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쓰레기 수거차의 전장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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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쓰레기 수거차의 전장화를 위하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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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교통신문]최근 쓰레기 수거차의 발판에 올라선 야당 대표가 화제에 올랐다. 아마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3D 노동을 체험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단체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시 ‘연탄’을 인용하며 비판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쓰레기 수거차의 작업용 발판은 쓰레기 압착기를 사용하기 위한 보조 장치로, 엄밀하게는 이 발판에 오른 채로 주행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적이기도 한 일이다. 하지만 수거 작업의 특성 상 짧은 거리를 저속으로 주행하다가 정차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발판에 매달린 채로 주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쓰레기 수거차는 작업하기 위험하기도 하고, 압착 과정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는 차량이기도 하다. 거기에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차-출발-가속-정차를 반복하면서 많은 매연이 배출되기도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런 위험과 악취, 매연에 시달리며 우리의 도시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쓰레기 수거차는 수거/압착 작업의 용이성, 작업자의 안전 확보, 차량의 매연저감 등의 기술적 수요가 높은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특히 버스의 경우 저렴한 중국산 버스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쓰레기 수거차에 대해서도 전기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래서 중국산 쓰레기 수거차가 아니고 첨단기술로 무장한 국산 쓰레기 수거차를 개발할 시점이 아닐까.

전기차에서 엔진 대신 사용되는 모터는 저속에서 고속까지 거의 일정한 토크를 출력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차 후 출발 시 큰 회전력을 얻을 수 있으며, 저속으로 주행하는 경우에도 그 효율성이 내연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장점이 있다. 거기에 매연 배출이 없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수거 과정에서 유독한 매연에 노출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새벽에 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특유의 소음과 진동에 잠을 설치는 현상도 어느 정도는 예방이 가능하다. 전기모터 기반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그 소음과 진동이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기상조이나, 자율주행과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작업의 특성 상 일정한 경로를 저속으로 반복 주행하므로 자율주행에 적합하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여 작업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쓰레기 집하장이나 차량 대기소와 같이 주차 및 정비 장소가 확보되어 있으므로 충전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매립 쓰레기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장비를 갖추고 발전한 전기로 수거 차량을 충전하게 된다면 환경보호와 에너지 감축 등의 효과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IoT 기술의 경우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여 분리배출 안내나 재활용 쓰레기 식별 등에 적용 가능하다. 다양한 쓰레기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재활용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자동으로 할 수 있고, 각 지점마다 수거해야 되는 쓰레기의 양에 대한 통계 등에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다면 좀 더 효과적인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가스 센서를 활용하여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감지하여 부패 여부를 판단하고, 해충이 발생하는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쓰레기 수거차의 전장화 및 스마트화를 통해 도시 전체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청결작업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 또한 관련된 기술들이 이미 타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관련 기관과 인력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고의 전환일 것이다.

스마트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발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여 관련된 사업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쓰레기 수거차의 발판에 오른 보수정당의 대표는 청소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연출한 것이 아니라면, 악취와 매연에 시달리며 오늘도 새벽부터 땀 흘리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정치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요즘 4차 산업혁명과도 접목할 수 있는 전기차 기술, IoT 기술 등을 활용하여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여 안전하게 일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해외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쓰레기 수거차, 관련 인프라와 센서와 같은 고부가가치의 제품들을 수출하는 뉴스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자신은 ‘뜨거운 사람’이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객원논설위원·평택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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