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령운전자를 위한 한정면허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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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령운전자를 위한 한정면허의 도입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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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지난 해 교통사고로 3781명이 사망하여 5년 전보다 20.6%가 감소했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5년 사이 48%가 늘었으며, 사망자수도 10.5%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노령화 추세와 맞물려 해마다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고령자의 건강상태는 결정적 요인으로든, 부수적 요인으로든 사고발생에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저하되고 반응속도는 떨어지며 속도와 거리에 대한 판단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고령자의 신체적 변화는 운전자로서 돌발적인 위험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있으며, 별도의 운전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면허를 갱신할 때 운전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의학적 검사를 요구하는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는 201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갱신 주기를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였으며, 2019년부터는 75세 이상자의 면허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교통안전 교육도 의무화했다. 또 사업용자동차 운전자는 65세부터 69세까지는 3년마다, 70세부터는 매년 별도의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스는 2016년부터, 택시는 금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화물차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그 대가로 대중교통비 지원이나 상업시설 이용할인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고령운전자의 야간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맞춤형 면허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에게 면허반납을 유도하고 이동을 제한하는 것만이 사고예방을 위한 적절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다. 고령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동을 제한하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의도치 않게 고령자의 이동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지방소도시나 읍·면 지역은 대중교통 혜택은 물론 고령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령운전자의 이동수단으로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건강 등의 문제로 사고위험에 노출된 고령자도 계속하여 자가용을 운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래 전부터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8년 한 해 동안만 40만명이나 면허를 반납했다. 그럼에도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발하자 정부는 고령자용 운전면허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자동브레이크 등 안전기능이 장착된 차종만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한정면허가 그것이다. 모든 고령운전자에게 강제하려는 것은 아니고 고령운전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는 고령운전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려고만 할 뿐이지 자유롭게 계속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첨단안전장치는 다양하게 개발되어 차량에 장착하고 있다. 일본과 같이 첨단안전장치만 잘 활용하면 고령운전자에 의해 야기되는 교통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고령운전자의 부족한 기능을 메꿀 수 있는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했을 때 면허갱신이나 적성검사에 혜택을 부여하고 장치의 장착에 대한 정부지원 또는 보험할인 등의 혜택을 부과한다면 고령운전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령운전자를 위한 약화된 신체능력과 지각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는 이미 개발되어 있다. 전방추돌이 예상되는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긴급제동장치(AEBs)나 차로 이탈시 경고를 주는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방향지시등을 켠 상태에서 옆차로에 차량이 근접하면 경고신호를 주는 사각지대 경고장치, 자동차에 헬스케어 기능을 결합한 커넥티드카 등이 그것이다.

고령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막으려면 면허갱신 주기 단축과 실효성 있는 교육시행, 면허반납을 유도하더라도 최소한의 고령자의 이동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체기능상의 저하나 판단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첨단안전장치의 장착을 전제로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운전자도 계속 운전을 할 수 있는 한정면허 도입을 제안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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