페이 4곳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신금융협회가 IC단말기 인증에 필요한 프로토콜(IP)과 요건 등을 확정․공개한 시기가 불과 1개월 안팎이고, 교통 부문에 있어서는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라면서 “평균 교체주기가 3년인 일반 카드결제기에 비해 택시용 카드결제기의 경우 평균수명이 8년이기 때문에 유예기간 3년이 지난 이후에도 단말기 수급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의 경우 정산사인 동시에 VAN사로서 보안인증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VAN사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고, 카드사와 계약을 맺는 일반 VAN사들과 달리 대표가맹점 방식으로 승인을 받아왔기 때문에 VAN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한국스마트카드 측은 현재 개발에 필요한 공수를 산정하는 동시에 여신금융협회와 절충점을 협의 중이다.

한편 IC카드를 이용한 결제 가능성 여부를 떠나 IC단말기가 도입되면 현재 택시 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부착하도록 돼 있는 ‘충전패드(RF 패드 읽기 장치)’와 기능상 중복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의 패드는 사실상 IC카드 결제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데다 이미 택시의 경우 5종 기기 중 GPS 5개, CDMA 3개 기능이 중복되고 있어 이 모든 기기를 하나로 합칠 통합플랫폼을 교통안전공단과 ICS협회가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거듭 발전하면서 택시기기에 대한 정책적 요구도 거듭 변화하고 있다”면서 “의무장착 이후 유명무실화된 DTG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IC단말기를 비롯해 모든 택시정책에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은 정부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카드 교체작업에 들어가 현재 IC카드 보급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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