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법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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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법은 안전한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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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1977년 11월 이리역(지금의 익산역)에서 59명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낸 화약운반열차 폭발사고가 있었다. 정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1979년 12월 교통안전법을 제정하게 된다. 당시의 교통안전법은 일본의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보니 정책 선언적이고 훈시적인 내용이 조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집행규정은 운수업체의 교통안전관리자 의무고용과 교통안전진단 제도가 유일했다.

교통안전법은 거의 존재감 없는 법률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운수사업법이나 자동차관리법 등 교통과 관련된 법률에는 이미 안전과 관련된 규정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교통안전법을 개정하려면 다른 법률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중복문제도 피해야 한다. 교통안전법은 태생적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운수사업법에 규정할 내용이 있을 수 있고 도로법이나 자동차관리법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통안전법은 다른 개별법에 담지 못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선택해야 하고, 무엇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08년 전부개정 법률은 네 가지 관점에서 조문을 구성했다. 먼저 국가교통 추진체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의 수립 등은 교통안전법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책임강화였다. 생활교통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그때까지 시장·군수·구청장에게는 아무런 법적 의무나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리고 교통시설·환경요인에 의한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도로안전진단 제도이다. 도로안전진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독일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도로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디자인했다. 운수업체에 실질적인 교통안전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도 도입되었다. 주기적으로 교통안전관리규정 이행여부를 평가받도록 했고 교통안전진단(2016년 교통수단안전점검으로 간소화) 제도를 세분화 했다. 운행기록장치 장착과 제출의무화, 체험교육 등 개별법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추가했다.그러나 전부개정 법률이 시행되고도 교통사고 원인조사처럼 강행규정이면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도로관리청 공무원의 전문성과 예산의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제도도 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과도하게 입법되기도 하고 애초에 법 시행과 관련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교통안전법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점검과 진단제도는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버스나 택시 사업장에는 교통수단안전점검이 정상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화물차 사업장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화물차가 지입제로 운영하면서 사업장 중심의 현행 교통수단안전점검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적으로 도로 등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도 점검(노상안전점검)을 할 수는 있지만 불특정 차량에 대한 점검을 특정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것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통사고 원인조사 제도가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는데, 원인조사 결과 교통행정기관의 진단실시 명령에 따라 교통시설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공허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또한 빠른 시간 내에 바로 잡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규정이 운행기록장치 관련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통신이나 모바일을 통해 운행기록이 실시간으로 전송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운행기록의 실시간 전송체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첨단안전장치 설치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보조금 지급이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첨단안전장치를 자발적으로 미리 설치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법령으로 설치 의무화 되는 순간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시키는 등 우리와는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일본 등의 방식이 더 타당하고 논리적이다. 매번 첨단안전장치 설치의무화가 될 때마다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지 않는가.

교통안전이라 하면 국민들은 도로교통으로 제한하여 이해한다. 교통안전법은 육·해·공 전체 교통안전 분야에 적용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하위법령에서는 거의 대부분 도로분야로 한정한다. 철도안전법, 해사안전법과 항공안전법이 따로 존재하고, 해사안전기본계획 등 교통안전법의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철도, 해양과 항공안전까지 교통안전법 체계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이제 교통안전법을 도로 중심의 체계로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제2의 교통안전법 전부개정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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