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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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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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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보행자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4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수가 1910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40.1%를 점하고 있다.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률은 회원국 평균인 16.5%의 2.3배에 달하여 최하위 수준이다. 20년 전인 1994년의 46.0%와 비교하면 불과 5~6% 차이로, 아직까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반인권적이고 후진적인 보행사고 다발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유럽도 1970년대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의 비율이 50∼60%에 이르렀지만 보행자 위주의 교통정책을 전개함으로써 20년 후인 1990년대에는 10% 정도로 낮아졌다.

보행은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등교하거나 가까운 슈퍼마켓에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 보행이 통학이나 쇼핑을 위한 통행의 수단이 된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걸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급속도로 대중화된 자동차가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부분의 보행자는 일상적으로 ‘걸을 권리’를 침해당했고,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분위기에서 보행 교통사고는 늘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교통관련 법률에 보행자 보호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부 개선이 되기는 했지만, 법체계는 여전히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단횡단이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다. 무단침입이나 무단도용과 같이 범죄행위에 덧붙여서 통용됨으로써 ‘무단횡단자는 범법자’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다. 횡단보도 이외의 장소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냉혹한 분위기마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정부나 국민들이 말하는 무단횡단자가 범법자일까? 현실적으로 도시 외곽지역의 도로 가장자리 부근은 잡목이 무성하고 보행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불가피하게 차도를 걷게 된다. 주거지내 생활도로의 경우도 도로 양쪽으로 노상적치물과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면도로의 접속으로 보도가 단절된 차도부분은 또 어떻게 건널 것인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차도를 보행 또는 횡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보행자를 탓할 수도 없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보행권을 규정하고 있어도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입법적인 조치나 시설개선이 따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을 때에는 최단거리로 횡단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갓길에 보행공간이 없다면 차도를 이용한 보행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고, 보행자의 무단횡단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연방정부는 횡단보도를 노면표지로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도록 따로 표시한 차도부분 외에도 교차로에서 보도경계석과 대지경계선을 연장한 교차로 내 가상의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상당수 미국의 주법(州法)에서는 교차로에서 떨어진 차도를 횡단할 때에는 보행자가 차량에게 양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교차로 부근에서는 횡단보도나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보행자에게 횡단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육교나 지하도가 있는 곳에서도 차량에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차도횡단을 보장해 주고, 주거지역에서 차도횡단을 합법으로 간주하는 법체계는 우리나라의 법현실과 크게 다르다.

보행자의 통행공간이 홀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행권의 의미에 부합하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보행자의 통행경로인 보도, 횡단보도 등 기존의 보행공간 외에도 보도단절구간, 이면도로, 횡단보도 주변 등에는 보행자에게 통행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보행권 확보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보행권을 무력화 시킨 대표적인 법률이다. 보행자가 법적으로 보호 받으려면 법정 시설인 횡단보도와 보도 안에 위치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 밖의 어떠한 공간에서도 이 법은 보행자를 보호하고 있지 않다. 차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자는 권위를 부여받고 보행자 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보행권을 지키고 보행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의 행위위반과 마찬가지로 법정 시설이 아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도로교통법’상 허용된 차도 보행이나 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난다면 운전자를 중대법규 위반행위로 처벌할 수 있게 보행자 보호의무 적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단횡단이라는 용어도 자동차 중심주의가 만들어 낸 잘못된 산물이기 때문에 ‘임의횡단’과 같은 순화된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마치 범죄인 취급하듯이 차도를 횡단하거나 보행하는 보행자를 바라본다면 우리의 교통문화는 개선되지 않는다. 보행자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행권을 누릴 수 있도록 입법조치와 함께 보행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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