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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 자동차 자원순환법 개정안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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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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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생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회장

   
 

새해 벽두부터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수 십 년간 이어오던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가 닥친 것이다. 자동차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폐자동차재활용비율 95% 달성을 위해 정부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업계로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1995년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으로 인해 업체 수가 5배로 늘어나면서 더욱 치열해진 생존경쟁 속에서도, 친환경설비를 보강하고 재활용비율 제고를 위해 창고시설, 전산재고시스템, 부품 쇼핑몰 등을 구축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업계도 더 이상은 사업을 운영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난 해 12월 22일 자동차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자동차 제조수입업자에게 폐자동차의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위해 모든 권한을 자동차 제조수입업자가 가져가는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자동차 제조수입업자는 자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에 대한 독점적인 재활용 권한을 가지고 위탁대행업체를 통해 처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자동차 제조수입업자만을 위한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EPR)’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EPR)는 국가 자원의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재활용시장 확대 등 재활용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녹색성장을 꾀하자는 정부 시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자동차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EPR) 도입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으며 타 업종의 성과를 빗대어 자동차 또한 제조수입업자에게 폐자동차 재활용 책임을 넘겨서 한 번에 해결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 상정된 자원순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EPR)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동안 정부에서 추진해 온 정책에 근본적으로 역행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으로 부여한 것은 자동차 한 대당 300g에 불과한 폐냉매의 재활용(약 1천원 비용부담)이었으며, 이를 빌미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자동차 전체에 대한 독점적인 매집, 알선, 분배 등의 권한을 자동차 제조·수입업자에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순환법 개악이 우리나라 일반국민 뿐만 아니라 재활용산업 전반에 불러올 파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첫째, 폐차동차의 시장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대기업인 자동차제조수입업자에 의해 독점적 거래체계로 재편됨에 따라, 현재 자율적 시장기능에 의해 10~100만원까지 거래되는 폐자동차도 향후에는 폐자동차의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제한이 돼 결국 자동차 소유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둘째,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가 폐차 매집 등에 대한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80%가 넘는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가 퇴출 될 것이며, 20%미만의 소수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만이 대기업에 종속, 계열화돼 하청업체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국 500여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 중 100여개 업체만으로 네트워크를 구축 및 지원하고 있어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경제정의 실현 등 국가 기본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측면에서도 심각하다. 폐자동차의 재활용책임 수행이라는 미명하에 설립된 대기업의 위탁대행법인은 불합리한 처리비용산정과 독단적인 폐차수집 및 배분 등으로 하청업체화된 영세한 재활용업자를 줄 도산시킬 우려가 짙다. 또한 과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만으로 구성돼 있는 폐차시장에 절대 진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했던 대기업들에게 이제 폐차시장을 장악하도록 풀어준 셈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태라고 볼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 이번 자원순환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자원순환을 촉진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폐자동차 해체시 물질별로 선별하여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을 막고, 파쇄재활용업자에게 일괄 인계하여 분쇄하여 처리할 경우 고철회수율은 하락하고 파쇄잔재물(ASR)이 증가하여 결국 재활용비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는 불법폐차 영업행위로 인해 피해를 방지하고 자원의 선순환체계 구축과 공정한 폐차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자 폐자동차의 매집권한을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에게 한정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였으나, 이번 자원순환법 개정안은 신설된 지 1년도 안된 자동차관리법의 조항을 무력화시키면서까지 제조·수입업자의 권한을 확대하고 있어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현실에 대한 파악은 물론이고 자동차해체재활용을 담당하는 당사자들과 사전논의 없이 진행된 자원순환법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다만 현행 자원순환법상 재활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폐냉매 등에 대한 자원순환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문제 등에 대하여 국회, 국토교통부, 환경부, 자동차 제조수입업자,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 등 당사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동감한다.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의 자율적인 영업권한을 보장하고, 폐자동차 자원은 시장경제흐름에 따라 유통시키면서 제조수입업자가 재활용이 어려운 물질의 순환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활용정책이 전환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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