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교통신산업<온실가스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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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교통신산업<온실가스 감축>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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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함께 지원해야”
▲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후 환경부가 국내 시판 중인 이들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실증했다. 사진은 아우디 차량에 대한 실내 검사 장면.

교통신산업 미래를 이끈다-온실가스 감축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함께 지원해야”

온실가스 감축 계획 따라 수송부문 재편 가속

친환경차 중심 지원 정책은 “한계 크다” 지적

“내연기관차 환경 개선 기술 개발 지원 필요”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확산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현재 사회 인프라를 고려할 때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효과도 아직까진 너무 적고요. 사람들은 운송수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환경오염 최대 주범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전력․산업시설 배출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자동차만 유독 규제를 강화하는 것 같습니다.”

미래 교통 신산업 분야에서 친환경차와 연관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벌이고 있는 수송부문 환경 규제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와 학계를 비롯해 시민사회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달(12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정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가 감축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UN에 오는 2030년까지 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제시했다. 감축량으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8억5100만 톤) 가운데 3억1500만 톤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우선 국내에서만 2억1900만 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부문별로는 발전(6450만 톤), 산업(5640만 톤), 건물(3580만 톤), 에너지신산업(2820만 톤)에 이어 수송부문에서 2590만 톤을 줄인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2020년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km당 97g, 연비 기준은 ℓ당 24.3km로 강화한다. 2012년 대비 매년 4.5% 줄여 나가야 달성할 수 있다.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업체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50g/km 이하 차량 1대를 팔면 1.5대, 무배출 차량(ZEV)은 2대까지 판매량을 인정해 혜택 준다. 수동변속기 차량은 1.3대, 경차는 1.2대 판매를 각각 인정한다.

정부는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제도 시행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이 2020년까지 5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2020년 BAU 대비 1640만 톤으로 자동차 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1780만 톤) 92% 선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기간 가솔린 154억 리터, 디젤 105억 리터, 액화석유가스(LPG) 2억 리터가 절감된다.

전기차 보급도 크게 확대된다. 2020년까지 국내 신규 등록 차량 5%인 8만여대를 전기차로 보급해 누적 보급대수 25만대를 달성한다. 수소차는 버스나 택시처럼 운행 거리가 긴 대중교통수단을 중심으로 늘어난다. 2020년까지 누적 보급 목표는 1만대다.

이밖에 행정․공공기관에서 업무용 차량을 구입․임차할 때 친환경차를 50% 이상 구매해야 하고, 구매하는 친환경차 중 80%는 전기차나 수소차여야 한다.

친환경차는 올해 보급이 크게 늘었다. 2015년 말 터진 폭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태 직격탄을 맞아 내수 시장에서 디젤차 입지가 크게 줄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11월까지 팔린 친환경차는 모두 6만122대로 전년 동기(3만6540대) 대비 64.5% 증가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4만1471대로 잡고 이에 대한 보조금 지원책을 내놨다. 차종별 목표 대수는 전기차 8000대, 하이브리드차 3만4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3000대, 수소차 71대였다.

시장은 하이브리드차가 주도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수소차는 11월까지 목표치에 크게 미달된 145대와 41대가 판매됐고, 전기차는 4318대에 그쳤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5만5618대로 전년도인 2015년 동기(3만3646대) 대비 65.3% 증가했다.

전기차 포함 202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108만대다. 계획대로면 2020년 연간 신차 판매대수 170만대 가운데 친환경차가 20%(34만대)를 차지한다.

정부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에 관심을 쏟는 것은 가장 친환경적인 수단으로 여긴 것은 물론, 연관 산업을 신 성장 산업 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전기차 평균에너지소비효율(평균연비)과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달성 효과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판단에 따라 대당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시내버스나 택배용 소형화물차 등에 대한 집중적인 전기차 보급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희명 융합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내버스는 주행거리가 자가용 승용차 보다 10배 길면서 연비는 5분의 1 수준이라 전기차 전환효과가 승용차 대비 대당 50배 크다”며 “소형택배트럭 또한 시내주행이 대부분이라 전기차에 유리한 주행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 목표치가 달성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더딘 보급은 이런 부정적 전망에 방점을 찍는 요인이다. 2015년까지 등록된 친환경차는 18만361대. 최종 수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25~26만대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 목표를 채우기 위해 남은 4년 동안 80만대 이상이 추가 보급돼야 한다. 매년 20만대 수준인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실적 보다 최소 3~4배 많다.

