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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교통산업 ‘고용문제’·‘근로시간’<자동차산업>
이승한 기자  |  nyus449@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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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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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스를 순 없지만 섣부른 해결은 지양해야”
- 근로시간 단축 놓고 재계·노동계 ‘동상이몽’
- 車업계 “원론적 공감에도 단기부담은 걱정”
- 근로자 “규정 시간 일하면 추가 부담 없어”

   
▲ [참고사진 : 현대기아차그룹] 기아차화성공장

“거스를 순 없지만 섣부른 해결은 지양해야”

근로시간 단축 놓고 재계·노동계 ‘동상이몽’

車업계 “원론적 공감에도 단기부담은 걱정”

근로자 “규정 시간 일하면 추가 부담 없어”

“생산성 향상해 근로시간 문제 해결 가능”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재계와 노동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수면 위로 더욱 올라온 분위기다.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 따라 기아차가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할 금액은 원금과 이자 등을 합해 4223억원에 이른다. 표면적으로는 비용이 통상임금 핵심처럼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쟁점은 근로시간에 있다. 잔업과 특근에 따라 받는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그간 만연돼 있던 초과 근로시간에 대한 조정이 어떤 식으로든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심 판결 직후 기아차는 생산시설 근로자 잔업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특근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잔업과 특근이 실시되면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가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당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명목상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노동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이런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간 기업은 고정 기본급 대신 정기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명목 수당 비중을 높여 임금 인상 효과를 냈다. 이는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국내 노동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씩 매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로는 매주 12시간씩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토·일요일을 제외한 5일을 근로의무가 있는 날로 본다는 점이다. 때문에 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16시간 초과근무가 발생하고,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시간까지 더해 총 68시간까지 늘어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이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법과 제도적 혼란 탓에 근로자 연간 근로시간(2015년 기준 2113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66시간)보다 많은 점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정계·노동계·업계 대표가 공동으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국회에서 상시근로자 규모에 따라 기업을 3개 그룹으로 나누고 유예기간을 차등 적용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구체적인 유예기간 적용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결론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 적용 범위에 대한 입장차도 여전히 크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와 일자리 20만4000개 창출’이 현 정부 정책인데다, 야당 또한 이를 반대할 명분이 딱히 없어 정치권이 유예기간 등 문제에 합의만 한다면 대기업부터 내년에 ‘주 52시간 근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인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립함으로써 2022년까지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며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 결정은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종업원 건강권 향상과 더불어 체질 개선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사진 : 현대기아차그룹] 기아차하남공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근로시간 단축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단기간 증가하게 될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일주일을 5일로 잡던 기존 개념을 토·일을 포함해 7일로 바꾸면 수당 지급 기준도 올라간다. 여기에 줄어든 16시간을 보충할 인력이 새롭게 충원돼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면 12조3000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아울러 기존 근로자 근로시간을 줄이면 그에 따라 임금 삭감이 뒤따르게 돼 노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휴일근무 수당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숙련도 떨어지는 신규 인력 충원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게 판단 근거다. 같은 맥락에서 통상임금 이슈에 대해서도 부담 증대를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 판결 영향으로 완성차와 부품업계에서 2만3000명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급격하게 근로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근로자 임금 감소를 고려해야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쇼크 등이 기업에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봤다. 당장 통상임금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기업 부담이 최대 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와 학계는 국내 자동차 업체 부진으로 경영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노사 갈등 등 ‘3중고’가 자동차 산업에 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은 “급격하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중소 부품 업체와 자동차 산업 근간인 도금·열처리·주물 등 업계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를 부를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위기로 이미 부도가 났거나 부도 직전인 업체도 많으니 자동차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도 연장근무와 야간근무 없이 법대로 규정된 시간만 일하면 회사에 큰 추가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8월 한국사회 과도한 장시간 노동과 그로 인한 과로사 문제를 지적하고, 근로시간을 줄이고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은 “자동차 업종 근로자는 연간 300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완전 8/8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토요일 휴무일을 휴일로 바꿔 휴일근로에 따른 수당 지급 기준을 상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기아차 노조는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이 높아져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 역으로 국가 법적 규제 없이도 장시간 근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통상임금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소송이 향후 노동환경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법조계는 “조속히 임금구조를 간소화하는 임금구조 개편 작업과, 소속 근로자 초과근로를 단축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과 근무방식을 개편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현실적 극복 과제는 많다. 노동계가 통상임금을 더 많이 인정해 달라할수록 기업은 어떻게든 야근이나 잔업, 휴일근무를 없애려 할 수 있다. 당연히 근로자가 받는 급여에도 악영향을 준다. 기본급이나 수당이 높고 막강한 노조를 등에 업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는 문제가 덜해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그릇된 관행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힘의 논리 탓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와 노동계는 여러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시간 계좌제’다. 근로시간 계좌제는 노동자가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 자신 계좌에 저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휴가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도다. 독일 등에서 보편화돼 있다. 근로자는 노동 부담을 줄여 여가를 누릴 수 있고, 기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자 삶의 질이 높아지면 지역경제까지 상생 발전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기존 보상휴가제(대체휴가제)를 근로시간 계좌제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에서 근로시간 계좌제가 도입되려면 법과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선결돼야한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지만, 해결을 목적으로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노동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한국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근면’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화하면서 산업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는데, 이를 외면한 채 단시간 근로시간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면 반발과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며 “자동차 업계의 경우 최근 국내공장 낮은 생산성 문제가 노동시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고, 업계와 노동계가 장시간 근로 문제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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