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에 도전한 ‘車’ 실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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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에 도전한 ‘車’ 실적 보니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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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첫 해, 판매 돌풍으로 기대감
▲ 르노삼성차 SM6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에 도전했던 국산 경쟁 모델들이 실적 부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종별로 출시 초기 큰 인기를 끌다 1년 정도 만에 판매가 곤두박질쳤거나, 기대와 달리 시장에 선 보이자마자 판매가 신통치 못한 경우가 나오고 있다.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가 차급별로 신차를 앞세워 내수 시장 공세를 강화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신차는 상품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소비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현대·기아차가 장악한 견고한 시장 구도를 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게 했다.

▲ 한국GM 더 넥스트 스파크

우선 한국GM이 2015년 ‘스파크’를 내놓자 기아차 ‘모닝’이 장악했던 경차 시장이 확 뒤바뀌었다. 스파크는 출시 첫해는 5만8978대로 모닝(8만8455대)에 뒤쳐졌지만, 지난해 7만8035대로 모닝(7만5133대)을 밀어내고 9년 만에 왕좌 자리를 꿰찼다. 그러다 올 1월 기아차가 신형 모닝을 출시하면서 상황이 다시 역전됐다. 모닝은 4월까지 2만3478대가 팔려 벌써부터 스파크(1만6330대)를 7천대 이상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해 들어선 매달 2천대 가량 격차가 나고 있다.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2만3000대에서 많게는 3만대 정도 모닝이 앞설 가능성이 높다.

▲ 한국GM 올 뉴 크루즈

현대차 ‘아반떼’가 지배하고 있는 준중형세단 시장에서는 올 1월 한국GM이 ‘크루즈’를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준대형세단 ‘임팔라’와 중형세단 ‘말리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GM은 올 한해 준중형세단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마자 순위 다툼 게임이 싱겁게 끝난 분위기다. 출시 전부터 생겼던 가격 논란에 더해 품질 문제로 출고까지 지연되면서 신차 효과를 누려보기도 전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꼴이 됐다.

크루즈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3월 2147대가 팔렸지만 4월에는 1518대로 판매가 29.3% 줄었다. 4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3900대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아반떼는 같은 기간 2만7682대가 팔렸다. 두 차종 판매 격차는 7배나 된다. 아반떼 실적이 전년 대비 11.7% 감소했지만, 4월 들어 전년 대비 7.9% 증가한 8265대가 팔리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크루즈 실적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 한국GM 올 뉴 말리부

중형세단 시장에서는 지난해 르노삼성차 ‘SM6’ 판매 기세가 거셌다. 출시 첫해에만 5만7478대가 판매돼 8만2203대가 팔린 현대차 ‘쏘나타’ 최대 경쟁상대로 부상했다. SM6은 심지어 4만4637대 판매에 그친 기아차 ‘K5’를 밀어내며 차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업계는 출시 2년째인 올해도 SM6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판단 근거였다. 그런데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가 지난 3월 디자인을 크게 바꾼 쏘나타를 내놓으면서 시장 상황이 돌변했다.

쏘나타는 4월까지 전년 대비 7.7% 감소한 2만5142대 팔리는데 그쳤지만, 새로운 모델이 본격 판매에 들어간 4월로만 한정하면 전년 대비 13.3% 증가한 9127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SM6 판매량은 1만6227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1% 증가한 점은 긍정적 대목이지만, 쏘나타가 반격에 나선 4월에는 전년과 전월 대비 각각 24.0%와 18.5% 실적이 줄었다. 상황에 따라 격차는 얼마든지 더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출시된 한국GM ‘말리부’ 실적에도 하락세가 엿보인다. 지난해 전년 대비 123.8% 증가한 3만6658대, 올해 들어선 4월까지 전년 대비 357.0% 증가한 1만3309대가 각각 팔린 것으로 집계돼 일단 판매 추이는 괜찮은 편이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실적 모두 신차 출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것이라, 세 자리 수 증가세를 향후 실적 전망에 의미 있는 지표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말리부도 SM6과 마찬가지로 신형 쏘나타 출시 이후인 4월 실적이 전월 대비 21.0% 감소한 상황이다.

▲ 한국GM 임팔라

준대형세단 한국GM ‘임팔라’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2015년 출시 첫해 6913대에 이어 지난해 1만1341대가 팔리며 어느 정도 볼륨을 갖추는가 싶더니 올해는 4월까지 전년 대비 75.1% 감소한 1528대에 그쳤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외산차라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말 신형 ‘그랜저’가 출시돼 큰 타격을 받았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이후 5달 연속 1만대 이상 팔리고 있는데, 4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만 4만7406대에 이른다. 지난해 5만6060대가 팔려 그랜저를 바짝 뒤쫓았던 기아차 ‘K7’ 또한 신형 그랜저 영향으로 올해 4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6.5% 감소한 1만7932대에 그쳤다.

▲ 르노삼성차 QM6

중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시장에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에 도전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QM6’도 기세가 많이 꺾인 분위기다. 지난해는 하반기 출시되고도 1만4126대나 팔려 올해 전망을 밝혔는데, 4월까지 판매량이 9557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꾸준히 3천대 이상 팔렸지만, 올해는 2천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 반면 싼타페와 쏘렌토는 4월까지 각각 1만8529대와 2만1917대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두 차종 모두 각각 전년 대비 25.4%와 23.3%씩 감소한 게 변수지만, 남은 기간 시장 상황이 QM6에게 유리하다고 보기엔 힘든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에 도전했던 차종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선 원인으로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 신차 개발과 생산 능력에서 업체 간 격차가 큰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일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빼앗겨도 규모가 큰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즉각 상품성 개선 차종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판매에 나섬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판촉·마케팅 인프라 또한 현대·기아차를 넘어서기 힘들다. 인력은 물론 자금 모두 하위 3개사가 현대·기아차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그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판촉·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가 유리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는 일단 현대·기아차 지배력이 과도한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줬다는 점에서 하위 3개사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대·기아차에 밀리는 추세가 계속되면 실적과 출시 전략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이들 업체가 좀 더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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