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구출해 달라"는 편지 한통으로 지옥생활 벗어난 '신안 염전 노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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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구출해 달라"는 편지 한통으로 지옥생활 벗어난 '신안 염전 노예 사건'
  • 노정명 기자 njm@gyotongn.com
  • 승인 2018.0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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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 2014년 발생한 '신안 섬 염전 노예' 사건을 방송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의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외딴섬에서 장기간 '염전노예'로 일하던 장애인들이 편지한통과 경찰의 탐문수사끝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경찰은 지난 2014년 영등포역 등지에서 노숙하던 중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의 꾐에 빠져 전남 목포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섬으로 팔려가 5년 2개월동안 노예생활을 해온 채모(당시 48세)씨와 김모(당시 40세.1년 6개월)등 2명을 구출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심해 사리분별을 거의 못하는 상태인 채씨는 대전에 있는 누나 집에 살면서 매형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중 2008년 11월 전남 목포시에 있는 직업소개소 직원인 고모(당시 70)씨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전남 신안군 소재 한 외딴섬에서 염전을 하는 같은 홍모(당시 48)씨에게 팔려갔다.

채씨는 이후 경찰에 구출될 때까지 5년 2개월 동안 하루 5시간도 안되는 잠을 자며 염전일은 물론 홍씨의 벼농사와 논농사, 집짓는 공사 등의 온갖 잡일을 하면서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했고 시각장애 5급인 김씨는 2012년 7월 4일 영등포역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63세)씨의 꾐에 빠져 홍씨의 염전으로 팔려간 뒤 지옥같은 노예 생활을 해왔다.

 

이후 김씨는 어머니에게 "구출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주민들의 눈을 피해 우체국에 들려 편지를 보내는데 성공했고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즉시 구로경찰서에 찾아와 "아들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 편지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가 염전에서 노역 중이던 두사람을 구출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염전업주 홍씨에게 각목과 삽 등으로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고, 심지어 염전 작업 중 발목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리를 절어가며 염전 일을 계속하는 등 노예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천사의 섬으로 불렸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립된 섬. 지난 2014년, 그 섬의 민낯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염전에 고용된 장애인들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염주들은 이들에게 감금과 폭행까지 일삼았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일어났으리라고는 믿기 힘든 끔찍한 일들.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신안의 각종 지자체들이 협력하여 신안 일대의 염전을 전수조사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피해자들이 구출되고 염주들의 만행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뒤, 지금 피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해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며, 피해자들의 피해는 회복되었을까? 그리고 과연 더 이상의 '염전 노예'는 되풀이되지 않고 있을까?

# 빨간 바지의 도망자

 밤이면 염부들은 염주의 눈을 피해 도망갔지만, 언제나처럼 염주는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고 한다. 어디를 가도 눈에 띄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염주는 염부들에게 ‘빨간 바지’를 입혔다.

빨간 바지를 본 마을 주민과 경찰들은 염주에게 연락해 염부들을 데려가도록 했다. 일을 못한다고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칼에 찔려 생명의 위협을 느껴도 섬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다.

지역의 관행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많은 것들이 묵인되었던 섬, 피해자들을 그 섬 안에 가둬두었던 것은 비단 염주들뿐이었을까? 감시와 방조, 묵인에 가담한 이들은 책임을 졌을까?

# 숨어있는 술래

계속해서 구조신호를 보냈던 피해자들, 그리고 이미 그들을 만났던 관련 지자체 담당자들과 경찰은 사건을 단순한 임금체불이나 지역의 관행 정도로 치부하곤 했다.

피해자들이 구조될 수 있던 순간, 국가는 어디에 있던 것일까? 그리고 사건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도 국가는 피해자들을 온전히 보호해주었을까? 염전노예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 등을 선고 받고 풀려났으며, 벌금형 등에 그치기도 했다.

4년 전 그때와 지금. 과연 국가는 염전 노예 피해자들의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5월 5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신안 염전에서 있었던 현대판 ‘노예’ 사건을 다시 추적하고 조명해, 인권의 사각지대가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원인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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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8-05-06 10:42:40
전라도는 저런게 일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