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온적인 일본차 한국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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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미온적인 일본차 한국법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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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 배상 판결에 맞서 지난 1일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은 일본산 맥주와 의류는 물론, 덩치 큰 자동차로도 집중되고 있는 양상. 일본산 자동차를 구입하려던 소비자 고민이 깊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양국 국민의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차를 구입한 소비자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사실이 아닌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최근에는 한 취객이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일본산 자동차에 김치를 퍼부었다는 소문이 파지면서 여론이 격앙되기까지했다.

상황이 이런데 일본산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한국법인은 ‘정중동(靜中動)’ 자세로 그저 눈치 보며 시장을 바라만 보는 것 같다. 한국 소비자 걱정이나 한국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대책 같은 건 아예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벌어진 사태라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 한국법인이 내놓은 조치는 고작 언론 상대 출시나 시승행사 등을 축소하고 홍보를 자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다못해 한국법인 대표가 “한일 양국이 갈등해 유감이다. 하지만 한국 고객과 함께 성장해온 우리(일본산 자동차 브랜드)는 한국인을 중요시하고, 한국에서 고객이 피해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없다.

침소붕대라며, ‘큰일도 아닌데 호들갑 떨 일 없다’ 치부할지 모르지만, 일본산 자동차가 그간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그런 발 빠른 대응도 한 번쯤 기대해 볼만 했다는 것이 시장 일각 적지 않은 소비자 반응이다.

일본산 자동차는 침체된 수입차 시장에서 홀로 성장을 지속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0% 줄었지만, 같은 기간 일본산 판매량은 10.3% 늘었다. 시장 점유율 또한 21.5%로 전년 보다 6.3%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 산업은 한일 간 무역에서 가장 불균형이 심한 종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국산차의 일본 수출 대비 일본산의 국내 수입은 대수로는 603배, 금액은 254배 많았다. 올해는 이런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토요타·혼다·닛산 등 3대 일본산 자동차 한국법인 매출은 1조875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472억원) 대비 7.3% 증가했다. 2015년(1조1076억원)과 비교하면 7000억원 이상 상승한 수치다. 토요타의 경우 수입차 업계 5위였던 매출 순위가 지난해 3위까지 뛰어올랐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얻어가는 이득은 결코 적지 않다. 잠재 소비자인 한국 국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산 불매운동과는 당장 관련은 없지만, 지난해 일본산 자동차 한국법인이 국내 환원한 기부금은 그들의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봤을 때 8억4074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0.045%에 그쳤다. 그나마도 전년 대비 8.9% 줄었다. 성장하는 규모에 걸맞은 눈에 띄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차 팔 때는 ‘おもてなし(오모테나시·환대)’ 했지만, 문제 생기자 ‘そむける(소무케루·외면했다)’는 비판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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