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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법적 문제, 인무원려 필유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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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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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2018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심야시간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성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차량은 자율차 발전단계 4단계의 자율주행자동차로 시속 61km로 주행 중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하여 사고를 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교통사고를 내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고 차량이 주행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 Pilot)을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와 함께 법적 책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와 제작사 중 누가 책임을 지며, 누가 배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소프트웨어의 결함으로 제품의 오작동이 일어나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소프트웨어 제작사에게 제조물책임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호하다. 우리나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교통사고 배상책임의 주체를 자동차 운행으로 이익을 얻는 운행자와 실제 운전을 한 운전자로 구분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는 아예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주행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까지는 사고 발생시 불법행위책임을 운전자에게 부과할 수 있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없어지는 4단계 고도자율주행이나 5단계 완전자율주행 수준에서는 현행 일반 불법행위 책임법리로는 피해자가 운전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차량운전자가 아닌 자동차 운행을 통제하고 그 운행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차량보유자까지 책임을 확대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운행자책임을 4단계까지는 부분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보유자가 관리·통제할 수 없는 5단계에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조물책임은 민법상 물건에만 해당돼 소프트웨어인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적용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IT업계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은 현재 5단계 기술로 향해 가고 있으며, 2035년 무렵에는 5단계 자율주행자동차의 대중적 보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자동차 보험업계의 존폐와도 관계된다. 교통사고는 운전자 책임이라는 기본전제가 깨지면서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교통사고 배상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8년 3월, 3단계까지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는 원칙적으로 차량 운전자가 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자율주행 관련 제도정비 계획을 발표했는데, 정부차원의 자율주행차 도입 관련 가이드라인과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 단계별 개정해야 할 법령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책임을 1차적으로 차량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지도록 했지만 3단계부터는 운전자의 주의의무 정도를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모든 자율주행자동차에 블랙박스 탑재를 의무화함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시스템의 오류가 발견되면 제작사가 사고책임을 지게 된다.

미국은 현재 21개 주가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3단계는 운전자와 제작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4단계부터는 제작사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하면서 법령을 정비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입법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 해결의 수단으로 법령을 정비하게 되는데, 미국은 미리 자율주행자동차가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법령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자율주행자동차의 입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까?

현재 국토교통부가 3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임시운행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는 관련 법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의 개정은 필수적이며,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 전에 일본처럼 정부차원의 자율주행주행차 관련 법령 제·개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작사 책임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의 제조물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제조물책임법도 정비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나 문제가 생겼을 때 허겁지겁 제도개선과 법령정비에 들어가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뎠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첨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현 시점에서 봤을 때는 이러한 행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령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거기에 반영된 기술이 법령으로 시행할 때가 되면 이미 낡은 시스템이 되어버릴 수가 있다.

옛 성현이 이르길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 했다.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가이드라인이나 법령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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