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본 2018년 자동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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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돌아본 2018년 자동차 시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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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갈등과 하락세를 겪었고 …
▲ 지난 여름 BMW 화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당시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2018년 자동차 시장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왔다. 게 중에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한 것도 있지만, 내년 이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거나 위기의식을 느끼게끔 하는 것들도 많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가장 중요했던 자동차 시장 이슈를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자 노조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와 회사 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갈등=연부터 시작해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끊임없는 노사 갈등에 시달렸다. 대표 사례가 한국GM 사태다. 한국GM이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리자 ‘철수설’이 수면에 떠올랐다. 공장 가동 중단과 동시에 한국GM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해 정부·정치권·노조를 압박했다. 정부 재정 지원과 노조 자구 노력이 있어야 신차 배정을 포함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반면 정부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지원이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다. 노조 또한 군산공장 폐쇄 결정 취소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맞섰다. 한국GM 사태는 한미 양국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극으로 치달았던 사태는 한국GM 양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GM이 공동 재무실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를 토대로 GM은 내년도 흑자전환 계획과 향후 5년간 신차 15종을 출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경영 정상화 계획을 내놨다. 정부도 8000억원을 투입해 회사와 지역사회를 회생시킬 방안을 제시했다.

2014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시점 이후 한국GM 생산·판매 실적은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그래도 내수는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했는데, 지난해부터 하향 곡선이 더욱 뚜렷해졌다. 11월까지 한국GM 글로벌 올해 판매량은 내수(8만2889대)와 수출(33만7558대)을 합해 42만44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2% 하락했다. 내수와 수출 각각 31.2%와 5.9% 감소세를 보였다. 문제는 경영 정상화 일환으로 시장에 내놓은 차종 판매가 너무 시원치 않은데다, 전반적인 실적 흐름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점차 해외 생산 차종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추가적인 생산시설 축소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 인천 북항 해저터널 BMW GT 화재사건

◆화재=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 국내에서 잘 나가던 BMW가 멈춰 섰다. 주행 도중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다. 정부가 특별조사에 나섰고, BMW코리아 또한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런 끝에 내놓은 결과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 이상에 따른 사고였다. 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디젤 모델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사전 긴급 안전 진단과 리콜이 7월 말부터 시작됐다. 긴급 안전 진단 기간에도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차량 운행 금지라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리콜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여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화재는 거의 잦아들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일부 차주들은 정부와 BMW 측이 밝힌 화재 원인이 잘못됐고, 리콜 부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차주들은 BMW 한국법인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3000명 정도가 법적 공방에 나섰거나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락=국산차 생산·내수·수출이 올해 들어 일제히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까지 국산차 생산(367만1784대)은 전년 동기 대비 4.1% 하락했고, 내수(139만4162대)와 수출(222만9733대) 또한 각각 1.2%와 5.2% 감소했다. 파업 등의 변수가 없다면 올해 생산은 400만대 수준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는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낮은 실적이다. 5위를 유지했던 세계 자동차 생산 순위는 2016년 이후 인도와 멕시코에 추월당하며 7위로 내려앉았다.

수입차 시장 확대와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성 하락과 차종 다변화 실패는 물론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 꼽혔다. 주요 선진국 브랜드는 물론 후발 국가 브랜드 양쪽에서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산차 업체 대부분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뼈를 깎는 자구책이 없는 한 내년에도 이런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와 전문가 대다수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는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캐딜락 할로윈 메이크오버 클래스

◆성장=디젤 차종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고 BMW가 화재 사건에 휘말렸는데도 수입차 시장은 고공성장세를 보였다. 11월까지 내수 시장서 팔린 수입차는 24만255대로 이미 2016년과 2017년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치를 보였던 2015년(24만3900대) 실적과 불과 3600대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업계는 12월 마지막 결과에 따라 27만대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개별소비세 인하에 연말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월간 3만대 실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입차 실적이 좋은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많이 찾았다는 표현으로 대치될 수 있다. 소비자가 다양한 차종과 우수한 성능·디자인을 바라고 있는데, 수입차가 이런 트렌드에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는 것이다. 반면 좁은 내수 시장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수입차 선호’ 소비 심리를 이용해 덮어놓고 차를 팔고 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캐피탈 등의 금융권을 끼고 수십 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적지 않은 소비자가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차를 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 푸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이런 현상은 향후 자동차 시장과 사회에 큰 부담과 문제를 안겨줄 소지가 크다.

▲ 르노삼성차가 초소형전기차 트위지 시범운영 발대식에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활황=올해 내수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거둔 실적을 모두 합해도 모자랄 만큼 활황세를 거뒀다.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1월까지 내수 시장서 팔린 친환경차는 11만120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매월 1만대 이상이 꾸준히 팔린 셈이다. 친환경차 판매실적은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1.3%를 차지한다.

이중 하이브리드차(HEV)는 8만1858대로 다른 친환경차 가운데 가장 적은 9.1%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6%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뒤를 이어 전기차(EV)가 2만8149대가 팔렸는데, 전년 동기 대비 133.3% 증가한 실적이다. 승용차는 물론 전기버스까지 다양한 차급이 팔렸다. 폭발적 성장 덕에 2010년 이래 전체 누적 보급대수 보다 많은 차가 올 한해 보급됐다. 낯선 차종이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수소전기차(FCEV) 또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4%와 890.2% 증가한 594대와 604대 팔렸다.

업계는 내년에도 활황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행거리 등의 성능이 크게 좋아진 다양한 차종이 국산차와 수입차를 망라해 시장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여기다 친환경차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지원도 이런 시장 흐름을 이끌 원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점차 줄어드는 대당 보조금 규모 때문에 언제든지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이후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지원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런 이유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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