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15년 하반기 교통사고 줄이기 추진방안 및 교통사고 줄이기 민관학연 협력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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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2015년 하반기 교통사고 줄이기 추진방안 및 교통사고 줄이기 민관학연 협력방안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5.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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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가치 지향하는 교통정책 추진하자”
 

세월호 이어 메르스 여파로 사고 줄어
도로공사 현수막 캠페인 큰 효과 거둬
전략 바꾸고 예산집행계획도 재검토를

관련 ‘법·제도·시스템’ 완성도 더 높일 것
국민 의식 바꾸는 실천처방 더 나와야
현장 거버넌스 살리는 데 집중할 것

 지난해 37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5000명 이하로 낮아진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목표를 4500명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사망자수는 전년 대비 1.1% 감소(2015년 2178명→2015년 2155명)해 목표치인 5.5%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올 하반기 ‘교통사고 줄이기 추진방안 및 교통사고 줄이기 민관학연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7일 좌담회를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교통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좌담회 내용을 지면에 싣는다.

<상반기 교통사고 현황 요약> 2015년 7월 현재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155명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특징을 보면, 차량 단독사고와 차량 간 사고가 대폭 감소한 반면 보행자 사고가 전년 대비 11명 정도 늘어났다. 특히 보행자 사고는 17개 시·도 중 서울시를 포함한 6개 특·광역시 대도시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로 충북·서울·대전이 10% 이상 준 반면 부산·충남·강원·울산은 늘었다. 도로별로 보면 고속도로 크게 줄고, 국도·지방도에서 크게 늘었다. 위반행위별로는 안전운전불이행이 70%로, 중앙선침범·보행자보호위반 등과 함께 3대 사고요인으로 지목됐다. 업종별로는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사망자가 2명 증가했으며, 특히 렌터카·택시로 인한 사망사고가 증가한 가운데 버스와 화물차는 초반 증가했다 줄어드는 추세다.

 

일시 : 2015년 8월 27일 10:00~12:00 / 장소 : 한국교통연구원 서울 스마트워크센터

참석자 : 김용석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찬 대한교통학회장(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 박종욱 교통신문 편집국장(사회)

김용석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박종욱 : 논의에 앞서 상반기 교통사고 지표가 주는 의미를 짚어 보자.

김영찬 :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 이하로 준 것은 세월호 영향 크다는 평가다. 그래서 올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나마 준 데는 메르스 영향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하반기에는 특별히 교통사고 측면에서 좋아질 건 없을 것 같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찰청이 상반기 단속을 많이 하긴 했는데 세수 증대 목적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속은 열심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중요한 건 법질서 지키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안전운전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행사고가 여전히 많다는 건 아직도 우리나라가 후진국 운전문화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있다는 걸 말한다. 보행자가 걸어가려고 할 때 차들이 서 주는 것, 그것이 후진

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자들의 인명경시 분위기, 차가 걸어가는 사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허억 : 상반기 사망자수 감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각한 지표들에 대해서는 ‘보행 중 사고’와 같이 특정 이슈를 끄집어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 있다. 운전자, 보행자 의식개혁 쪽으로 집중해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설재훈 : 올해 상반기 인상 깊었던 교통사고 줄이기 활동 중 하나는 한국도로공사가 4~5월 중점적으로 벌인 ‘졸음운전 방지 캠페인’이었다. ‘졸음운전은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를 전국에 도배하다시피 했다.

자극적인 문구에 대한 부정적 논란도 있겠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상반기에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 1.1% 줄

었는데, 고속도로는 18.8%로 거의 18배 줄었다. 플래카드 하나로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다.

고속도로 사망자는 작년에도 8%가 줄었다. 줄일 만큼 줄인 상황에서 더 줄일 수 있었으니 홍보·계몽을 통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박종욱 : 임팩트 있는 방안들이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겠다. 메르스와 같은 사회 전반적 영향이 상반기 교통사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그처럼 전격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흔적들도 의미 있을 것이다.

