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상공서 국가경쟁력 결정된다 <물류특집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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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m 상공서 국가경쟁력 결정된다 <물류특집 Ⅲ>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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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
<동부익스프레스>
'동부 부산 컨 터미널을 가다'

수출입 최 일선 현장 365일 24시간 풀 가동
첨단 시스템과 최고 운영능력 결합
GC 직접 조종…아찔한 경험


파란 하늘 아래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떠 있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지난 17일. 상공에서 내려 본 부산 앞 바다 위에는 화물을 가득 실은 수 십여 대의 대형 화물선박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분주히 운항하고 있었다. 수출 한국을 대표하는 부산항의 위상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할 물류현장은 동부익스프레스가 운영하는 '동부 부산 컨테이너 터미널(이하 동부터미널)'. 김해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40여분 가량 지나자 목적지인 동부터미널 작업현장에 도착했다. 사무실 문을 열기 전 마음 속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속에서 체험한답시고 업무에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할텐데…'라고 다짐했다. 아니 솔직히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어 놀이기구도 제대로 못 탔던 기자였기에 '높은 곳만 올라가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 더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날 초보 수출산업역군(?)의 하루일과는 시작됐다.


서울에서부터 동행한 이현웅 동부익스프레스 홍보과장의 안내로 이날 하루동안 같이 동행할 든든한 파트너를 소개받았다. 동부터미널 기획관리팀에서 근무하는 박정재 씨.
첫 작업이 뭔지 궁금해하던 찰나, 박 씨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밥 먹고 하시죠".
이날 구내식당 메뉴는 설렁탕.
이른 점심을 먹으며 간단하게 동부터미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터미널은 1년 365일 24시간 풀 가동됩니다. 근무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2조2교대 형태로 운영되며, 2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박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터미널에서는 하루 평균 2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를 야드(Yard)에서 작업하고, 3000TEU를 선박에 싣고, 또 내립니다. 자율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자체 통관도 가능합니다. 통관은 일반적으로 샘플링검사를 하고 있으며, 의심이 가는 화물은 전수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야드에는 2만2000TEU를 적재할 수 있고, 566개의 냉동·냉장컨테이너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터미널은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이하 GC) 7기, 트랜스퍼 크레인(Transfer Crane, 이하 TC) 17기, 야드트랙터 36대, 야드 섀시 76대, 리치 스태커 3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작업도 하기 전 구수한 설렁탕과 새콤한 깍두기로 배를 가득 채운 후 본격 체험이 시작됐다.
처음 찾은 곳은 화물차량이 통과하는 게이트(Gate).
이날 수출작업을 체험할 예정이니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게이트에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화물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다.
1층에서 게이트 앞에서 3∼4명의 직원이 서류를 들고 화물차량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고, 기자는 2층에서 컨테이너에 파손 등의 이상이 없는지 육안으로 점검했다.
육안검사는 컨테이너 파손시 화주와 물류업체의 책임소재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업무는 간단해도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육안검사와 동시에 차량이 게이트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화물차 기사에게 발급되는 것이 작업지시서인 '슬립'이다.
바코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슬립에는 싣고 온 컨테이너를 야드의 어느 지점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동부는 해양수산부가 물류IT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U-Port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올 초부터 게이트 초입지역에 RFID를 설치,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일정기간이 지난 후 슬립발행기를 폐기하고 RFID로만 게이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게이트작업 후에는 '통제실'로 이동했다.
통제실은 터미널에서 발생하는 모든 작업을 계획(Planning)하고 지시 및 통제하는 동부터미널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건물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통제실에서는 그날 어떤 화주로부터 어떤 화물이 들어오고, 또 이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야드내 구역과 선박내 화물 적재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계획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
통제실에서 근무하는 박성진 대리는 "통제실에서는 작업계획을 짜고 컴퓨터시스템을 통해 트랜스퍼 크레인이나 갠트리 크레인 기사에 직접 작업지시를 한다"며 "현재 야드에 총 1만7920개의 컨테이너가 장치돼 있다"고 말했다.
통제실에서의 작업은 워낙 예민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체험은 하지 못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설명을 듣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통제실에서 나와 야드로 나가니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게이트를 통과해 할당된 야드내 구역으로 가서 대기하면, TC를 조종하는 기사가 이 컨테이너를 해당구역으로 옮겨 적재하게 된다.
