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정부 핵심 교통공약 진단<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와 무료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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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새정부 핵심 교통공약 진단<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와 무료화 확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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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조절, 투자재원 조달 차원서 통행료 책정해야
 

[교통신문] 대부분의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가격 기능을 통해 민간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주도의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된다. 그러나 일부 재화나 서비스는 민간이 참여하지 않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만 한다.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는 무료 도로나 통행료 수입만으로는 적자가 발생하는 고속도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고속도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에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투자비를 민간이 100% 부담하고 통행료 수입으로만 충당하게 하면, 민간 어느 누구도 사업에 참여하려 하지 않고 설사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조차도 영원히 적자가 지속돼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고속도로는 투자비의 50%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로공사가 차입금을 통해 조달한 이후에, 운영비를 차감하고 남은 통행료 수입으로 차입금을 점진적으로 상환해나가고 있다.

한편 정부의 도로공사에 대한 투자비 50% 지원만으로는 필요로 하는 고속도로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90년대 중반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등을 위시한 적지 않은 고속도로를 민간이 건설하게 했다. 다만 도로공사에 대한 50% 투자비 지원보다 훨씬 적은 비율의 투자비를 정부가 지원하고 또한 영구한 기간이 아닌 30년만 운영하게 함으로써,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는 도로공사 통행료보다 훨씬 높아 민자 고속도로 이용자의 커다란 원성을 듣고 있다.

이와 같이 고속도로 투자비의 몇 %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할 것인가와 또 도로공사이든 민간이든 통행료 수입으로 차입금을 얼마동안에 상환할 수 있는가를 토대로 통행료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고속도로 이용자 개인은 거의 모든 경우 일단 통행료 수준이 낮거나 무료이면 내게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 다수는 낮거나 무료인 통행료 정책을 희망할 지라도, 중·장기적인 편익과 손실을 토대로 적정성을 검토해 통행료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정부 통행료정책 유감

새 정부는 더욱 과감해져

 

우리나라 정치권은 중·장기적인 폐해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이 희망하는 선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다음 집권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심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서 고속도로 통행료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2000년부터 적용되어 왔던 출·퇴근시간대 통행료 20% 할인제도를 2008년에 할인적용 시간대를 확대하고 할인율을 50%까지 확대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자 2011년에 50% 적용 시간대를 새벽과 늦은 저녁시간대로 축소했다. 박근혜정부는 출·퇴근시간대 할인정책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지는 못했지만, 2015년 광복절 전날과 2016년 임시공휴일에 도로공사의 고속도로를 전면 무료화했다. 이로 인한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입 손실은 각각 14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고속도로 통행료정책은 과거 정부보다 국민 개인 입장에서 더욱 화끈하다. 주요 내용은 통행료 수준을 점진적으로 인하하여 무료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범적으로 담양∼해인사구간 광주대구선과 삼척∼동해구간 동해선을 무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금번 추석 명절 3일 동안 도로공사는 물론 민간의 고속도로까지 무료화했고, 이로 인한 677억원의 손실은 세금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앞으로 명절 무료화를 상설화하고,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영동선을 무료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대부분 선진국 통행료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는 우리 정책

 

모든 요금정책의 기본 원리는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충을 위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먼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어려운 단기적 관점에서는 수요가 많으면 요금을 인상하고 수요가 적으면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

따라서 출·퇴근시간대 수요가 많은 광역권 내 고속도로는 할인이 아닌 할증을 해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할인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양재∼궁내동 구간 경부고속도로는 할인으로 인해 수요가 더 많아져 혼잡해지자 비싼 돈을 들여 확장했지만, 서울시내 도로는 그대로인 상태에서의 일부 고속도로 구간 확장은 서행구간만 확대됐을 따름이지 확장 효과는 거의 없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사실 고속도로 이용자에게 발생하는 편익을 대가로 징수하는 것이다. 무료화는 더 많은 수요를 발생시키게 되어 더 많은 고속도로를 공급해야 하고 공급을 위한 투자재원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징수한 세금까지 투입하여야 하는 불공평성을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한번 무료화하면 이를 다시 유료화하기란 매우 어렵다. 선진국 중에서 고속도로가 무료인 영국과 독일은 여러 번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하물며 나름대로 유료 고속도로를 성공적으로 도입해투자를 단기간에 확대한 우리나라가 잘못된 정책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일부 선진국의 무료화정책을 쫒고자 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다음으로 고속도로 통행료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속도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대폭적으로 투자를 확대했고, 정부의 50% 투자비 지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도로공사의 차입금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정부는 낮은 통행료 수준을 견지함으로써, 통행료 수입이 차입금 원금 상환에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1990년에 0.6조원에 불과했던 도로공사 부채는 2000년 11.6조원, 2010년 23.7조원으로 계속 증가해, 현재는 27.5조원에 달하고 있다.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상환할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세대보다 후대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인데, 현 정부의 통행료 무료화정책은 도로공사의 부채를 급속하게 증가시켜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후대 세대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고속도로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지하철의 65세 이상 경로자 무료정책으로 인해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 지자체의 적자는 계속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모든 광역지자체는 이로 인한 문제점을 수없이 호소하고 있지만, 무료요금의 유료화 전환은 실제로 정치권에서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통행료가 낮아지거나 무료화되면, 향후에 다시 유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다. 물론 낮은 요금정책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 통합정책을 시행하면서 환승 무료에 따라 매년 2000∼3000억원을 지불하는 것은 대중교통수단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한편으로 민자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고속도로보다 통행료가 매우 비싸다. 이는 투자비의 정부 지원 비율이 도로공사의 50%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통행료 징수기간 또한 도로공사가 영원한 반면에 민간은 30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은 남부구간보다 늦게 개통돼 주변 주민은 이용에 따른 혜택을 적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에 비해 민간에 대한 불리한 차별적인 투자비 지원으로 높은 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다. 따라서 공평성 측면에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는 많은 경우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다만 전제조건은 도로공사의 전체적인 통행료 수입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로공사의 통행료는 다소 인상돼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통행료 정책을 시행해야

 

       손의영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국민 개개인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하고자 한다. 즉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혹은 무료로 이용하고자 한다. 다만 이는 고속도로가 혼잡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혼잡하지 않은 고속도로를 낮은 요금에 혹은 무료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또한 국민 개개인은 많은 경우에 일상적인 경제 행위에서 단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대신에 정부는 국민 개개인보다는 국민 전체를 고려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또한 단기적인 개개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동해야 한다. 즉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또한 장기적으로는 고속도로 공급 확충을 위한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통행료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가 그러했듯이 현 정부 또한 국민의 단기적인 환심을 사고자 하는 마음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낮게 하거나 무료화하려는 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부작용이 매우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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