김용석 : 상반기에 교통안전정책 더 강도 높게 추진했는데 경기침체 등 각종 외부요소를 접목하면 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내부적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

김영찬 대한교통학회 학장

다. 세월호 이후 국민안전처 생기다 보니 기존 국토부가 가지고 있던 기능분리 문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스스로 반성해 본다.

둘째, 지난 2년간 5.5%, 6.5%씩 거의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600명 이상씩 대폭 줄다 보니 한계를 맞는 측면 있다. 사망자수가 5000명 미만이었던 1977년경에는 자동차가 30만대였는데 37년이 지난 2014년은 2000만대다. 성과로 보자면 대단한 것이어서 격려하자는 취지에서 알렸는데, 국민과 정부 모두 “이런 추세로 가면 당연히 줄어들 거다”라는 식으로 귀결지어 경각심이 느슨해진 측면 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안전’을 강요하는 까닭에 피로감 누적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교통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맞춰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족한 측면 있었다고 평가한다.

박종욱 : 정부 당국자가 하기 힘든 솔직한 말씀 해주셨다. 실제 중앙부처의 업무를 위임·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공단 등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많다. 심지어 주어진 업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따라가는 경우도 더러 본다. 교통안전은 예산이 들어간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인풋·아웃풋이 예측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방향을 달리하거나 충격을 주는 방법 있어야 하지 않을까?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

김영찬 : 지금까지의 전략이 과거와 비슷하다면 바꿀 필요 있다고 본다.

20년쯤 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1년에 1만명 이상이었을 때 국가별 교통사고 추세를 분석한 적이 있다. 30년 전 일본의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과정을 보면 과거 홍보 위주로 썼던 예산이 일정 시점부터 도로 안전시설물 설치, 위험구간 계량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으로 급격히 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교통안전 5개년 계획’ 세우면서 주로 홍보 쪽에 예산 많이 쓰고 현장시설은 비중 낮았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서 지난 15~20년 돌이켜 보면 위험사고 계산, 안내시설설치 등 현장에 돈 굉장히 많이 쓰고 상대적으로 홍보예산이 줄었다. 지난해 5000명 이하로 떨어진 사망자수 지표에 효과가 반영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다시 홍보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요즘 늘고 있는 회전교차로의 경우 어떤 차량이 우선인지, 비보호 좌회전은 직진신호에 가는 건지 적색신호에 가는 건지, 또 최근 확대되는 비보호 겸용 좌회전(PPLT)은 무엇인지,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교차로에서의 우회전 방법 등 전문가가 아니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건 도로교통법에 정의된 것도 없고, 경찰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종욱 : 더불어서 이런 지적하고 싶다. 현재 교통안전 관련 법·제도 선진화된 부분 있고 선진국 대비 잘 짜여 있는 편이라고 본다. 그런데 고속도로 지정차로 위반이 요즘 들어 문제시 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미 법에 정해져 있는 내용이고 과거부터 지적돼 왔지만 방치돼 있다 대형 언론사에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자 단속이 급속히 늘어나 위반이 많다고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법·제도를 만들어 놓았을 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관리·감독 체계에 있어 완성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법 따로, 현실 따로’가 된다. 법으로 정해지거나 제도화, 의무화된 부분들은 반드시 필요해서 한 것이기 대문에 따르지 않으면 문제 있는 거다. 교통안전 관련 법·제도·시스템 하나하나 완성도 챙겨 보는 것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허억 : 교통사고 감소전략을 한 번 바꿔보자고 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히 평가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평가를 하려면 교통안전 예산이 얼마고, 어디에 쓰이는지, 또 얼마나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했는지 정확히 분석하는 작업 필요하다.

흔히 교통안전 예산은 ‘붕어빵식 예산’이라고 한다. 한 번 책정되면 평가도 안 하고, 형식적으로 하고, 돈 쓰기 편한 데만 하니까. 그래서 근본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교통사고 줄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축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정부, 지자체, 국민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더 열심히 해야 할 지자체가 안 움직이고 있다.

