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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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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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ADAS 보급의 제도화’

봉평터널 버스 충돌사고는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사고에 대한 큰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정부의 빠른 조치와 과감한 의사결정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990년 340만대 차량이 운행되던 시절에도 연간 사망자가 1만2000명을 웃돌았던 것에 비해 2015년 차량 2천만대 시대가 도래했지만 사망자 숫자가 5000명 미만을 기록한 것은,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그 동안 기울였던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봐도 좋을 것이다.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에어백 장착 차량의 보급, 도로 안전 인프라 구축, 교통의식 선진화 등이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공상 과학에서나 나오던 자율주행차도 이제 구체적인 일정을 이야기 하는 수준으로 진전됐고 준 자율주행차들의 사고가 실제 뉴스가 되고 있는 상황은, 기차 이상으로 안전한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를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무엇일까?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현재의 기술이 바로 ‘ADAS(에이다스)’라고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다. 봉평터널 사고 이후 정부가 발표한 전방충돌경보장치(FCWS) 및 차로이탈경보장치(LDWS)가 그 중 대표적인 기능들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9월1일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ADAS를 기본사양으로 장착하는 협약에 20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동참하기로 한 ‘위대한 합의 (Great Agreement)’를 금년 3월에 이뤄냈다. 즉, 2022년 9월1일을 기점으로 미국 내에서 판매될 신차의 99% 이상이 ADAS를 기본사양으로 탑재하게 되는 것이다.

ADAS 기술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2014년부터 수입되는 신차에 ADAS를 장착하는 수입차 딜러들에게 ADAS 구매 및 장착비용 전액을 지원해왔으며, 2012년 이후 생산된 3.5톤 이상의 차량들은 2016년 10월까지 전방충돌경보장치(FCWS)와 차로이탈경보장치(LDWS) 장착을 의무적으로 완료해야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재무부에서는 2017년 1월부터 ADAS 장착차량에 대한 보험할인을 강제화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보험료 할인의 경우에는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포르, 홍콩,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보험사들이 Mobileye(모빌아이)社의 ADAS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보험할인을 이미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각각의 개별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검증한 결과 Mobileye(모빌아이)社의 ADAS를 장착한 차량의 경우 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 금액이 현저하게 감소되어 자사의 손익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지방자치단체와 통신사들이 협업해서 Mobileye(모빌아이)社의 ‘Shield +(쉴드 플러스)’라는 ADAS에 클라우드(Cloud) 기술을 결합한 다음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더욱 안전한 도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Smart City Project)를 속속 진행하고 있다.

각국에서의 이런 강제 조치와 보조금 사업 그리고 보험료 할인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고의 50% 혹은 많게는 94%가 ADAS를 통해 '예방' 혹은 '피해 감소'가 가능했다는 광범위한 검증이 완료된 덕분이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정부는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진행되었던 연구사업을 통해 770만대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Mobileye(모빌아이)社의 ADAS를 장착한 차량의 경우 인체상해를 동반한 사고로 인한 보험금 청구율이 약 50% 감소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부터 각종 제도화 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네덜란드 교통부 역시 2008년 2,400대의 트럭으로 8개월간 7700만km 를 주행하는 연구사업을 통해 Mobileye(모빌아이)社의 ADAS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ADAS를 장착하지 않았던 400대의 트럭에서는 5건의 사고가 발생한 반면 Mobileye(모빌아이)社의 ADAS를 장착한 2000대의 트럭에서는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웃 중국의 교통부는 2015년 300대의 버스와 트럭에 Mobileye社의 ADAS를 장착해 연구사업을 진행한 다음 그 결과 및 효과를 금년 5월에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며 이를 토대로 GB7258이라고 하는 새로운 법안의 시행을 예고했다.

현재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단계이며 그 주요 내용은 중국 내에서 운행 중인 11m이상의 모든 버스 및 모든 대형트럭에 전방충돌경보장치(FCWS) 및 차로이탈경보장치(LDW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차량충돌 예방경고장치 및 차로이탈 경고 등 교통사고 예방기기 장착 지원사업이 교통안전과 사고예방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DAS 기술은 카메라가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 제품인 만큼 제조사별로 성능의 차이가 현저하게 다르다.

80% 수준의 정확도로 차선, 차량, 보행자를 구분하는 대학 연구소 수준의 제품들과 99.99%의 정확도로 완성차 제조사에 ADAS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을 위한 상용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의 제품들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ADAS에 대한 각종 규제와 지원 등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선진 각국은 ADAS에 대해서 매우 높은 수준의 성능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ADAS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NHTSA(연방 교통부,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에서 설정한 FCW 및 LDW에 대한 성능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EU에서는 ECE-130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이 ADAS로 인정 받는다. 중국 역시 GB7258을 발표하면서 '최소한의 요구 성능' 및 'Test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자칫 이번 조치가 차량운행기록계(DTG) 보급사업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일이며, 차량에 달린 나쁜 제품의 쓴맛은 10년을 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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