정부가 주도해 강력한 지원에 나선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수요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서 시장질서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후 환경부가 국내 시판 중인 이들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실증했다. 사진은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실제 도로주행 검사 장면.

내수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 큰 현대․기아차 상황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은 75%에 이르렀다. 판매가 시원치 않으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얼마든지 단종하거나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2018년까지 11조3000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는 점은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22개 차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친환경차를 강조하면서 기존 화석연료 내연기관 차종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특히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노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연기관차는 지난 100년 가까이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일거에 친환경차로 전환할 경우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다는 비판이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관련해 친환경차 보급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송부문에서 내연기관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기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에도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기술이 수송부문 에너지 변환 핵심 기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 수송부문 에너지 예상 수요는 가솔린과 디젤이 각각 33%를 차지하고, 항공유(14%), 천연가스(11%), 전기 및 기타(8%)가 뒤를 잇는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 여파로 디젤엔진이 마치 사장돼야 할 기술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 디젤은 지난 1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친환경차 보급 장려와 디젤차 규제가 지나치게 감성적인 접근에서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프라 구축 없이 회의적인 환경 규제로만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국가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늘어나는 친환경차 수요에 맞춰 전력량 급증이 예상되는데, 전력은 역으로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오성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전기를 주로 화석연료로 얻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는 오히려 하이브리드차 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며 “차라리 정책 방향을 바꿔 시장 수요가 내연기관차는 경차로, 친환경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로 옮겨 가도록 유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 보급을 주장하면서 주로 유럽 사례를 많이 도입하는 데 물론 배울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실정과 너무나 차이가 커 단순 벤치마킹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기차 선진국 노르웨이는 전력을 수력으로 생산하는 만큼 전기차가 완전한 친환경차인데다가 인구도 500만명이라 우리와 차원 다른 정부 정책과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지목됐다. 발전이나 여타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많은데도 유독 수송부문에 대한 규제만 강조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디젤차에 대한 냉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중심으로 디젤엔진 개선과 관련 신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며 “유독 수송부문에 대한 규제가 심한 것은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발전 산업 등과는 달리 자동차 산업이 비교적 시장 자유 경쟁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에서 수송부문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전력 생산구조 등 일부 환경 친화적이지 못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인 만큼 다양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환경 영향에 대한 올바른 비교를 위해서는 연료공급단계는 물론 자동차 운행단계 에너지 사용 정량화를 통한 전 과정(Life cycle)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23%)와 원자력(29%)에 의한 전력 생산이 석탄(39%)을 능가하는 우리나라 발전 체계를 감안하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대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낫다고 덧붙였다.

송한호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솔린차 절반 이하로 친환경성이 높다”며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발전 체계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 특성이 좋은데, 2015년 나온 7차 전력 수급계획에 따르면 2029년에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도 “1차 에너지 20%를 차지하는 수송부문 에너지를 전기화시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절감 수단”이라며 “전기차는 온실가스 영향을 기존 자동차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같은 연료비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기존 자동차 대비 4~5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학계는 물론 업계와 시민사회계는 정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무리가 있고 친환경차 보급 확산을 막는 장벽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내연기관차에 대해서도 무작정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봤다.

최희균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러 문제로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친환경차는 아직까진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면 보급 확대가 어려운 만큼, 미래 기후환경 등을 고려해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충식 교수는 “최근 개발되는 디젤엔진 연소 기술은 고효율/저배기량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한 친환경 기술”이라며 “좋아진 기술만큼 비용이 치솟으면서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졌는데, 정부 지원 없이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면 이런 무궁무진한 솔루션이 묻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충분한 전기차 누적 보급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차 연비 향상과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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