덧붙이자면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이다. 그런데 노력을 너무 안 하고 있다. ‘설마’ 하는 의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의식을 심어줘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가령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서 서로 먼저 가다 사고 나는데, 보행자가 손들면 운전자가 수신호로 먼저 가라고 하는 한 가지 실천방법만 제시해 생활화한다고 해도 효과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나고 1년 지난 시점에 우리 국민의 19%는 더 위험해졌다, 67%는 1년 전과 똑같다, 13%만이 안전해졌다고 답했다. 이건 국민을 참여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피부로 느끼며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실천처방을 만들어주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박종욱 : 자연스럽게 세부적인 논의로 넘어갔다. 계속해서 하반기 사고감소를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해 보면 좋겠다.

설재훈 : 하반기에 국한해서 본다면 일단 현 상황에서 갑자기 예산이나 인력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저예산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세 가지 정도 중점적으로 했으면 한다.

첫째, 아까 말한 한국도로공사의 예처럼 현수막 작전을 전개하면 좋겠다. 고속도로처럼 현수막 작전 하나로 상반기에 미진했던 성과를 만회해 18% 줄일 수 있는 여력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사례가 보여 줬으니까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둘째, 역시 저예산 사업으로 사망사고 많이 발생하는 구간을 개선하면 좋겠다. 예컨대 경춘국도를 시속 80km로 달리다 보면 청평읍 통과하는 1km 구간, 가평읍 통과하는 1km에서 사고 엄청 많이 난다. 여기에는 동네가 형성돼 있는데, 그런데도 지정속도는 계속 시속 80km로 돼 있으니 이건 지역주민을 다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행자 횡단하거나 횡단보도 있는 곳은 속도 줄여야 한다. 시속 60km로만 줄여도 보행자 사고 시 충격이 약해지기 대문에 사망자는 반으로 준다.

셋째, 아까 거론된 것처럼 일본이 1970년에 1만6000명 피크로 갔다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보행자 사고 줄이기 사업, 곧 이게 보차분리사업이었다. 동경 가보면 보도와 차도는 팬스가 설치돼 있거나 나무로 막혀 있어 건널 수 없게 돼 있다. 이면도로까지도 페인트칠해서 보도와 차도를 다 구분해 놨다.

이러한 작업도 팬스 값과 페인트값만 있으면 된다. 가장 적은 돈으로 교통사고 줄일 수 있는 대책이다.

박종욱 : 현실적으로 가능한 측면에서의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당국도 귀담아 들어서 검토해볼 필요 있다고 본다.

그야말로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나 예산의 문제, 인력 문제, 지자체·정부 의지 여러 가지 전제돼야 할 것이다. 핵심은 교통사고와 사망자 줄일 때 중요한 건 결국 속도, ‘속도관리’다.

허억 : ‘속도를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속도가 당신을 죽인다’. 영국 표어다. 교통정책을 전환하려면 근본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제는 그것이 보행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본다.

OECD 통계 보면 인구 10만명당 보행자 사망자 수가 2013년인경 노르웨이, 네덜란드 0.4명, 스웨덴, 핀란드 0.5명인 반면 4.1명으로 10배나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그들이 근본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안전한 인도 확보’라는 데 있다고 본다. 교통사고 상당수가 9m 미만 도로에서 난다. 좁은 이면도로는 과감히 일방통행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양방통행 시키면 인도 나올 수 없다. 스쿨존에 돈 많이 들이는데 어느 곳이든 인도만 만들어 놓으면 그렇게 돈 들일 필요 없다. 차도와 인도를 명확하게 분리해 줘야 하는데, 인도 없이 차가 가는 길만 만들어 놓는 건 사람은 죽으라는 얘기다.

정부가 “보행자 중심으로 가겠다” 천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속도도 저절로 관리된다. 더불어 운전자도 차를 좀 덜 타게 될 것이다.

박종욱 : 교통정책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민관학연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자.

