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심야 단거리 승차난’ 주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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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 ‘심야 단거리 승차난’ 주범인가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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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친절 등 장점 불구 ‘골라 태우기’ 지적 여전
 

“심야 승차난 해결하려면 ‘목적지 노출’ 방식 수정을”

출시 1주년을 맞은 카카오택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사와 승객 양자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획기적 서비스라는 호평과 함께 심야 승차난의 주범이라는 악평이 공존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이용 이후 기사들의 수입은 확실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3월30일 카카오가 발표한 설문조사(전국 기사회원 9730명 대상, 3월22~23일) 결과를 보면, 기사 1인당 일 평균 수입은 카카오택시 이용 전 11만894원에서 이용 후 12만5807원으로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탑승승객 중 카카오택시를 통해 연결된 경우는 5명 중 1명꼴인 21.8%였으며, 카카오택시 이용 후 일 탑승승객 수가 9%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택시 분야 다수 관계자는 “카카오택시가 등장하면서 배회하는 시간이 줄고 승객이 늘어 기사 개개인의 실질수입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런 점에서 카카오택시는 분명 기사와 승객 사이에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반대로 일각에서는 카카오택시가 등장한 이후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심야 승차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사가 콜을 수락하기 전 앱상에서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골라 태우기’를 하는 기사들이 심야시간 단거리 승차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 한 종사자는 “예전에는 도로에서 직접 승객에게 목적지를 묻는 방법으로 승차거부가 행해졌지만 이제는 앱이 있으니 그러한 위법을 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요즘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던 택시기사들조차 앱을 지켜보며 돈 되는 승객의 콜을 기다리는 등 택시기사들의 영업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강력 단속하고 나서면서 이처럼 앱을 통한 골라 태우기 행태가 더욱 눈에 띄고 있다. 실제 금요일 밤 12시 번화가에서는 소식 없는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이 여전히 많은 반면 뒷골목에서는 빈차등을 끈 채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서 앱을 들여다보며 목적지를 탐색하는 광경을 목격하기 쉽다. 이러한 모습은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며 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야 단거리 승차난 문제를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앱택시의 문제로 몰아가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부터 존재해 온 심야 단거리 승차난은 어느 누구도 풀기 어려운 문제인 데다 문제의 심각성을 수치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앱택시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심야 승차난 문제가 앱택시 등장 전후 심화됐는지 완화됐는지 알 수 있는 지표는 서울시도 카카오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택시노동계 한 관계자는 “심야시간 종로·홍대·강남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빈 택시를 그나마 부를 수 있게 되고, 어디에 손님이 있는지 몰랐던 기사들이 유입되면서 공급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앱택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며 “그러한 순기능을 간과한 채 일부 언론이 앱택시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는 것은 카카오가 정부와 대척점에 있다는 이유로 보수언론들이 공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지적들로 인해 카카오가 사업을 접고 철수하게 된다면 다소나마 나아지던 기사들의 수입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심야 승차난 문제는 여전히 업계와 승객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앱택시들이 취하고 있는 목적지 노출 방식을 바꿔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이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를 직접 이용하는 승객은 승차 전 목적지를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택시 차량에 붙이고 있는 ‘묻지 말고 타세요’ 스티커에도 이러한 원칙을 지키자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앱택시 역시 사전에 목적지를 노출해 주는 현재의 방식을 수정해 목적지와 관계없이 콜을 수락하도록 한다면 심야 단거리 승차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택시와 승객 간 어긋난 신뢰도 결국은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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