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휴식보다 생리현상 해결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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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휴식보다 생리현상 해결이 더 급해”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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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꺼리고 충전소 소수…불법 주·정차 불가피
서울시·노조, 뾰족한 해법 없어…입지·예산 ‘애로’

종횡무진 도시 곳곳을 누비는 택시기사들에게 가장 큰 일상의 애로는 용변을 보는 일이다. 하지만 생리현상과 관련한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사이 말 못하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A씨는 회사택시 3년, 개인택시 1년을 몰았지만 아직도 급한 용변을 해결하다 ‘딱지’를 떼이는 일이 종종 있다. 최근의 경험은 약 한 달 전 손님이 하차하고 난 뒤 대로변에서 발생했다.

“차가 막혀 꽤 오래 참았다가 손님이 내리자마다 상가건물로 뛰어 들어갔어요. 후다닥 나온다고 나왔는데도 불법 주·정차 스티커가 붙어 있더라고요. 솔직히 휴식을 위한 쉼터는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화장실 문제가 급하죠.”

별도의 휴게시설이나 화장실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관공서나 병원, 대형마트 등을 찾아 주로 용변을 해결한다. 경력이 긴 기사일수록 요소요소에 안전한 장소를 많이 꿰뚫고 있지만, 그나마도 급한 상황에서는 ‘4만원짜리’ 비싼 볼 일을 보는 수밖에 없고 개중에는 아예 소변통을 비치해 차내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김광수 서울시의원은 최근 주유소 및 충전소의 공중화장실 미개방 문제를 들고 나온 바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유소 및 석유대체연료를 판매하는 곳은 공중화장실을 두도록 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경우 관리조례가 없어 다수 주유소 및 충전소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서울시내에는 주유소 569개, LPG충전소 75개를 합쳐 총 644개의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중 다수는 자물쇠로 걸어두고 있고, LPG를 사용하는 택시가 주유소를 이용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1개의 조합 운영 충전소를 보유한 개인택시에 비해 법인택시는 더 열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이 주유소 등을 공중화장실로 구분하고 있으면서도 규제할 방법은 명시하지 않아 행정자치부에 법제 개선을 요청한 상태지만 어디까지나 민간시설인 만큼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 주유소들이 자발적으로 화장실을 개방할 수 있도록 각 자치구청에 협조를 요청하고, 양 조합에도 택시기사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절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와 같은 택시기사들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택시운수종사자 복지쉼터’를 운영한 적이 있다. 강서구 화곡동에 문을 연 이 쉼터는 당시 택시노조에 위탁돼 운영되다 첫 3년 계획을 끝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이와 관련해 전택노련 서울지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조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제기를 많이 해서 실제 쉼터 운영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장소가 외곽이다 보니 실질적인 이용률이 떨어졌고, 이용률에 비해 예산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다다라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택시기사들을 위한 휴게시설이나 화장실의 경우 적절한 ‘위치’와 적정 이상의 ‘주차시설’이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높은 이용이 예상되는 도심의 경우 땅값이 비싼 데다 유지·관리가 만만치 않고, 그보다 앞서 인근 주민들의 거부민원으로 부지 확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를 휴게시설이나 화장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로서도 택시물류과 예산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교통수단으로서의 공공성 측면을 감안한다면 교통단속 시 예외로 규정하는 등의 차선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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