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택배업체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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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택배업체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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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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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전담업체를 교체한 홈쇼핑업체인 A사에 대해 택배업계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A사가 최근 자사 제품 배송업무를 전담해 온 택배업체를 교체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으며, 이러한 행동이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A사의 전담 택배업체인 B사는 ‘A사가 B사와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택배전담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붙일 것’이라는 난감한 소문을 접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문은 사실이었고, B사는 5월30일 1차 입찰에 이어 6월19일 3차 입찰이 마무리되기까지 다른 경쟁업체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했다.
화주업체가 전담택배업체와 재계약을 앞두고 경쟁입찰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지만, 택배시장 형성 이후 홈쇼핑업체가 전담택배업체 재선정을 위해 입찰을 붙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B사로서는 적잖이 언짢았다고 한다.
B사 관계자는 “A사가 기본적인 룰에서 많이 벗어난 행동을 했고, 절차상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불쾌 했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3차 입찰이 끝난 후부터 발생했다.
A사가 입찰결과를 6월말까지 B사에 통보를 해 줬다면 최소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계약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A사와 B사가 맺은 계약서 상에는 ‘A사가 B사와의 계약관계를 해지하려면 계약만료일(2008년 8월31일) 2개월 전까지 문서상으로 (B사에게) 통보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 연장된다’고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사는 더 좋은 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B사와 C사를 저울질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6월말까지 B사에게 문서상으로 해지통보를 하지 않았다.
B사 관계자는 “7월 중순께 A사 관계자가 구두상으로 해지 연락을 해와 이에 항의하자 10여일 후 문서로 알려왔다”며 “당시 이를 문제삼아 법적으로 준비를 했으나, 여러 관계를 생각해 그만뒀다”고 말했다.
결국 A사는 C사를 전담업체로 선정했고, 여론이 좋지 않자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해 오다 얼마 전 새 물류센터 오픈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이를 공식화 했다.
지난 몇 개월 간 B사는 이 문제로 회사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 문제 삼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계약관계상 ‘을(乙)’인 저희들로서는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물량이 완전 다 빠져 나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요.”
C사를 전담택배사로 선정한 A사는 B사에도 향후 3년 간 전체 물량의 30% 가량을 주기로 약속했다.
마치 커다란 은혜를 베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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