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강원지역 화물운송업계 중심 ‘강원화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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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강원지역 화물운송업계 중심 ‘강원화물협회’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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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같은 결속력으로 ‘업계 미래’ 견인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2016년 3월8일 강원화물협회 총회장에 모인 회원사 대표자들의 표정은 전에 없이 밝았다. 그날은 협회 23대 이사장을 선출하는, 전수산 이사장의 5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날이었으나 회원들에게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대다수 회원들이 전 이사장에게 다시 한번 협회 운영을 맡기기로 한 약속을 공유하고 있었던 까닭에 행사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한 마당이 되었다.

강원화물협회의 내부 결속력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앞선다는 평가는 실제 화물운수업계에 어렵지 않게 회자되면서 다른 지역의 부러움으로 부각돼 있다.

중앙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추진되는 각종 제도 개선 등 현안 문제에 회원들은 협회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회원들은 ‘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협회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대처’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면 협회는 ‘회원들에 대한 무한 봉사와 헌신’의 역할을 자임한다. 회원 업체 400곳, 보유대수 4150대의 강원도 화물운송업계는 국내 수송물류의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 면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회원 업체 한 곳 한 곳을 대상으로 수행해야 할 협회 본연의 업무는 다른 지역 협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사무처 임직원은 협회 4명, 공제지부 21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사무처는 언제나 분주하다.

최종칠 협회 전무는 “직원들은 잘 훈련된 전문인력들로 1인 4~5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늘 즐거운 얼굴로 정성껏 업무에 임하고 있어 힘든 줄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 역시 만 27년 전 협회에 입사해 줄곧 한 우물을 파온 터, 업계의 풍향을 읽고 돛을 올리고 내릴 때를 가려 협회의 역할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강원업계의 분위기와 정서의 중심에는 물론 전수산 이사장이 존재한다.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 사회에의 마지막 봉사로써 지역 업계 대표자 자리를 맡은 것이 벌써 14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전 이사장의 취임은 강원 화물업계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거대한 변화를 불렀다. 2000년대 초반 정부의 화물운수사업 제도 변화에 따라 전국 어디서나 불거지던 화물운수사업에의 도전과 시련이 강원지역이라고 피해가지 않았지만, 전 이사장은 드센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 극복하고 다스려나가면서 업계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한편 부단히 건전 사업자들을 격려하고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사업 안정화와 업계 내 신뢰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냈다. 그러기를 십수년, 강원지역에서는 불협화음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됐다.

 

협회는 당연히 지역 업계의 중심에서 사업 활성화와 걸림돌 해소에 진력해왔다. 강원지역 화물운송업계의 오랜 고민이었던 교통사고 문제는 공제지부의 경영에 불안요소로 작용했지만,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지부와 협회, 사업자와 차주들이 힘을 모아 안전운전에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한편 현장 중심의 교통안전 캠페인, 교통안전 용품 배포, 서한문 발송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수 십년간 계속돼오던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2014년을 고비로 한자리수를 지속할 정도로 감소시켰고, 사고율 악화로 만성 적자 운영을 벗어나지 못했던 화물공제 강원지부 경영수지는 2017년 말 기준 33억원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하게 변모했다.

전 이사장은 공제 보상업무와 관련해 현장을 중시해 사고 발생 시 초동 조사에 충실할 것을 주문, 부당한 공제금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제조합 강원지부의 우수보상사례는 유난히 많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두 눈이 실명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 약 11억원의 보상금 조정을 신청한 사건에서 지부는 사고발생 경위부터 사고와 피해의 인과관계, 피해자의 병력 등을 집요하게 조사하는 한편 사고와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 피해 여부를 판단하도록 외부 전문기관에 사고조사를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제시해 최종 소송판결에서 면책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런 한편, 전 이사장은 취약한 협회 사정을 감안해 강원도에 재정 지원을 요청, 2006년부터 약 10년간 9억여원을 지원받아 협회의 재정 안정을 이뤘으며 지금은 매년 운수종사자 자녀 장학금을 지급(2008년부터 91명에 7000여만원)할 정도로 협회 경영을 안정화시켰다.

협회원의 차고지 확보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와 유관기관에 화물공영차고지 조성을 끈기있게 추진해 국비 등 217억원을 확보, 춘천 동내면 일대에 7만9000㎡의 차고지를 마련하고 2014년 1월 준공한 일은 하나의 사건으로도 꼽힌다. 차고지가 업계 경영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업계는 정부의 제도개선에 따른 화물운송선진화법 시행이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내 생산물동량이 턱없이 적은 상황에서 업체가 최소운송 의무에 부합되는 물동량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또는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 Interview 전수산 강원화물협회 이사장

 관록과 ‘긍정의 힘’으로 빛나는 리더십

강원 상의협의회장직 수행하며 봉사
굵직굵직한 지역현안 해결에도 앞장

 

 

 

“우리 회원들이 잘 협조해주시고 직원들이 열심히 한 결과지요.”

전수산 강원화물협회 이사장은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그간의 경과를 복잡하지 않게, 그러나 옳고 그름의 구분조차 명료하게 답한다. 그에게는 긍정적 관조의 품격이 묻어난다. 오랜 공직생활의 관록이 엿보인다.

전 이사장 취임 이후 강원화물협회는 도내에서도 힘있는 사업자단체로 통한다. 전 이사장의 덕망과 능력은 그를 화물협회 이사장 취임 이래 강원도운수단체협의회장으로 추대했고 나아가 춘천 상공회의소 회장, 강원도 상공회의소 협의회장직을 수행토록 했다.

“나이 많은 사람 대접을 좀 받은거지…알음알음도 넓은 편이고. 그 덕에 우리 화물업계에도 도움이 됐어요. 이래저래 도지사나 시장, 지역 의원들을 만나 경춘고속도로 조기 개통, 경춘선 복선열차 조기 개통 등 우리 지역에서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일조하게 된 겁니다.”

그는 춘천 경찰서장을 역임하던 1992년, 부하 직원의 자녀가 서울 유학중 달동네서 연탄가스를 흡입해 사망하는 사고를 당하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재를 출연, 기금 7800만원으로 희망장학회를 발족시켰는데, 이 장학회가 전국 경찰서 장학회 가운데 가장 큰 재단으로 성장하기까지 장학회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란 사실은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으니 답하지만, 현재 기금 13억여원은 대단한 것이지요. 25년째 2192명에게 10억7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으니까요. 이게 우스워요. 나도 정기적으로 조금씩 기금을 내고 있지만, 현직 경찰관들이 전출가면서 몇 십만원, 승진했다고 몇 십만원, 부부가 승진했다고 더 내기도 하고….”

모두 희망바이러스에 감염된 듯한 이야기다.

 

전 이사장은 어느덧 전국의 지역화물업계 대표자 가운데 최연장자의 반열에 있다. 그러나 팔순을 바라보는 그의 행보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고, 누구도 그의 ‘최후의 봉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이번만 한 번 더 맡아주시오, 이번만 한 번 더 맡아 주시오’ 해서 한 게 지금까지 왔어요. 앞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힘이 부쳐 못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그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에도 새벽에 약 한 시간 걷기운동으로 하루를 열었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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