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자동차-고효율∙고성능 자동차 신기술 동향
상태바
[창간특집]자동차-고효율∙고성능 자동차 신기술 동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진 효율 끌어 올리면서 … 성능도 함께 높여
▲ 현대기아차남양기술연구소에서 신형 아반떼에 대한 주행 성능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승용차 시장은 지금 고효율∙고성능 전쟁 중

엔진 효율 끌어 올리면서 … 성능도 함께 높여

수입차 기술력으로 선도하자, 국산차 이에 도전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모터쇼’ 현장. 수많은 차량과 엔진∙부품 등이 전시돼 있는 가운데, 엔진 하나가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은 3.3리터 ‘람다’ 엔진. 제네시스나 에쿠스∙K9 등 주로 고급 대형 세단에 장착되는 엔진이다.

새로울 것 없어 보였던 엔진이 주목을 받은 건 기존과는 다른 터보 엔진이기 때문이다. 모터쇼에서 공개된 것은 개선된 ‘람다Ⅱ 3.3리터 터보 GDI 엔진’이다. 그간 1.6리터나 2리터 엔진에만 적용됐던 터보 기술이 대형 엔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터보 엔진은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과 토크를 얻을 수 있다. 기존 3.8리터나 4.6리터 엔진에 버금가는 성능을 과시하는 만큼 사실상 다운사이징 사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람다Ⅱ 3.3리터 터보 GDI 엔진은 트윈터보 차저가 적용돼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0㎏·m 성능을 낸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6기통 람다Ⅱ 3.3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은 31.2% 토크는 46.9%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낮은 엔진회전영역(13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해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 가속 성능이 높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효율을 높여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주행 성능까지 강화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다. 청년층이 비용 절감을 고민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동차 본연 기능인 주행 능력과 감성까지 꼼꼼히 따져들면서 각 업체가 이에 걸맞은 기술을 개발하고 신차에 반영하고 있는 것.

주로 유럽과 일본 등 수입차 브랜드가 최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고효율∙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눈이 높아지자 이에 맞선 국산차 브랜드가 사력을 다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효율∙고성능은 특히 엔진 및 변속기와 가장 연관이 깊다. 엔진은 성능과 연비를 모두 높이는 게 기술 관건이다. 기존에는 엔진 성능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던 성능과 연비 모두를 잡은 건 다운사이징 기술이 나오고 부터다.

▲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다운사이징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기존 엔진을 바탕으로 배기량을 낮추면서 인위적으로 힘을 키우는 방식이 있는 반면, 기존 엔진에 터보 기술을 적용해 그 보다 큰 엔진에서 나오는 힘 못지않은 성능을 보이게 하는 방식도 있다. 앞서 현대차 람다 엔진은 후자 방식이라 보면 된다.

고효율 엔진 분야에서 두드러진 기술력을 과시하는 업체는 단연 토요타다.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인 렉서스와 함께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토요타가 오는 2020년까지 신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22% 줄이고, 2050년에는 90%까지 줄이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기존에 비해 10% 이상 연비가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 고효율 엔진을 개발해 14개 신차 모델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토요타는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지금보다 25% 향상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이를 위해 ‘차세대 파워트레인 TFT’ 등을 중심으로 단계별 연비 향상 목표와 실행방안을 수립했다. 현재 보유중인 엔진 라인업 10종 가운데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한다.

신규 가솔린엔진을 개발해 종류를 확대하고, 중형 승용차에 장착되는 누우 엔진과 소형차에 탑재되는 카파 엔진을 개선한다.

디젤엔진 개발도 이뤄진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R엔진 등을 대체할 신형 엔진이 등장한다. 현대·기아차는 가솔린엔진은 11~13%, 디젤엔진은 16~18% 정도 연비향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연비가 전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현대·기아차 강점으로 각인되도록 ‘2020 연비향상 로드맵’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국내에서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의욕적으로 효율성을 잡아가는 대표적인 업체다. 2013년 출시된 QM3을 통해 친환경과 고연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엔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데 이어 지난해부터 SM5 등에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해 높은 연비를 실현하고도 배출가스는 낮춰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체면을 제대로 구겼지만, 지금까지 고효율∙고성능 엔진 분야를 이끈 건 폭스바겐 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폭스바겐은 최근까지 고성능 1리터 엔진을 개발해 왔다. ‘극한의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알려졌는데, 1리터급 소형 엔진이 뿜어내는 최대출력이 272마력에 최대토크 27.5㎏·m나 된다. 3리터 이상 고성능 엔진을 뛰어넘는다.

폭스바겐이 시판하고 있는 신형 폴로에 얹은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90마력에 최대토크 23.5㎏·m 힘을 낸다. 개발 중인 다운사이징 1리터 엔진과 확연히 비교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중형 세단 쏘나타와 K5에 2리터 엔진을 개조한 1.6리터 터보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디젤엔진도 성능을 높인 1.7리터 급을 장착해 내놨다.

최근 각 업체가 공격적으로 디젤을 중심으로 신형 엔진을 내놓는 것은 배출가스 기준이 ‘유로6’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유로6에 맞추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엔진을 작게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

엔진 못지않게 변속기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출시되는 일부 신차에 적용하고 있는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변속기 단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부드러운 주행 성능에 더해 연료손실을 줄일 수 있다. 만화영화를 만들 때 초당 프레임이 많을수록 부드러운 영상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 더해 더블클러치는 하나의 변속기 안에 클러치가 두 개가 있고, 번갈아 변속이 이뤄져 그만큼 변속 시 이격으로 인한 연료손실이 줄어든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DCT 장착 4개 차종 연비가 자동변속기를 적용했을 때보다 평균 8.8% 좋아졌다. 가속 성능 또한 기존 대비 3~4% 정도 향상됐다.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최근까지 10단 DSG 변속기를 개발하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 때문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DSG 역시 현대∙기아차 DCT와 같이 두 개 클러치를 달아 자동변속기 조작 편의성과 수동변속기 효율성을 결합한 변속기다.

수입차 브랜드는 장기간에 걸쳐 연비 향상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유럽차는 디젤엔진, 일본차는 하이브리드엔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파워트레인 개선이나 차체 경량화 작업이 이뤄졌다.

반면 국산차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고효율∙고성능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아직은 이들 수입차 업체와 기술 간격이 큰 상황이다.

업계는 국산차가 향후 수입차와 더욱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연비와 주행 성능을 높일 수 있는 파워트레인 기술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업계 스스로 관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산차 업체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서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행과 효율 측면에서 경쟁 수입차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른 디자인과 사양 등에 더해 파워트레인 역시 세세한 부분에서 수입차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