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국민소득 4만불시대로<완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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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국민소득 4만불시대로<완성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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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생활공간 … 소비자 중심 문화 창출
 

움직이는 생활공간 … 소비자 중심 문화 창출해야

2000년대 이후 단순 운송수단 개념 탈피 경향

차종 다양화∙튜닝 등 능동적 車 선택 추세 확산

#1. 현재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모(49)씨는 오랜 기간 중형급 세단 승용차와 스포츠다목적차량(SUV) 두 대를 몰고 있다. 줄곧 세단을 이용해 오다가 지난 2003년 처음 SUV를 구입했는데, 김씨는 현재 서울 강남 자택에서 학교 연구실까지 거의 매일 SUV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김씨는 성격이 전혀 다른 차량 두 대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세단은 안락하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고, SUV는 공간 활용이나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활용하기에 좋아 필요할 때 골라 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스키 타는 걸 즐겨 겨울에는 SUV 이용 빈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했다.

아울러 “각종 교재나 책자를 많이 싣는데다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차체가 세단보다 커 안전하기 때문에 SUV 이용이 많은 편”이라며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세단이 더 필요할 때가 있어서 차량 두 대를 활용하고 있는데 꽤나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2. 직장인 김경민(37)씨는 지난해 국산 쿠페 차량을 구입한 후 곧바로 관련 동호회를 통해 소개 받은 업체에서 차량 이곳저곳을 튜닝 했다. 엔진과 머플러 등을 손봐 성능을 개량했고, 차량 외부에는 리어스포일러 등을 장착해 스포츠카 이미지로 꾸몄다. 실내는 평소 자동차 잡지 등에서 봤던 대로 역동적이면서 다이내믹하게 바꿨다. 특히 김씨는 오디오에 신경을 써 200만원 하는 돈을 아깝다 생각하지 않고 고급 오디오 구입에 썼다고 했다.

튜닝을 마치고 김씨가 달려간 곳은 강원도 인제에 있는 한 자동차 경주 서킷. 시속 150km 이상으로 질주 본능을 만끽해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씨는 “평소 자동차 잡지나 케이블TV채널 자동차 프로그램을 통해 튜닝과 자동차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며 “소유하고 있는 차를 튜닝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큰마음 먹고 차를 고쳤고, 한 달에 두서 차례 서킷을 돌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해 국내 소비자가 자동차를 단순 운송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자동차 문화가 더욱 다양해지고 성숙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1975년 국내 첫 양산 국산차 ‘포니’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를 들어선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 본격적인 양적 팽창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2000년대 이후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최근 들어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기호나 여건에 맞춰 차량을 고르고 활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국내에서 국산은 물론 수입 업체 모두 대응 전략을 쏟아내며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획일화 됐던 차종이 다양화 됐고, 다양한 연관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우선 판매 차종이 전대에 비해 다양해지고 크게 증가했다. 처음에는 차종과 차급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단일 차종 내에서도 형태와 엔진 등을 달리하며 차별화 시도가 이뤄지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초 수입차에서 활발하게 전개됐고, 현재는 국산차가 뒤를 이어 뛰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5개 업체가 시판하고 있는 세단과 레저차량(RV)은 모두 50종. 세부 트림을 모두 감안하면 300~400종에 이른다. 수입차 또한 500종 가까운 다양한 차량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 상태다. 세단과 SUV는 물론 컨버터블, 해치백, 왜건, 크로스오버다목적차량(CUV), 리무진, 픽업트럭, 고성능 스포츠카 등 웬만한 종류가 다 있다. 최근에는 가격 스펙트럼까지 넓어졌다.

물론 이들 차량 모두가 잘 팔리는 차는 아니다. 그런데도 업체가 차종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그만큼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에 맞춤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다.

수입차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단 몇 대 밖에 팔리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 통관절차나 물류비용 및 AS 등을 고려해 수입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극히 드문 수요가 있는 차종을 들여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시장에서 다른 차종 판매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종이 다양해진 것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레저차량(RV) 열풍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확산됐다. 캠핑용품 가득 싣고 도로를 달리는 RV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가족 중심 여가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도 차량 선택에 영향을 줬다.

아홉 살과 다섯 살 두 자녀를 둔 가장인 이경삼(양산∙40)씨가 대표적 사례. 이씨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인근 바닷가로 캠핑 가는 걸 즐긴다. 이씨는 “사회적 여건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금요일 저녁 아이들과 차안 가득 캠핑 장비를 싣고 도로를 달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송’이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 상황과 목적에 맞는 수단을 추구하는 쪽으로 자동차 수요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향후 이동 수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오는 2017년까지 시속 70~80km 1~2인승 친환경 차량을 소비자가 1000만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디자인은 물론 각종 편의사양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점점 더 주체적인 입장에 올라서고 있다. 기존 업체가 만든 차에 만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 색깔을 드러내거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디자인과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필요한 것 넣고 필요 없는 것 빼자”는 실용적인 소비 형태도 이런 변화 중심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맞춰 업체마다 차별화된 디자인에 세련되면서 각종 특성을 가미한 브랜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 렉서스나 포드, 재규어∙랜드로버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약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예 업체가 일방적으로 보급하는 차에 만족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신 스타일로 바꾸려는 ‘튜닝’ 추세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튜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이 활기를 얻고 있다. 정부도 튜닝을 미래 산업으로 바라보고 전략적 지원에 나설 계획을 세우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튜닝은 대표적인 자동차 애프터세일즈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선 완성차 업체도 관심을 갖고 덤벼들고 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폭스바겐∙토요타 등이 고성능과 고연비에 친환경적 요소까지 결합한 ‘융합 개념’ 튜닝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국산차 업체 공세도 거세졌다. 현대차의 경우 ‘튜익스’라는 드레스 업 튜닝 전문 브랜드를 런칭했고, 기아차도 ‘튜온’ 브랜드를 갖춰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변화무쌍해지고 다양화되고 있는 자동차 시장과 문화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 특히 다른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 산업과 시장 전반이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수십 년간 발전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제도나 법제 개편 등을 통해 너무 한꺼번에 발전을 이뤄내려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이들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짧은 역사를 통해 압축된 발전을 이뤄나가 상대적으로 자동차 문화가 산업 규모에 걸맞게 성장하지를 못했다”며 “뒤쳐진 자동차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성급하게 접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협소한 국내 시장도 문제다. 위험 부담이 없는 소위 잘 팔리는 차에 업체가 집중하다보면 시장은 물론 자동차 문화 자체가 산업에 종속되고 왜곡될 수 있다. 역으로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요구가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다 보니 좁은 시장이라는 한계까지 더해져 결국에는 또 다른 형태로 획일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이제 국내 경제와 산업은 물론 문화와 생활 전반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 만큼 관련 법규나 제도 등 모든 면에서 본격적으로 소비자 중심 패러다임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며 “국내 자동차 분야에서 1세대가 자동차 개념을 정립했고 2세대는 마이카 시대에 맞게 보급과 수출을 지향했다면, 다가오는 3세대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소비자 중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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