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픔 떨치고, 다시 뛰는 ‘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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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픔 떨치고, 다시 뛰는 ‘대한통운’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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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사실상 편입
-법정관리시 영업현장서 힘겨운 경쟁
-직원들 기대심리 크고 의욕 높아
-아시아나항공과 연계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가 빠르면 내달 3일 본계약을 체결과 함께 사실상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한통운 직원들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그동안 ‘법정관리’라는 주변환경에 불안해하며 경쟁사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10여일이 지나면 사실상 법정관리의 멍에를 벗어나 새 보금자리에서 또 다른 출발을 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생기는데다, 금호측에서 향후 3년 내에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함에 따라 대한통운 직원들은 시쳇말로 ‘일할 맛이 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 최소화를 보장했기 때문에 임직원 모두가 따사로운 봄볕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편집자>

-힘겨웠던 과거

‘대한통운’이라 하면 ‘국내 최대 물류업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1999년 이전까지 대한통운 직원들은 이 수식어를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겼다. 국내 물류산업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온 1999년 이후, 이러한 자부심은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경영에 위기를 겪으면서도 실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법정관리에 따른 신분 불안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8년여 간 대한통운의 향후 진로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며, 이러한 루머로 인한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날로 더해갔다.
실제로 영업현장에서도 ‘법정관리 = 곧 문 닫을 회사’라는 이미지로 인해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한통운이 물류회사가 아닌 제조업체였더라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제조업체에 비해 물품을 날라주는 서비스업인 물류업체는 그나마 법정관리에 따른 불리함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리함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이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렌터카 사업부문의 한 직원은 법정관리 초기 다른 회사에 자신의 사표를 낸 경험이 있다. 자금유동성이 나빠져 신차 값 결제가 지연되자 자동차업체에서 차량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영업소에서 고객을 놓치겠다고 난리가 난 상황에서, 그는 자동차 회사로 찾아가 담당 임원에게 “차를 내주지 않으면 나는 회사에 사표를 써야 한다”면서 사직서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결국 자동차업체로부터 신차를 받아온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 뿐만 아니다.
현장 영업직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법정관리 초기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국제물류부문의 한 직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업을 해 물량을 수주하면 경쟁업체의 다른 영업사원이 찾아가 곧 무너질 불안한 회사에 물량을 주느니 자신들에게 달라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등 골치 아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적자를 냈거나 경영이 부실한 것도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었다”며 “하지만 회사가 어려움을 겪은 만큼 더욱 탄탄해 져 이제는 웬만한 위기상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통운은 긴 세월만큼이나 회사와 노조 사이의 정(情)도 끈끈하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노조는 두 차례에 걸쳐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당시 노조위원장이 직접 전국 지사 및 지점을 순회하면서 채권회수율 높이기를 독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상 채권회수 독촉은 회사측에서 강조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노조측 행동은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희망에 찬 미래

지난 수년 간 가슴을 졸여왔던 직원들은 지난달 18일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조금씩 안정을 찾았으며, 최근에는 급격한 실적 호전과 함께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의 편입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시 3년 내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함께 구조조정도 거의 하지 않을 것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택배사업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전반으로도 그렇지만, 택배부문 실적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시설 투자나 그룹 물량이 지원된다면 사업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으로 고무된 분위기가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고, 여기에 경영정상화가 맞물리면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법정관리 이후 입사한 직원들도 재계 7위 그룹의 일원이 된다는 사실을 반기고 있다.
항만사업분야의 한 직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가 되면 복지도 더 나아질 것이고, 그룹 물량이나 지원, 경영정상화 등이 더해져서 생산성도 더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통운은 그동안 다른 그룹 계열사(경쟁사)들과 달리 모기업의 지원 없이 어렵게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젠 이러한 주변여건에 따른 불리한 환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일단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의 물량을 수주할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과 연계한 항공화물사업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물류업무 협력이 가시화되면 글로벌 경영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가질 수 있어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항공과 연계하면 해외 현지에서의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고, 국제택배, 포워딩 등 신규 국제물류사업 개발이나 기존 사업부문의 확대도 가능해져 직원들이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물량까지 처리하면 시장개척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빠르면 내달 3일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사실상 편입되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탈피에 대한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법원의 승인이 나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임원진을 선임, 최종적으로 인수작업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통운은 지난해 총 1조26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30억원, 당기순이익은 760억원으로 회사 창립이래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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