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설계 개선으로 고령운전자 안심하고 도로 나올 수 있게 해야”
상태바
“도로설계 개선으로 고령운전자 안심하고 도로 나올 수 있게 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국회의원회관 ‘고령운전자 시대를 대비한 도로설계의 혁신’ 정책 토론회 열려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부각되면서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운전자의 특성을 고려해 도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지 기능이나 반응 속도가 떨어져 발생하는 고령운전자 사고를 도로 설계 차원에서 예방하자는 취지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시대를 대비한 도로설계의 혁신’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부분의 고령운전자 안전 대책은 고령운전자를 교통에서 분리 또는 배척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고령운전자를 통합·포섭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도로 설계 구조 혁신을 제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73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한다. 앞으로 7년 후인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면허소지자 중 고령자 비율은 8.6%에 불과하나 교통사고와 사망사고에서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4.5%, 22.9%로 1만명당 사고 건수 기준으로 보면 20~40대에 비해 약 2배 수준인 110.0건이다 1만 명당 사망자수도 3.1명으로 20~40대에 약 4배에 이른다.

최병호 박사는 “최근 국내에서 고령운전자 사고가 꾸준히 증가 추세인 것은 사실이나 고주행거리 조건에서는 고령운전자 사고율이 청년운전자보다 낮고 음주나 과속 사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고령운전자가 무조건 사고가 많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이 되면 안전 운전의 지표인 인지 기능이나 위험 반응 속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보유 질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같은 연령층 안에서도 그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만큼 개인별 판단 및 진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고령운전자가 도로에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최병호 박사는 대표적으로 ‘가장 난해한 의사결정 공간’인 ‘교차로’를 꼽았다. 한 개의 교차로에는 총 32개의 상충지점이 있으며, 수많은 교통 표지와 복잡한 노면 표시 등으로 고령자가 자동차 운행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도로 공간 중 하나다.

실제로 경찰 사고 통계에 따르면 교차로 내 고령운전자가 일으키는 사고 비율은 약 31%로 치사율도 전체 치사율 2.4%보다 약 1.75배 높은 4.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교차로 외에도 회전교차로와 비보호교차로도 고령운전자가 통행의 어려움을 겪는 도로 구조다.

최 박사는 교차로 등 고령운전자의 상황 인지를 저하하는 도로 구조의 개선 원칙으로 심리학 용어인 '게슈탈트 법칙'을 빌려와 ▲단순성 ▲연결성 ▲폐쇄성 세 가지 들었다.

그러면서 고령운전자를 위한 도로설계 적합성 평가체계를 개발해 고령자 사고가 잦은 곳이나 위험 도로에 적용하고 이에 대한 효과·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 또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늘어나는 고령운전자에 맞춰 도로 설계 기준을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모든 도로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노인보호구역이나 사고가 잦은 지역에 시범 운영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

한편 최근 고령운전자 안전 대책으로 배타적 정책으로 분류되는 적성 검사 강화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나왔다.

최병호 박사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농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고령자에게 있어 운전권을 박탈하는 것은 일상 생활에 큰 제약으로 다가올 수 있는 큰 문제”라며 고령운전자를 사회에서 배척하거나 도태시키려 하기 보다는 도로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준 한국자동차안전학회 부회장도 "고령자 교통안전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비고령자가 주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정책적으로 고령자를 자꾸 퇴출하려고 하기보다 배려하고 아우를 수 있는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