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제도의 허와 실, 그리고 개선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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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제도의 허와 실, 그리고 개선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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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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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교수의 교통 View

예비타당성(예타) 제도는 말 그대로 본타(예비적 기능이 아닌 실질적인 타당성)를 시간적으로 앞서 비교적 간략하게 타당성 (feasibility)를 검사하는 제도이다. 예비 조사를 통해 해당 사업의경제성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함으로써 대형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1999년 도입됐다. 당시 국토부나 지자체의 제반 사업에 있어서의 타당성 조사의 문제점들이 예타제도를 성립케 하는 사유가 되었다.

어떤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면 바로 예산의 확보가 된다는 사실아래 어느새 예타는 여러 중앙부처나 지자체의 현안사업의 SOC 등의 계획 및 추진에 있어 막강한 하나의 단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현재 이 제도는 예산기획 및 배정의 주무부서인 기재부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기는 하나 예타사업 자체의 수행 및 운영의 주체문제, 예타제도의 지침 수용성은 물론 전체적인 예타제도의 관리주체 및 과정에 있어서도 이슈가 존재하나, 여하튼 예타제도는 예산의 연동으로 인해서 본타보다도 파급력이 큰 것이 현 시점에서의 무게감이다.

1999년에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3조에 의해 시행이 된 사유는 당시 시행된 34개 국책사업이 울릉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당성을 확보하는 등 과거 국토부 등 인프라 담당부서의 결과에 대한 타당성 조사의 신뢰성 상실 및 담당부처들의 모럴 헤저드는 예타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개선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분석자들의 중립성, 자료의 객관성, 외압 등의 배제 등으로 예타제도는 과거 15년 동안 665개 사업에서 약 37%의 사업에 대해서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짓고 재정을 아낌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타제도에서의 문제점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거버넌스에 대한 부분이 제일 처음에 온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예타를 통과하는 순간 예산이 반영되는 현재의 시스템은 예타의 정밀도를 본타보다도 높이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과정에서도 예타가 본타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예산의 확보는 특히 사업의 대상지가 존재하는 지역에 있어서의 국회의원 등의 로비의 존재 등으로 인해서 예타사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사업의 수행에서 간접적인 외부의 영향조건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의 의회만능주의와 관료주의가 결합해 지역적인 해당사업의 청신호가 켜지고 정작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이러한 예는 소선거구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선출제도와도 전혀 무관치 않음을 지적하고 싶다. 실례로 과거 특정시의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은 국가적 사업으로 중요하나 그보다도 자신의 지역구에 국한한 도로사업을 더 중시하고 관심이 많고 통과가 되도록 바라는 그러한 사태는 사실 지금도 이곳저곳 사업에서도 반복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예타에서의 검토와 본타에서의 검토 간의 시간 차이 및 사업의 평가방식도 문제이다. 특히 국토부와 같이 중요한 SOC제공 기능이 존재하는 부서의 경우 마스터플랜에 의한 SOC투자 등은 나름대로 우선 순위와 타당성이 존재하며 여러 사업간의 연계성과 중요도는 서로 얽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예타에서는 이러한 사업군이 개별사업으로 B/C와 AHP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되다보면 마스터플랜 안에서의 전체적인 사업들의 우선순위 및 그것을 담고 있는 거시적 총체적인 계획들이 실현이 원안과 달리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 인한 비효율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네트워크차원의 효율성이 각개의 사업의 효율성에 의해서 지배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 한 몇 가지에 대해서 예타를 위해서 선거제도를 고치거나 예타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중심의 사업이 더 옹호됨이 현실이고 기존의 법정계획, 예를 들면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이나 국토종합계획, 도로정비계획 그리고 제반 교통정비기본계획에서 도출된 사업들이 개별적으로 구현되는 예타제도로 인해서 전체적 SOC의 계획에서 노정된 사업의 일괄적인 구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별사업의 처리에서는 해당사업의 법정계획으로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필요성, 전후관계 및 타사업 과의 의존관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SOC의 경우 법률적으로 예타와 본타가 모두 시행되도록 법률에 의해서 규정돼 있는 만큼 예타와 본타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규정도 마련이 돼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보행, 자전거, 트램 등의 친환경사업에 대한 예타의 지침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교통수단에 대한 실제적인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평가의 틀이 보완돼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돼 통행의 목적도 다양화 되어지는 만큼 국민들은 편하면서도 쾌적한 다양한 교통수단을 누릴 권리가 있다. 경전철이란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요즘이다. 사실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수단이 경전철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도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다른 편익의 계상방식이 많지 않다보니 그로 인해서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 과수요의 추정과 저비용의 추정이 주를 이루었고 그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보고 있는 셈이 됐다. 이제 세계의 대도시들은 도시간은 가급적 빠르게 그리고 도시 내는 슬로우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트램, 보행, 자전거 등의 사업도 예타를 통과해 대국민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제도나 지침이 개선돼야 한다.

예타제도는 이제 햇수로 어언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예산 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했지만, 예타만 통과되면 됨으로 인한 또 다른 예산 낭비의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고 예타만 되면 되는 방식의 개별 프로젝트기반의 접근은 합리적인 틀에서 생성된 국토 및 교통계획을 왜곡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는 듯하다.

예타제도가 80년 정도에 생겼다면 현재의 고속도로 7×9 전국고속도로망이 가능했을까? KTX나 인천공항이 가능했을까? 되묻고 싶다. 현재 기재부와 의회의 힘이 너무나 세다. 정작 SOC 등의 책임부서와 지자체들은 보따리를 챙기면서 좌우로 방황하면서 예타가 통과되면 일희일비하는 느낌이다. 국토부나 지자체에서는 정작 예타가 통과되어도 정말이지 법정계획 등의 큰 틀에서 유리하지 않거나 우선순위가 밀린다면 이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는 없는 것인지? 예타가 통과가 안 되어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예타제도 제2의 도약을 위한 반성과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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