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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 보행우선구역을 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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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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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작년 10월 대전의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서 어린이 사망사고가 있었다. 과속방지턱이 있음에도 승용차가 일시정지하지 않고 밀고 들어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를 충격하여 사고가 났다. 이에 어린이 부모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하고 단지 내 횡단보도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중대법규 12대 위반항목에 포함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청원마감일인 2월13일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 추천을 했고, 청와대는 3월13일까지 이에 대한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우리 ‘도로교통법’에는 도로를 관련 법령에 따른 도로·유료도로·농어촌도로뿐만 아니라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도로 외 구역이 된 것은 2006년 6월 ‘도로교통법’을 전부 개정하면서부터였다. 그 이전까지 아파트 단지는 당연히 도로로 인식되고 있었다.

광장이나 공원, 개방된 학교운동장처럼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차량이 통행의 목적으로 들락거릴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고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장소라면 ‘그 밖의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으로서 ‘도로교통법’상 도로였다. 반면 현행 규정은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야’ 하므로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는 공개성이 인정되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도로가 아니다.<2015년 11월13일,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안전 사각지대, 아파트 단지가 위험하다’ 참조>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가 도로라고 해도,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려면 교통안전시설은 지자체가 설치하고 경찰이 운영하는 법정 시설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단지 내 횡단보도를 법정 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규격에 맞게 정비하고 관리․운영주체를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논란거리는 남는다.

과연 사유지(공유지도 마찬가지다) 안에 경찰공무원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단속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행법은 법정 시설의 적용과 관련이 없는 음주운전만을 예외적으로 도로 외 구역에서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중대법규 위반여부를 법정 시설에 대한 준수의무 위반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중대법규 12개 항목이 적용되는 다른 교통안전시설(차선, 중앙선, 보도, 안전표지판 등)도 함께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법 적용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도 제기될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와 주차장을 별개의 사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차문제를 포함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량통행은 아파트 단지 이동로를 지나 주차장이나 주차구획선에서 종료하게 된다. 그런데 지하주차장이나 노상주차창은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지 않고 ‘주차장법’을 적용하고 있다. ‘주차장법’은 ‘도로교통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주차장까지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 주차장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차장법’을 따로 개정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주차장 내 위반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단속 장치가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아파트 입주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다양한 유형의 단지형 주거형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법 적용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대안의 하나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의 보행우선구역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보행우선구역 사업은 적용범위가 겹치는 행안부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행환경개선사업’으로 통합되면서 법조문만 살아있을 뿐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정범위를 도로가 아닌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 등으로 적용범위를 바꾸기만 하면 보행우선구역 제도는 살아나게 된다.

보행우선구역은 이미 교통정온화 기법을 적용하도록 되어있어, 보행자의 통행우선권만 부과한다면 단지 내 이동로는 보행자의 보행권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중대법규 위반항목 13번째에 추가한다면 사고를 야기한 운전자를 도로와 마찬가지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보행자가 다치지 않아도 운전자의 통행우선권 위반 등에 대해서는 따로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도 있으며, 보행우선구역의 지정은 입주민의 동의가 전제되므로 일률적인 법적용의 폐해도 막을 수 있다. 도로 외 구역의 보행자 안전에 관한 현명한 대책마련을 기대한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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