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안 두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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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안 두고 ‘설왕설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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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소비세 혜택 편중...지자체별 지원금 ‘복불복’

생계형 화물차 개소세 혜택 전무...지원 기준 세분화해야“

지자체, 벌써 지원 예산 동난 곳도...“재정부담 덜어줘야”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전국의 폐차 물량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하루 4~5대에 불과한 물량이 올해부터 하루 20대~대씩 6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1월 시작된 수도권의 노후 경유차 폐차 접수는 일주일 만에 1만1000여건을 넘어섰다. 예년의 10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정부의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안이 포함된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이 나오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기페차 지원안을 두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별소비세 혜택이 노후 경유차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계형 화물차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지자체별 재정도에 따라 지역 운전자들의 지원금이 달라지거나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골자다.

“개별소비세와 지자체 예산 모두 문제”

미세먼지 대책으로 최근 정부가 내놓은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안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상 차량이 대부분 서민들의 생계형으로 신차 구입을 위한 폐차 유도가 쉽지 않은데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서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아 이번 대책이 자칫 ‘전시성’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경유나 휘발유 등 신규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1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의 70%를 감면해 주겠다는 것인데 이 안에 신규 승합·화물차 구입에 대한 감면 혜택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하물며 화물차는 개별소비세가 원래 없다. 두 번째는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제도를 전국 시·군·구로 확대하고 지원금도 상향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지자체별 재정도 차이로 예산이 바닥날 경우 보조금 지원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두 가지 안 모두 현실성이 떨어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의 경우, 폐차가 신차 구매로 이어져야 가능한 혜택이라는 점이 문제다. 노후 경유차들이 대부분 서민 생계형 차량인데 폐차 후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신차를 사는 것이 그다지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계형 수단으로 노후 경유차를 유지하던 운전자들이 개별소비세 혜택 때문에 있던 차를 폐차하고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새 차를 구입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더구나 승합차나 화물차는 대상에서 빠져 있어 미세먼지 대책안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제도 확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폐차에 대한 정확한 수요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지자체의 재원이 필요한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지자체별로 조기폐차 예산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관련 재원이 전액 정부 지원이 아니라 지자체에 50%의 재원 부담을 주고 있어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해당 운전자들의 혜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관련 재원 마련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는 광주시의 경우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아 연간 200대 정도의 노후 경유차에 대해서만 폐차 지원을 했다. 이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연간 시 자체 예산 2억과 정부 지원 2억을 합쳐 4억 가량이다. 시는 올해도 4억2천여만을 편성했지만, 157대 지원을 끝으로 이미 예산은 바닥난 상태다.

시 관계자는 “1월에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미 3월에 예산이 바닥나 사업이 마감된 상황이다"며 "지금으로선 신청해도 받아줄 수가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총 240억 원을 들여 노후경유차에 대한 조기폐차와 저감장치 부착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초미세먼지의 발생의 주요원인이 되는 3.5t이상 중·대형 화물차 지원정책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조기폐차 차량 전체 4893대 중 82.1%인 4015대가 승용차다.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승용차보다 10배 이상 많은 3.5t 이상 화물차 조기 폐차는 전체 차량의 0.7%인 36대에 불과하다.

생계유지와 차량가격 문제로 조기폐차를 할 수 없는 대부분의 화물차주들은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저감장치를 부착하려고 문의하고 있지만 시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애초 시는 지난 2004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저공해조치(조기폐차, 저감장치부착) 대상 차량을 18만4000대로 예상했다. 이중 지난해까지 총 12만3000대에 대해 저공해 조치를 취했고 2019년까지 6만1000여대에 대해 저공해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예산을 토대로 1천여대의 저감장치 대상 노후경유차를 분류할 예정이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문제를 의식한듯 서울시는 노후 경유자동차로부터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보조금을 100% 지원키로 했다. 지원액도 기존 15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조기폐차 지원 2만500대·매연저감장치 부착 5039대 등 620억원을 투입해 저공해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선 2005년 이전에 등록한 노후 경유차 5039대를 대상으로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한다. 장착비용은 143만원(소형)에서 최대 1031만원(대형)까지 지원하며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큰 3.5톤 이상 대형경유차와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우선 부착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화물차 관리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조치이다.

“제도 살리려면 화물차 관리에 무게중심”

현재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안에 가장 큰 문제는 노후 경유차 중에도 화물차 관리로 꼽힌다. 질소산화물 등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물차 폐차가 우선이지만 지원금 대부분이 매연 배출이 적은 승용차에 집중돼 있기에 문제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올해 책정된 조기폐차 예산이 1000억원에 가까운데, 이 보조금 혜택이 영세한 화물차에 우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화물차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도 실효성을 살리려면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액수를 지금보다 늘려서, 더 많이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사실상 2006년 이전에 나온 경유차면 사실상 모두 조기폐차가 가능한데 이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낡은 차량일수록 보조금 혜택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영세한 화물차가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화물차든 승용차든 배출가스가 더 많이 나오는 차부터 순차적으로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체재활용업계 한 전문가는 “미세먼지 대책 같은 정부의 중대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통한 접근이 필요한 만큼 중앙정부가 의무 분담 비율에 치중해 지나치게 재원을 지자체에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노후차량 폐차 유도를 위한 보다 과감한 지원 등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중앙정부의 정책선회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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