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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브리프<9>] 노홍승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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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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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생각하는 구호물류 및 피난체계

   

매년 습관처럼 하는 말이지만, 올 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그 중에서도 한 순간 국민들 모두를 긴장하게 했던 사건은 단연 지난 9월 12일에 발생한 경주지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살짝 비켜나 있어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진도 5.8에 달하는 역대급 지진이 일으킨 피해 자체도 컸지만, 본진이 발생한 이후 한 달 넘도록 지속된 여진 횟수가 400회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최근 일본 후쿠시마, 미야기 현 등지에서 강한 지진이 계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주지진,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으로 반복되는 대형 재난과 사고를 겪으면서 국민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재난대응 구호체계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달리 높아져 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중앙재난컨트롤타워 기능을 위한 국민안전처도 신설됐고 국민재난안전포털도 만들어져 각종 재난 시 국민행동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갑작스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황에 맞는 가까운 재난대피소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피난활동은 재난 발생에 대응해 본능에 의해 이뤄지는 생존행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람이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행위라고 생각해 보면 교통 활동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교통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설계되고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재난대피소는 홍수나 지진 등 같은 자연재난이라도 재난의 형태에 따라 대피해야 할 장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흔히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역사 등에 위치한 민방위 대피소는 전쟁 상황에 대비해 지하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홍수때 이리로 피신했다가는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지진해일(쓰나미)에는 무조건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지진에는 높은 건물이 오히려 붕괴의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할 곳이다. 그러므로 재난대피소는 재난 발생 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1.5km 범위 내에 피난민들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이재민이 대피소로 안전하게 대피했다면 복구활동이 마무리될 때 까지 이재민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구호물품이 물류활동의 관점에서 즉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실상은 어떨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세월호 사고 당시를 돌이켜 보면 구호물류의 우리나라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당일로부터 1년에 걸쳐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남아있던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 유가족 등에게 전달된 구호물품은 총 78만여 종에 달했다. 그 중 1년간에 걸친 실종자 수중 수색이 종료된 시점까지 사용하고 남았던 구호물품들만도 5만8천여 점에 달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희망브리지 측에 기탁됐다. 15t 트럭 7대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구호물품에 대한 수급관리가 사고 초기에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현장에는 모자라는 물품은 계속 모자라고 남는 물자는 산더미 같이 쌓여 오히려 구호활동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당시 경황이 없는 틈을 타서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인 척하며 구호물품을 빼돌리거나 챙겨가는 얌체족들마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재난대응 부문의 선진국인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편의점 전국 점포망을 활용해 피해 지역인 도호쿠 지역에 상품 공급량을 늘리고, 이재민들에게 화장실과 온수를 제공했다. 일본 큐슈지역의 구마모토현도 이러한 경험을 살려 2013년 7월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과 재난대비포괄 제휴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올해 4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2차 강진 발생한 직후 구호에 필요한 대형텐트들을 인근 나가사키현을 통해 공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2015년 1월 국민안전처, 전국재해구호협회는 BGF리테일과 MOU를 맺어 전국에 구호물자 물류센터 22곳을 운영하고,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과 구호물품 및 차량지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협약 체결만으로 피난과 구호체계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건대,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부처 책임자 중 누군가가 현장에는 어떠한 물품이 모자라고 어떤 물품은 남으니 구호물품을 무엇을 보내고 무엇은 그만 보내라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공유할 수는 없었을까?

그 많은 구호물품을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 중인 장소에 무작정 부닥뜨려 놓을 것이 아니라 인근 물류센터에서 취합해 체계적으로 분류․보관하다가 필요한 물품만 필요한 시점에 전달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대규모 재난대응을 위한 피난 및 구호물류체계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옛말에 임갈굴정(臨渴掘井)이라는 말이 있다. 목이 마르면 그제야 허둥지둥 우물을 판다는 뜻인데, 과연 얼마나 더 목이 말라야 체계적인 국가 재난대응 이란 이름의 우물은 파기 시작할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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