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도 대포차로 재테크?”...도덕적 해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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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도 대포차로 재테크?”...도덕적 해이 ‘심각’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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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절차에 단기간 차액 남겨 ‘너도 나도’ 가담

“싼값에 외제차 타고 돈도 벌고”...뾰족한 대책 없어

대포차 실태 전국 2만5천여대, 일각에선 12만대 추정

보통의 직업을 갖고 있는 회사원․자영업자 등도 부업․재테크의 일환으로 대포차 거래에 나서면서 자동차 매매 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외제차를 잠시 타다가 구매자가 나타나면 넘기는 방식으로 1대씩 영업을 하면서 약 2천만원을 투자해 한두 달 만에 100~200만원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각 지역 대포차 업자 등이 유통한 1300대 규모의 대포차 거래가 경찰에 적발됐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차 거래사이트’를 이용해 고가 외제차를 헐값에 사서 이전등록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되판 혐의(사기․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등으로 대포차 업자 양모(27)씨 등 8명을 구속하고 7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특히 이들 중 57명은 본업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로 비싼 외제차를 싼값에 탈 수 있는 데다 단기간에 수일을 낼 수 있어 별다른 죄책감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 스마트폰으로 매물을 확인, 송금하고 차량 전달은 구매자와 만나지 않고도 탁송기사를 통해 할 수 있는 등 거래 과정이 간단한 것도 이들의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대전·부산·전주 등 전국 각 지역 대포차 매매업자인 이들은 2011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포차 총 1300여대를 665억원에 유통, 도합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하지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차량을 리스하거나 할부로 산 다음 넘기면 돈을 주겠다’고 말한 뒤, 차량을 넘겨받아 곧바로 구매자에게 넘기면서 차액을 챙겼다.

예를 들어 출고가가 7100만원인 리스 차량 ‘벤츠SLK200’을 2천200만원에 사들인 다음 곧바로 2천600만원에 되팔아 400만원의 이익금을 남기는 방식이다.

유통업자들은 유명 대포차 중개사이트인 ‘88카(Car)’와 모바일 메신저를 거래에 이용했으며, 가명을 쓰고 대포폰․대포통장을 사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검거된 박모(33)씨 등 2명은 대포차 21대를 이용해 등록도 하지 않고 2년 7개월간 자동차 대여업을 해 8500만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씨의 차량은 일반적인 렌터카와 달리 번호판에 ‘허·호·하 등이 표시되지 않은 데다 등록업체보다 비용이 저렴해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불법 렌터카는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보험사에서 약관 위반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포차 유통업자들은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차량 등록번호(번호판)를 입력하면 차종과 자동차 명의자 이름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거래에 이용했다. 예컨대 명의자 이름이 ‘롯****’이라면 롯데캐피탈, ‘현****’이라면 현대캐피탈로 추정해 개인 명의차량보다 거래가격을 다소 낮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교통안전공단에 이를 통보해 차종과 명의자 이름 일부 대신 관할 지자체명 일부를 표시하고, 조회도 한 컴퓨터에서 한 대만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대포차 거래행위가 전문 업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향후 대포차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국토교통위 김희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대포차 2만5741대가 신고됐다. 경찰 등 일각에서는 대포차를 전국 12만대까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동차 명의자가 자신의 차량이 대포차로 이용되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등 ‘불법명의 자동차’ 신고차량이 2만5천 여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많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포차 신고차량은 경기지역에 6209대(24%)로 가장 많고, 서울에는 4509대, 인천 2052대, 부산 1777대, 경남 1573대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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