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LPG 차량 일반인 허용案’ 추진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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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LPG 차량 일반인 허용案’ 추진 진통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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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 소비자, “안전 담보한 경제성에 ‘한표’”

국회․국토부 찬성에 힘 실렸지만 산업부․정유업계 반발 거세

법안 자동폐기 임박, 물밑작업 치열...안전성이 표면적 핵심

택시나 렌터카로 쓰인 5년 이상이 된 LPG 차량의 중고차 거래를 일반인에게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진통 중이다. 정치권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실효성과 안전 위험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선 법안 반대에 정유업계의 입김이 전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 결과에 중고차 매매업계를 비롯해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 문제와 서민경제 지원 취지가 배치되는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개정안 취지 살릴까...“민생 경제 도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일반인의 중고 LPG차 이용을 허용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아직 다음 법안소위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개정안은 운행한 지 5년이 지난 중고 LPG 택시와 렌터카를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LPG차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렌터카·택시 사업자만 구입하도록 사용이 제한돼 있다. 단 장애인이 5년 이상 소유한 경우엔 일반인도 살 수 있는데 그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그동안 LPG차를 주로 사용하는 렌터카·택시업계는 대부분 물량을 중고차로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고, LPG차 사용제한으로 LPG업계는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와 법안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열려 재논의 된다면 여야 의원 상당수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고 유류세와 자동차 안전 주관 부처인 기재부와 국토부도 세수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어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이찬열 의원은 “법이 개정되면 서민들이 연료비 부담이 적은 LPG 차량을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민생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중고차 시스템상 매물 안전성 담보 어렵다”

하지만 산업부는 개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정하고 산업통상위원회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반대 논리는 현재 중고차 시스템상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시 연간 주행거리를 감안하면 차령 5년인 LPG차량의 주행거리가 30만㎞에 달해 안전 위험성이 크다는 논리다. 사용 연한이 거의 다 된 차가 팔릴 리 없는 상황에서 눈속임 같은 꼼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한 LPG차량 운행이 늘면 안전성이 떨어지고 애초 특정 계층 사용을 위해 유류세 부과율을 줄였기 때문에 조정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외면적으로는 택시·렌터카 업계의 중고차 판매에 제약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저변에는 LPG업계의 숙원사업인 차량 사용제한 완화란 이슈가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어떤 자동차와 사용자를 대상으로 LPG 연료 사용을 제한할지에 대한 규정만 명확하다면 LPG차는 경유승용차에 비해 대기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비와 차량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이어서 사용제한을 완화하는 경우 소비자의 후생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기준 만족하면 문제될 게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고차 시장에는 연간 약 2만대 가량의 LPG차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매업계는 이번 논란에서 다소 입장을 밝히기를 주저하지만 “법안 통과로 다수의 LPG 매물 유입에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차량 안전상태를 확보하지 않으면 딜러 및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산업부가 안전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택시업계 주장에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다수의 물량을 차지하는 택시 차량에 대해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부의 정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한 것으로 봐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검사에 합격한 차량이 9~10년까지 운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는 중고차 시장을 통해 LPG 차량이 일반 소비자에게 매매되고, LPG차량을 일반인이 이용하면 사용 제한을 전제로 낮게 부과되 세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용 연한이 끝난 택시나 렌터카 LPG 차량의 60%는 폐차하고 20%는 휘발유나 경유차로 개조, 나머지 20% 정도만 해외에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PG 차량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5만5484대 감소한 235만5000대로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반 소비자 시각도 반반...‘안전’ 대 ‘경제성’

산업부에 압력행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유업계의 반발을 더욱 거세다. 연료 수급 안정성을 저해하고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게 주요 논리다. 업계는 LPG연료가 가격 경쟁력을 우위로 시장을 확대하면 휘발유, 경유 내수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용제한을 전제로 주어진 세금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얻은 만큼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 경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LPG 중고차 판매가 허용되면 LPG 수요가 크게 증가해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LPG는 내수 소비량이 정유사 생산량을 초과해 60%를 수입으로 채우고 있는데 수입량 증가로 무역 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주요 반대 논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이 정부 부처 간, 업계 간 시각 차이에 소비자들의 시각도 갈렸다. LPG 차량의 중고차 시장 유입에 찬성을 나타낸 한 소비자는 “저렴한 연료가격으로 인한 유지비용과 중고차 시장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기준에 부합한 매물만 나온다면 구입하는데 렌터카나 택시를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한 소비자는 “현재의 중고차 보증 실태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서 사용하던 LPG 차량 매물은 선뜻 구입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고차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안전과 경제성 문제가 LPG 차량의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 통과 시 전체회의 이후 법사위 심사에서 법안이 뒤집히는 일은 드물다.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면 회기를 넘겨 자동 폐기되기에 12월 접어들어 유관부처와 업계 간 이해관계로 인한 법안 처리나 저지를 위한 양자 물밑 작업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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