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광역전 현상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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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광역전 현상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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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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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병권 교수의 관광대국론

[교통신문] 최근 한·일(韓·日)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나 양국간 관광교류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한국 관광업계는 외래객의 수에서 일본보다 앞섰다는 자긍심을 품고 있었으나 이제 ‘오래된 전설’로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일간 관광역전 현상을 외래객수와 양국간 관광교류로 나눠 살펴보자. 수 십년간 양국은 관광산업의 육성에 사활을 걸고 노력했지만 최근의 성과치로 보면 한국은 일본에 ‘게임’도 안된다. 외래객 1000만명의 돌파를 한국은 2012년, 일본은 2013년으로 거의 비슷한 시점에 달성했지만 이후 양국의 성적표를 보면 참담한 상황이다.

2016년 방한 외래객수는 172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사드배치 여파로 중국인들이 급감하면서 2018년에는 153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2016년 2404만명을 유치해 우리와의 격차를 700만명까지 벌여놓은데 이어 2018년에는 3119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달아났다. 여기에 일본은 2020년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인바운드 유치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기도 버거운 상태에 있다. 88 서울올림픽 때 일본은 드러내놓고 ‘경기는 한국에서, 관광은 일본에서’를 슬로건으로 삼았는데 우리는 이런 전략도 없다.

이쯤에서 “어떤 것이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3000만명을 유치하기까지 지난 20년간 관광입국기본법과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꾸준하게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한 것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국제관광 경쟁력이 2007년 42위에서 2017년 19위로 껑충 뛰었지만 같은 기간 일본은 26위에서 세계 4위로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것만 봐도 일본의 끈질김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외래객 유치가 먼저냐 국내관광 활성화가 먼저냐 논쟁하다 시간을 허비했고, 아웃바운드가 폭증해 어느새 세계 8대 관광소비국이 된 것을 마치 ‘자랑’인양 내버려두고 이들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되돌리는데 정부나 업계나 전문가나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행동화’하지 못했다.

일본은 2012년 해외여행자수가 1800만명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1600만명대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보다 인구가 40%에 불과한 한국은 2012년 1285만명에서 2018년에는 287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금년에는 3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다. 해외여행 러시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 않다. 국내여행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만들어놓고 그 결과 외래객을 더 끌어들인 일본을 보면서 마냥 우리의 해외여행객에게 탓을 돌릴 수 없다.

이제 양국간 관광교류 규모를 살펴보자. 정부수립 이후 방한 제1 관광시장은 미국→일본→중국의 순으로 바뀌어왔다. 그중 일본은 40년 이상 한국의 제1 관광시장이었다. 2001년 46.2%였던 일본인의 비중은 2012년 31.5%로 줄어들고, 2013년부터는 중국인이 35.5%로 제1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일본인의 비중은 2018년 19.2%로 더욱 축소됐다. 물론 일본 관광객 수는 2012년 352만명에서 2015년 183만명으로 줄었지만 바닥을 찍었고 이듬해부터 회복되어 작년에는 295만명으로 크게 불어났다.

방한 중국인은 2010년 188만명에서 2018년 479만명으로 늘어나 빅마켓이 되었지만 우리는 시류에 너무 편승하는 ‘관광냄비’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쇼핑관광으로 ‘큰 손’ 행태를 보이는 중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전통적 시장인 일본인들은 뒷전으로 내몰렸고, 여기에 여전히 시장논리가 작용하는 양국간 관광교류에 정치외교적 입김이 작용하여 관광서비스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일본에 가장 많이 방문했지만 일본의 관광지들은 여전히 중국어보다 한국어 안내를 먼저 표기하고 있다. 우리는 지하철이든 관광안내판이든 어디가든 중국어→일어→영어의 순으로 표기하고 있다. 마치 중국이 제1의 방한관광시장이 된 것을 축하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반한과 반일 감정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지만 양국간 인적교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관광은 정치논리보다 시장논리가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일본을 방문하고 있고, 또 일본 여행을 통해서 만족하며 많이 배운다. 역으로 일본인들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방한 일본인은 28%에 불과했고 방일 한국인이 72%이다. 저가항공, 물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계속 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늘어나고 있는 일본인들을 더 불러들여야 한다. 시끄럽지 않고 절제된 가운데 한국문화에 심취해가는 일본인들은 중국인들 못지않게 중요한 손님이다. 중국을 대체시장으로 삼지 말고 일본과의 관광역전을 정공법으로 풀어가자.

<객원논설위원-장병권 호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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