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기를 관광개혁 '골든타임'으로..."저가 덤핑관광 수술하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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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위기를 관광개혁 '골든타임'으로..."저가 덤핑관광 수술하는 기회로"
  • 임영일 기자 yi2064@gyotongn.com
  • 승인 2017.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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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관광 규제·관광청 신설 등 조직 강화 필요
무슬림·동남아 관광객 ‘친화 서비스’ 개발해야
“고질병 고친다면 하나를 잃고 둘 얻을 수도”

중국인 저가 단체관광에 의존해온 한국 관광산업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휘청거리고 있다. 저가관광 근절과 질적 성장, 시장 다변화는 그동안 계속 관광업계의 과제로 지적됐지만 개선은 더뎠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미뤄왔던 '한국 관광산업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한국 관광산업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지금이 더는 대대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저가 덤핑관광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커(遊客)'로 불린 중국인 단체관광객 행렬에 가려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저가 덤핑관광 같은 고질병은 평상시에는 손대기 어렵지만 사드 사태로 문제를 바로잡을 여건은 조성됐다. 덤핑으로 관광의 질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남상만 서울특별시관광협회장은 "그동안 중국인들이 많이 왔지만 저가관광 탓에 '빛 좋은 개살구'였다"며 "당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질병을 고친다면 하나를 잃고 둘을 얻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전 부문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 학계가 모여서 종합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저가관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자격 여행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일본이나 캐나다 등과 같이 관광업무를 전담하는 관광청 신설 등 조직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관광산업의 질적 개선을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은 "그동안 관광시장이 질적으로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선언적이었을 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 목표를 확실히 세워 중국이 오히려 한국 관광의 체질만 강하게 만들어줬다고 후회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민여가관광부와 같은 부처가 생기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조직을 더 늘리고 관광 관련 예산도 증액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저가 단체관광의 대안은 품격 있는 관광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고품질 관광상품을 개발해 개별관광객을 공략하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인도 등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자는 얘기다.

아울러 바가지요금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불법 행위와 불친절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급선무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저가 관광상품으로 보는 손해를 바가지 요금이나 쇼핑으로 메울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대접을 받으면서 돈을 쓸만하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도 품격 있는 상품이 많아지면 재방문율이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한국 관광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관광객 방문을 늘리려면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관광정보 제공, 비자 발급 간소화 등도 필요하다.

동시에 할랄 인증 식당을 늘리는 등 무슬림 관광객 친화 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

김상태 본부장은 "우선 교통, 숙박, 음식. 쇼핑 등 각 부문에서 안전성을 높이고 불편함과 비위생적인 부분을 줄이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또 다른 축으로는 한국 관광 콘텐츠의 매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사드 보복'에 대처하기 위해 관광기금 특별융자 지원과 함께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최근 방한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품질 높은 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광고도 늘린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황성운 국제관광정책관은 "동남아와 중동 등 다른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비자 발급 완화 등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울러 개별여행객들의 여행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 국민들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난해 저가 전담여행사를 상시 퇴출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저가관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전담여행사의 명의 대여 행위와 무자격 관광통역 안내사를 단속하고 있다.

면세점과 여행사 등 업계도 시장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중동 무슬림 여행사 2곳과 송객 계약을 맺었으며 중동 현지 여행 박람회에도 참가한다. 동남아 여행사 79개사와도 송객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고객을 위해 여의도 63빌딩 내 상층부 고급 레스토랑 4곳은 한국관광공사의 할랄 레스토랑 인증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도 획득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집중된 불안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동남아, 중동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당장 중국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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