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특집> 무한경쟁시대, ‘공략이냐 수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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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특집> 무한경쟁시대, ‘공략이냐 수성이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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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4사 VS 신규 4사
-신규 4사 "약점은 있다. 공략, 또 공략하라"
-빅4사 "약점은 없다. 얼마든지 들어와라"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택배시장이 신(新)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택배시장은 지난 2000년대 초 대한통운·CJ GLS·한진·현대택배 등 이른바 '빅4사'와 수 십여 개 중소업체가 경쟁을 해 왔다. 이러한 시장 흐름은 지난해 CJ GLS가 HTH를 인수하며 급격히 변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흐름으로 전환했다. 이를 기점으로 올해 동부가 훼미리택배를, 유진이 로젠을 각각 인수했다. 여기에 3자물류사업을 주력으로 해 왔던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이하 쎄덱스)와 KGB가 시장에 독자 진출하는 등 현재 시장이 '빅4사'의 아성에 '신규 4사'가 도전하는 형태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시장에서의 경쟁은 '대기업대 중소기업'로 빅4사의 경쟁력이 비교우위를 보였지만, 이제는 대기업대 대기업의 형태로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또 다른 경쟁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빅뱅이 예고되는 국내 택배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8개 택배업체 수장(首將)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시장판도를 예상해 본다.<편집자>
*인터뷰 게재 순서는 업체별 가나다 순.


"도대체 얼마까지 떨어지려는지 알 수가 없네요. 지금도 견디기 힘든데 이제부터 시작이라 하니 정말이지 골치가 지끈거립니다."
빅4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택배시장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야흐로 택배시장이 무한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쎄덱스와 KGB가 시장에 신규 진출한데 이어 동부가 훼미리택배를, 유진이 로젠을 인수하며 기존 빅4사(대한통운·CJ GLS·한진·현대택배)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다.
여기에 롯데와 SK의 시장진출도 가시화되고 있어 기존 업체를 더욱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올해 새로 형성된 경쟁구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치열하다 못해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경쟁구도였던 빅4사와 중소기업 간 경쟁은 자금력에서 월등히 앞선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약간은 싱겁게 결판이 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시장상황은 이와는 전혀 딴 판이다.
지난 수 년 간 빅4사와의 경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소업체를 대기업이 인수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전 시장은 대기업의 일방적 승리구도로 이어졌지만, 새로 진입한 대기업들이 자금력 면에서 기존 빅4사에 비해 전혀 뒤쳐지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은 조금씩 현실이 돼 가고 있다.
택배시장에서의 경쟁은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평균단가의 흐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형물량(서적, 의류, CD 등)의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 1200원이 한계였던 것처럼 인식됐지만, 특정 물량의 경우 1000원 이하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빅4사는 1000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현 시장상황에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신규업체들은 "아직 본격적인 시장공략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시장경쟁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빅4사에 도전하는 신규 4사

신규 업체들은 가격이 더 떨어져도 시장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며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단가경쟁이 시작된다면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중 어느 그룹이 더 큰 타격을 입을까.
업계에서는 기존 업체의 타격이 조금 더 크겠지만, 그렇다고 심각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량이나 매출 등 기업규모 면에서 보면 신규업체가 빅4사와 경쟁한다는 것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기존 빅4사는 1일 평균 30∼40만박스를 처리하는데 비해 신규 업체들은 아직 6∼9만박스 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신규 업체들은 중소업체 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려고 시장에 진입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업계에서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진출한 업체 스스로가 외부에 이를 공공연히 예고해 왔다.
동부의 경우 훼미리를 인수하면서 2∼3개 중소업체를 추가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유진 또한 택배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간선업체 인수를 원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략에 전전긍긍하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였던 중소업체들과는 분명 다른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빅4사가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신규업체들은 충분한 자금력을 통해 단가를 인하하거나, 또는 타사 영업소를 가져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 업체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빅4사가 불리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빅4사는 이미 그들만의 경쟁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다는 것이다.
A사의 경우 지난해말 평균단가가 2770원대였지만, 4개월이 지난 4월말 현재 2380원으로 떨어졌다. 4개월 만에 무려 39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 회사의 한달 물량이 1000만박스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 같이 큰 폭으로 평균단가 떨어졌다는 것은 4개월 간 저가물량만 수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동안 이 회사와 경쟁관계인 B, C사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단가가 떨어지는 등 빅4사 중 2개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빅4사가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신규업체의 공세로부터 방어까지 해야 하는 처지 놓여 있어 시장점유율 수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시영 동부익스프레스 상무는 "업계에서는 단가가 너무 떨어졌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100원 또는 최대 200원까지 더 떨어져야 한다"며 "조직이 작으면 그만큼 변화에 능동적일 수 있고, 단가 인하에 따른 타격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빅4사, '찻잔 속 태풍' 평가절하

이 같은 신규업체의 공세에 빅4사는 신경은 쓰이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규업체가 단가를 내려 물량을 빼가려 한다면 방어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내릴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경영에 위협을 느낄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 이유로 현재 시장에서의 단가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규업체가 무턱대고 단가를 떨어뜨린다면 오히려 해당 업체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규업체가 중소업체를 인수한 후 네트워크가 핵심인 택배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조직을 계속 늘려나갈 수 밖에 없다.
설사 기존 업체에서 물량을 가져온다 해도 인프라를 늘리지 않고서는 처리 자체가 곤란해져 자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초 시장에 진입한 신규업체 대다수가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클레임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었다.
빅4사는 신규업체가 추가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가운데 단가인하에 따른 적자폭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쉽사리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규상 CJ GLS 상무는 "기존 선두권 업체들은 전국에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최고의 서비스와 효율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며 "이에 반해 새롭게 진출한 업체들은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신규업체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업체와 경쟁하던 예전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데는 빅4사 관계자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신규업체가 이러한 시장상황을 모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검토가 끝난 다음 전략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4사의 물량을 빼내간다는 것은 신생업체로서는 일종의 모험에 가깝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시장상황이 너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신규업체가 조직을 정비해 단가 공략을 해 온다면 힘들어지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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