허억 : 교통사고 줄이기는 당연히 민관학연으로 가야 하고, 거기에 더해 종교조직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의사들도 참여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 이끌고 가는 오피니언리더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한 지역은 라이온스클럽과 교류해 조직의 봉사금 10억원을 교통안전비용으로 지원해 어린이교통공원을 조성하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게 연결이 되니 회장이 직접 나서 국제본부에서 LCI 기금을 끌어와 지원도 하고 있고, 여성을 강사로 양성해서 교육도 펼치고 있다.

지자체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순위 나오면 이걸 해당 지자체는 물론 그 지역 시민단체에도 알려주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제대로 알려서 내 가족, 내 자녀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스스로 자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민관학연이 지역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모였을 때에는 또한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종욱 : 벤치마킹 사례 되면 좋겠다. 풍부한 아이디어들이 있는 것 같다.

설재훈 : 현재의 교통안전법에서도 각 시·도마다 교통안전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각 시·군·구에서 교통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운영토록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민관학연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문제는 한 번 구성되고 나서는 회의를 1년에 1~2번 할까 말까 한다는 것. 이걸 이번 하반기에는 격월로 운영하라고 국토부장관 명의의 지침을 지자체에 전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대책위원회를 열고, 인원이 부족하거나 더 많은 민간대표자를 참여시키고 싶다면 민간협의회를 대책위원회 밑에 구성·운영토록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정 교통안전대책위원회는 인원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걸 좀 더 활성화시키는 것이 현재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미국·영국·프랑스 어느 나라 다녀 봐도 시민단체 자원봉사 할 수 있는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등 풍부한 인력자원 가진 걸로 우리나라가 따를 곳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장점, 역량 잘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종욱 : 지역사회에서 일단 따라할 수 있는 모델사업 있어야 할 것 같다. 심지어 국토부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더라도 뒷부분에 구체적 실행사례, 정확한 백데이터 등을 달아서 제시한다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모범운전자, 녹색어머니회 등은 이론가 모임 아니고 현장인력 중심이니 역할을 부여할수록 시너지를 낼 가능성 크다. 중요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욱 : 교통안전 의식 개선, 오늘 논의할 마지막 과제다. 수년간 이야기가 오가고 정책에 반영도 되고 있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설재훈 : 이건 단기로는 안 되고 중장기적인 과제다. 인간은 결국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모든 운전자는 현재의 법체계, 구체적으로는 도로교통법체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체계, 범칙금 수준에 맞춰 자기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현재 우리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은 현재의 법·제도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산물만 나무라는 건 법과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의식개선은 국가가 법·제도, 운전자 관리하는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고치느냐에 있다고 본다. 고쳐주면 운전자들은 자연히 거기에 맞춰 적응하고 조정해 나간다. 가장 자기에게 이익이 되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보험가입했다고 형사처벌 면제해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는 교통사고 낸 사람 중 20~30%만 기소돼서 벌금을 내는 정도지, 나머지는 공소권 없음으로 무죄방면을 해주고 있다. 이 법은 폐지하든지 대상항목을 대폭 늘려서 교통사고 줄이는 방향으로 정리해야 한다.

도로교통 범칙금 수준도 마찬가지다. 국민소득 2만8000달러에 비해 굉장히 낮다는 것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더 높여야 한다.

여러 가지 도로교통법에 나타난 통행방법(right of way)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손봐야 한다. 미국에서 운전하다 온 사람들은 우리나라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서로 빠져나가는 것 보면 신기하다고 한다. 그들 나라는 교차로에 와서 무조건 선 다음 ‘먼저 온 차가 먼저 가는 원칙’ 하난데, 우리나라는 내가 넓은 도로인지 좁은 도로인지 저쪽 차가 직진을 하는지 회전을 하는지 일일이 봐야 하니 굉장히 복잡하다. 이런 것들은 다 고쳐줘야 한다.

허억 : 가장 빨리 쉽게 할 수 있는 건 어릴 때부터 하는 거다.

