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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철도로 본 근대 동아시아 역사와 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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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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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교통신문]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 걸쳐 세계 여러 곳에서 변화의 파고가 밀려왔다. 특히 1830년 초 수운과 마차를 대신해 출현한 철도혁명은 속도 면에서 교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말과 수운에 의존했던 운송이 이제 증기라는 새로운 동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원하는 곳에 이동할 수 있었다. 경제활동도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등의 제한으로 자급자족경제에 머물렀지만 활발한 물자 교류를 통해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됐다. 1869년 미국의 대륙횡단철도완공과 운영도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이로부터 철도를 통해 공간과 시간의 지도는 다시 작성됐다.

최근에 출판된 영국의 철도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월마가 쓴 ‘철도의 세계사’에도 이러한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우유를 마시기 위해 시내에 농장에서 젖소를 키우던 뉴욕시민들은 1841년 뉴욕〜이리간의 철도가 개통되면서 악취로 가득 찬 농장을 폐쇄했다. 영국의 해안가 음식이었던 피시앤드칩스가 영국의 대표적인 메뉴로 부상한 것도 철도덕분이었다.

철도의 출현은 근대 서구에 있어서는 산업혁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고 동양사회에서는 근대화를 견인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화와 산업화는 서구문명 우월주의, 새로운 시장개척, 미개한 지역의 개화라는 제국주의 명분을 통해 급속하게 동양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을 통해 강력한 서구의 힘을 경험하게 되면서 큰 충격에 빠지게 됐다. 유럽각국은 앞을 다퉈 동양에 진출하게 됐고, 철도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됐다. 영국의 인도에의 철도건설이 그러한 예이기도 하다.

그 주요한 예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시베리아 철도는 1905년에 완성됐는데 구간은 모스크바로부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9km였다. 궤간은 1520mm의 광궤로 모스크바로부터 폴란드, 슬로바키아, 독일, 프랑스까지 연결됐고 당시 동청철도를 통해 하얼빈과 만주 그리고 한반도, 일본까지 철도로 연결됐다.

당시 동아시아 정세는 1894년의 청일전쟁으로 타이완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1905년 러일전쟁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시작으로 대륙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철도는 그 중심의 하나였다. 시베리아철도와 동청철도와 만주철도를 둘러싼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됐다. 러시아와 중국 미국 일본 그리고 영국, 프랑스 등이 동아시아의 철도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이 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철도를 우리 손으로 건설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유길준은 호남철도주식회사, 박기종은 대한철도주식회사, 이용익은 경의선 철도를 우리자본과 기술로 건설하려고 했다. 호남철도주식회사의 취지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철도는 전신, 체신, 신문, 기선과 함께 국가의 5대기관이며 문명과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간 외세가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고 있어 우리의 독립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철도를 부설하여야 하므로 이에 호남철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1908년 2월3일 대표 장박, 유길준, 최문식)

이처럼 우리철도의 역사도 세계사적인 흐름에 그 맥을 같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우리는 제국주의의 힘을 경험하게 되고 철도는 전쟁 수송에도 이용됐다. 우리 철도는 해방 이후 남북 분단과 6.25전쟁의 시련을 이겨내면서 국가 재건의 도구로 재탄생해 고도경제성장의 기반이 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고속도로 건설과 확장에 따라 도로교통과의 경쟁에서 밀려 한때 사양산업화의 위기를 맞았지만, 대도시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광역철도의 건설과 간선철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국가사회 발전에 따른 교통수요 변화에 대응해 왔다.

마침내 2000년대에는 고속철도의 운영과 고속열차 서비스 수혜지역 확대에 따라 한국철도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고, 국제적으로도 선진철도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세계 각국철도도 냉전의 시기를 지나 철도는 경제성장과 국제협력과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EU의 철도가 바로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철도는 새로운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력의 표시이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각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는 시기가 이어서면서 동아시아 철도는 19세기말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느낌이다.

러시아의 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북방정책과 리니어 신칸센 상용화 등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각국의 치열한 철도수출경쟁 등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제 대륙철도의 논의와 함께 동아시아에서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특히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의 이니셔티브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 철도도 보다 국제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철도는 태생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해방 이후 남북분단으로 우리철도의 국제적 성격은 일시 약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남북통일을 향하는 여정에서 다시 중시될 것이다.

‘남북철도’의 연결과 완성은 고속철도 시대를 넘어 그 다음 시대의 시작이며 막혔던 혈관을 뚫어 건강한 국토를 만드는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나라 철도의 미래는 남북철도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법 제도 문제의 완비,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의 실현, 한반도의 총체적인 자원 교류를 통한 경제협력, 연결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노선망, 중국러시아·미국·일본 등의 협력방안도 도출돼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우송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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