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대국 전략회의’를 가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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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대국 전략회의’를 가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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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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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권 교수의 관광대국론>

우리나라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행정을 전담하고 있지만 관광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 보니 이를 종합적이며 전략적으로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산업은 경계의 벽을 허물면서 타 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 간 높은 칸막이와 이기주의로 인해 ‘관광’이라는 깃발 아래로 뭉치려 하지 않는다. 이는 관광정책심의위원회를 폐지한 이후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다.

1976년 설치 당시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 및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를 위원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출범 후 20년간 회의 개최 실적이 손꼽을 정도에 적었고 그나마 서면결의에 그치게 되면서 1995년 7월 문화체육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로 격하됐다. 그러나 문화체육부가 각 부처의 관광관련 정책조정을 종합적으로 진두지휘할 조직역량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그마저 유명무실하던 관광정책심의위원회는 2000년 1월 폐지되었다.

그러나 관광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각 부처도 관광 융합형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농촌관광, 음식관광, 해양관광, 생태관광, 섬관광, 의료관광, MICE관광, 환승관광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관광관련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묵인 하에 추진되면서 ‘중복과 낭비’의 문제점을 초래하게 됐고, 급기야 관광관련 정부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광산업은 여러 산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선진국에는 통합․조정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영국은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미디어스포츠부 내 관광유산 부서에서 관광행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협력과 조정을 강화하기 위해 관광 주무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관광장관회의’를 가동하고 있다. 프랑스도 이와 유사하게 경제재무산업부에서 관광행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국가관광위원회’를 두어 관광정책에 대한 건의 및 특별안건을 다루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국토교통성 관광청이 관광행정을 전담하고 있지만, 국토교통성 산하에 관광정책협의체 성격의 ‘관광입국추진본부’를 설치하여 관광입국 실현을 위한 범정부적 일체감 형성과 종합적 업무를 담당케 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사상 최대인 1,974만 명의 외국인을 유치한 것도 근 10년간 과감한 ‘관광입국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처별 정책조정과 협력이 눈부시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관광산업을 통해 일본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아베 총리의 집요한 관광중시 전략이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보이는 대로 해제하고 있다. 현재도 시내면세점을 늘이고 일본형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관광패스를 확대하는 수용태세 개선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4년 1,420만 명이던 외래객이 한 해 동안 633만 명이나 늘어 2000만명에 도달했으니 이것은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의 결과인 셈이다.

우리의 경우 관광정책심의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다양한 관광정책 기획 및 조정노력이 추진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3차례에 걸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의 차원에서 관광정책 조정 노력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는 관광산업 경쟁력강화회의를 통하여 관광산업 규제완화 방안을 강구했다.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2차례에 걸친 관광진흥확대회의와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하여 관관산업 육성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동안 ‘관광을 육성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는 수시로 천명되어 왔지만,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하다보니 미래의 상황을 예견하고 정책목표를 설정해 옹골차게 추진해나갈 굵직한 전략사업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명색이 관광산업의 육성인데 관광부문이 주도하지 못하고 소위 ‘힘 있는 부처’에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또 수차례에 걸친 보고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정책의 추진 실적을 모니터링하거나 평가하여 새롭게 추진하려는 노력도 돋보이지 않았다.

이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최에 맞춰 뒤처진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한․중․일 관광산업 경쟁의 필승카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10대 관광국’이라는 정책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관광정책 관련 최상위 의결기구를 가동해야 한다. 이제라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련 정부기관 및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관광대국 전략회의’를 구성하고, 산하에 ‘관광대국 추진본부’를 설치하여 전략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중대한 재정, 고용, 정보통신 등의 분야는 ‘전략회의’ 방식을 채택해 운영돼 왔고, 최근 ‘과학기술 전략회의’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컨트롤 타워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광분야도 이제 관광대국 전략회의를 가동해 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해보자.

<객원논설위원·호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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