프랑스가 여러 모로 이런 것 잘 하는데, 어린이 교통안전 인증제도라는 게 있다.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부모와 함께 교통안전교육 받고 소정의 시험 합격하면 교통안전교육인증서 주고, 초등학교 갈 때 제출하다. 물론 강제사항은 아니다. 이런 걸 지자체별로 교통안전전문강사를 양성해 도입하면 의식개혁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김영찬 : 안전의식은 법과도 연관이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있어야 하는데 없는 법도 있고, 있는데 잘못된 것도 있다. 법을 새로 만든다 하면, 만들어서 홍보하고 알려야 하고 필요하면 단속·제재도 해야 한다. 그러면 법의 완성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법은 선언적으로 만들기만 하고 집행 안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려면 않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예로 과속단속 신호위반 범칙금의 경우 외국은 50만원, 70만원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싸다. 주차위반도 5만원을 7만으로 올린다고 하는데, 금액 올리는 것 중요하지 않다. 5만원이라도 열심히 단속하면 지키는 거고, 50만원이라고 해도 단속 안 하면 지켜지지 않고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만 준다.

법을 정비하고 엄격히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도로교통 쪽으로 보면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 많은데, 대대적으로 한 번 정비가 필요하다.

박종욱 : 사실 의식 얘기 나오면 답답해진다. 좋은 제도든 나쁜 제도든 지켜지지 않아서 사회정의가 실현된다면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좋은 것을 많이 제안해도 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불리하면 안 지키는 경우 많다. 이는 법에 대한 수용태세가 떨어지는 것이다.

김용석 : 교통정책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소통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은 뒷전으로 여긴다. 나라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발전하면 고귀한 가치는 교통의 가치, 바로 안전이라고 본다. 이게 바로 스웨덴 비전제로정책이 말하는 ‘비전 제로’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패러다임 바뀌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 다 일맥상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

‘8차 국가교통안전5개년 계획’을 내년부터 수립하는데, 지금부터 줄기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마중물 같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현장의 거버넌스를 살려보자는 것이 하반기 계획이다.

먼저 이를 위해 현재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역할을 부여하고 점검하는 작업 진행하고 있다. 완성될 즈음엔 한국교통연구원이 함께 점검하고, 9, 10월 중에 ‘교통사고 대한민국 만들기 실천 결의대회’를 국토부장관이 직접 추진할 거다.

이어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진행된다. 거기에 사고다발지역 개선, 무단횡단 다발지역 보차분리 등 현실에 맞는 융통성이 발휘된다. 국도의 경우는 ‘마을 보호구역’이라 해서 5개 시·군의 20개 지역 국도에 대해 시설을 개선하고, 또한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예정이다.

한편 홍보와 관련해서는 원래 의견이 제각각인 측면이 있어 더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번에 중앙부처, 경찰청, 손보협회, 자동차메이커, 산업협회, 수입자동차 등 교통 관련 14개 유관기관들이 다함께 홍보를 펼칠 계획이다. 지자체를 포함해 임팩트 있는 활동을 도모할 것이다.

앞서 국도 현수막도 하반기 추진방안으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사용될 메시지는 통일해야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을 주제로 무단횡단·안전띠·음주운전 3가지 핵심메시지를 고속도로와 같이 전국 2000개 지점 국도·지방도에 이미 설치했다. 필요하다면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가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전좌석 안전띠’ 관련 국민운동 SNS 릴레이 홍보도 계획 중인데 이 경우 가능한 국토부가 주도하지 않는 것처럼 진행하려 한다. 유명인이 안전송 부르고 3명 지명하는 식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처럼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는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서두에 말했듯 장기적으로는 해야 할 일은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일이라고 본다. 이걸 어디서 맡아야 하는지 논란이 많지만, 국토부가 역할 수행을 위한 태세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각 기관·단체들이 스스로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내부역량 강화하고 각자의 역할·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심각한 문제인식에서 시작하는 네트워크, 거번넌스를 형성하고 논의하는 시스템 갖춰야 할 것이다.

박종욱 : 근본적인 의식문제에서 세부적인 실천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단기간 실천 가능한 방안들이 적절하게 정책에 반영돼 하반기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소목표가 달성되길 바라며 오늘 좌담회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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