동부터미널에 설치된 GC는 전량 트윈 스프레더(크레인 구성요소 중 하나로 코너 캐스팅에 넣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기기)가 장착돼 있어 20피트 컨테이너 2기를 동시에 들어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TC는 내달말까지 컨테이너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세 번째 체험은 바로 TC 작업.
승합차를 타고 TC가 설치돼 있는 구역으로 도착하니, 승합차를 운전한 유병건 대리(운영팀)가 목장갑을 내밀었다.
'설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라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유 대리의 한 마디 "올라 가시죠".
14m 높이에 있는 TC 조종실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른다. 그냥 진땀이 나고 천천히 올라가 보니 바람 때문에 크레인이 흔들렸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조종실에 도착하자 이상국씨가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1평 남짓한 조종실에는 통제실과 연결된 모니터와 무전시스템 등이 있었다.
TC 운전경력 3년6개월이라는 이상국씨는 능숙하게 기기를 조작하며, 화물차 위에 놓인 컨테이너를 지정된 장소로 옮기고 있었다.
이 기사는 시간당 20TEU 씩 하루 평균 120∼140TEU를 운반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코너 캐스팅(컨테이너 네 귀퉁이에 있는 구멍)에 스프레더를 정확히 넣는 작업이 쉽지 않아 실수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코너 캐스팅 크기가 대문짝만하게 보인다"며 "작업 후에는 모니터(터치 스크린)를 눌러 작업 종료를 통제실에 알린다"고 설명했다.
조종석 기사의 발이 닿는 부분은 특수유리로 제작돼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기자로서는 직접 체험을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도 잊은 채 20여분 간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내려왔다.
체험을 못한 아쉬움과 살아서 내려왔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가운데 수출의 마지막 단계인 화물을 선박에 싣는 작업만을 남긴 기자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TC는 약 14m 위에 조종석이 있지만, 갠트리 크레인(GC)은 45m 상공에 떠있기 때문이다.
TC에 오르는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 보다 3배나 높은 GC에 오르려니 온 몸이 굳어지는 듯 했다.
동행한 이현웅 과장이 바짝 얼어 있는 기자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제대로 체험하려면 계단으로 가야하는데 GC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그거 타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GC 조종 체험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종실에 도착하자 TC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좀더 거대하다고나 할까.
GC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조해룡씨는 "지금 막 마지막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고 있다"며 "빨리 와서 보라"고 재촉했다.
GC 운전경력 6년 차인 조 기사는 "GC 조종은 선박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컨테이너를 적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라며 "조종석이 높아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와이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마지막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 뿌듯하다"며 "주야로 근무를 하다보니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지만, 수입이 꽤 괜찮기 때문에 이 일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조 기사는 "원래 조종실에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데 여기까지 들어 왔으니 조종을 한번 해 보라"고 권유했다.
순간 겁은 났지만 TC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기에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켜가며 조종석에 앉았다.
조종석에 앉으니 발 아래 훤히 들여다보이는 컨테이너는 성냥갑만 하게 보이고 선박도 마치 장난감 같았다.
괜찮은 척 하며 태연하게 조종석에 앉았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리 식은땀이 흘러내리던지.
왼손 아래의 레버를 앞으로 살짝 미니 조종석이 바다 방향으로 쭉 밀려나가더니 스프레더를 연결하고 있는 와이어가 요동을 쳤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깜짝 놀라 손을 떼니 조 기사가 "끝까지 가면 아무리 레버를 밀어도 더 이상 조종석이 움직이지 못하게 안전장치가 돼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며 웃었다.
묘한 경험이었다. 조종석 바닥 밑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마치 바다 위에 둥실 떠있는 듯 했다. 또 무게가 수백t에 달하는 GC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세밀한 기술이 요구된다는 점도 조금은 의외였다.
GC작업은 바다길을 이용한 수입의 시작과 수출의 마지막 작업이다.
우리나라는 해상운송 비율이 전체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GC에서의 작업량은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GC를 직접 운전하게 배려해 준 조 기사와 작별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이날의 수출작업 체험을 끝마쳤다.
이 같은 작업은 수출입 선박 스케줄 등으로 인해 바람이 초속 20m 이하일 경우 눈·비가 몰아쳐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의 체험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물류현장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는 이들 산업역군들이 있기에 국내 물류산업은 밝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산 신감만항=오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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