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화물복지재단 캠페인] 보행 중 휴대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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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화물복지재단 캠페인] 보행 중 휴대폰 사용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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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상황’ 인지 못하는 ‘스몸비’ 급증

 

 ‘휴대폰 사용 보행자 사고’ 4년새 2배
심각한 피해 발생하나 법적 규제 없어
이어폰 함께 사용하면 사고위험 높아져
외국서는 금지법규 만들고 위반시 처분
‘지속반복적 교육·홍보’ 시행 서둘러야

 

 

“그게 잘못된 습관인 줄은 사고가 나서야 알았어요. 저의 경우 후진하는 자동차에 살짝 부딪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제 친구는 멋모르고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다가 유모차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어린아이가 다쳐 난리가 났다고 해요. 집에서 부모님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주변에는 그런 친구들이 여전히 많아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여고생 구혜진(17)양의 말이다. 이 학생은 후진 중인 자동차 운전자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걸어오는 자신을 발견하고 경적을 두세 번 울렸으나 자신은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도 했다.

구양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길바닥에 넘어졌으나 다행히도 무릎에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는 정도의 경미한 상처를 입는데 그쳤지만, 자동차 운전자는 자동차보험으로 구양의 치료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다친 사람이나 자동차운전자 모두 개운치 않은 결과였다.

 

스몸비, 스마트폰에 몰입한 보행자가 걸어다니면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비틀대며 걷는 모습이 영화 속 좀비와 흡사하다고 하여 붙은 신조어다. 이 스몸비가 교통안전 분야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자동차가 오는지도, 화단에 부딪치는지도 모르고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걸어가는 사람이 워낙 많아 이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도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몸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데다 연령대도 의외로 광범위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윤호 안실련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남성이 지하철 플랫폼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면, 30대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다 절벽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또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서는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가다가 하천으로 빠져서 숨지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최근 4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1년 624건이던 스마트폰 관련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1360건까지 증가했다.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성인의 95.7%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21.7%는 실제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교통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보행자는 전국적으로 4만1000명이었는데, 그 중 15%에 해당하는 6100명 이상이 사고 당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은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못지않은 중대 위험’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스몸비가 자동차 사고 시 상대적 약자인 보행자라는 점에서 사고 피해로부터 더욱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에 따른 사고 위험 가운데는 교통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거의 없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해상이 수행한 ‘어린이 스마트폰 교통사고의 위험도와 특징’ 연구(2016년)에 의하면, 하루 중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사용하는 초등학생이 ‘2시간 미만 사용자’ 보다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5.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Safe Kids Worldwide의 연구결과에서도 미국의 19세 이하 보행사망자의 사고원인 중 50% 이상은 ‘이동통신기기와 관련된 집중력 분산’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보행자가 정상 보행 시 전방을 주시할 때 시야각이 120도 수준을 유지해 웬만한 위험요소는 모두 발견할 수 있으나, 보행중 휴대폰 사용에 몰입하면 시야각이 급격히 줄어들어 10도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경우 주변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위험요소는 추가된다. 스마트폰에 이어폰이나 헤드폰까지 끼게 되면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조차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시 ‘그렇지 않은 보행중 교통사고’와는 달리 보상 단계에서의 과실 여부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동차공제 관계자는 “운전자가 결코 부주의하지 않았지만 휴대폰 사용에 몰입한 보행자가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뛰어들어 사고가 났다면 보행자에게도 사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보행중 휴대폰 사용이 원인이 된 교통사고에서는 사고 책임의 일정부분을 운전자와 보행자가 나눠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행 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가 위험을 강조하며 사고 잦은 횡단지점 등에 플래카드를 내붙이는 등 피상적으로 예방활동을 하고 있고,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사고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제도 개선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이미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관련한 조치들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고, 횡단보도 앞에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는 문구를 붙인 곳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서둘러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 유형의 사고에서 최우선 주의대상은 다름 아닌 보행자다. 따라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운전 중 휴대폰 사용 금지’ 이상으로 ‘보행 중 휴대폰 사용 시의 위험’을 널리 반복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철저히 ‘보행중 휴대폰 사용 금지’를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에 대한 사회적 교육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교통안전 교육 과정에 이 문제를 보다 명확히, 또 중복해서 강조해 어린이들에게 보행 중에는 결코 휴대폰을 사용해선 안되다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문제를 교육과 홍보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림없어 보인다. 관련 법규를 개정해 이에 대한 금지조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위반 시의 처분 규정 신설 여부는 보다 진전된 논의가 있어야 하므로 차후의 문제다.

일부 지역에서 선보인, 횡단보도 정지선 지표면 바닥에 ‘보행중 휴대폰 사용 금지’를 알리는 지면 안내를 설치한 방식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 역시 효과 검증 등 시범사업을 통한 관찰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법규나 관행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보행 중에는 아예 휴대폰 작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휴대폰에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는, 기술적인 가능성 여부와 함께 휴대폰 이용 전반에서 제기될 또 다른 문제의 여지 등도 동시에 고려해봐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다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지적한다.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인식에 누구나 동의하는 것은 음주운전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보행 중 휴대폰 사용’ 역시 그 행위가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명료한 이치에 근거하므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속 반복적으로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다른 대책들이 시행된다 해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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