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통난 해소’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목적과 수단 적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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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통난 해소’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목적과 수단 적합했나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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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제주도의회는 ‘대기업 렌터카 자율감차 동참 촉구 결의안’을 채택, “타 시·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대기업 업체들이 호텔이나 카지노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영위하며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돈벌이 과정에서 악화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와 도내 중·소 렌터카 업체들과 함께 대기업 렌터카 업체를 압박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처럼 도내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이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제주도민이 아닌 외지인의 입장에서 도가 추진하는 렌터카 총량제에 대해 말을 꺼내기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도가 주장하는 대로 렌터카로 인한 교통사고 및 교통 체증 증가 문제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사람만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인데다,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 갈등 프레임도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렌터카 총량제 시행의 목적과 수단이 적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앞서 제주도는 렌터카 총량제 목적이 지역 교통 체증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렌터카 총량제 시행을 위한 차량수용능력분석 용역 결과 도내 적정 렌터카 대수는 현재 3만2000여대에서 7000여대 감소한 2만5000대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수 등의 외부 사정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다.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등의 개인교통수단 분담율이 높은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교통수요관리를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라 현재 약 67% 수준의 렌터카 분담율을 45%대로 낮추겠다는, 미리 정해 놓은 목표치에 필요한 렌터카 감차 대수를 산출한 결과다.

용역 보고서를 보면, 제주도 일일 방문 관광객 수를 11만7948명으로 예측, 이중 약 2.1명 당 1대 정도 렌터카를 이용하다고 보고 여기에 약 45%의 렌터카 분담율을 적용(11만7948*0.45/2.1)해 렌터카 적정대수를 2만5000대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관광객 수 변수는 고려하지 않은데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최소 이틀 이상 자동차를 대여한다는 점 등을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용역보고서는 렌터카 감차로 도내 관광객의 불편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버스 체제 개편으로 도내 어느 곳이든 1150원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제주도는 도내 교통체증의 '주원인'으로 렌터카를 지목하고 있지만, 2017년 기준 도내 전체 등록 차량의 8.7%에 불과한 렌터카가 정말 주원인이 맞는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

교통혼잡비용 부과 등의 단계적 조치를 건너뛰고 바로 감차와 운행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낸 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렌터카 총량제와 운행제한 조치를 뒷받침하는 제주특별법 등은 3년의 범위에서 일정 기간 등록(신규 또는 변경 등록)을 제한할 수 있을 뿐 직접적인 감차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감차 조치의 총량제를 시행하면서도 도가 ‘감차’라는 표현 대신 ‘자율감차’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도는 ‘자율감차’를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운행제한 처분 등의 사실상 강제 감차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대형 업체 측은 이 같은 도의 조치가 ‘최소침해의 원칙’과 '상당성의 원칙'(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도의 렌터카 총량제 도입은 교통난 해소보다는 사실상 지역 중소 업체와 대형 렌터카 업체의 '상생'이 첫째 목적이었다는 점이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입장을 달리하는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과 그 외 13개 시·도 조합이 반목하게 된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지난 5월 말 제주조합은 연합회가 대기업 업체만의 이해를 대변한다며 연합회에서 탈퇴했다. 서울조합을 제외한 13개 시·도 조합도 제주조합의 행보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상생’에 촛점을 맞춰 문제의 접근을 했으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의 소모적인 갈등 양상보다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토대가 마련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해 말 자동차 단기대여 서비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까지 역할을 한 것도 결국 연합회 차원의 한 목소리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분열상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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