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은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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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은 효과적일까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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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안 그래도 한증막 같은 여름에,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소재의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한반도가 더욱 뜨거워진 것 같다.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게 될 삼성전자 등에서는 비상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에는 갑과 을이 뒤바뀐 희한한 지점이 있다. 제품을 사주는 한국을 대상으로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고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는 것이다. ‘손님은 왕’이라는 상식을 깨는 기발한 착상이다. 일본밖에는 사올 곳이 없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일본산 맥주의 매출과 일본 여행 예약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매 운동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는 맥주나 여행과는 달리 그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상품이라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소비자 입장에서 유럽산 혹은 미국산 자동차로 대체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일본과의 자동차 교역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살펴보자. 2018년도 일본차의 수입액수는 약 12억달러이고 대일 수출액수는 400만달러 수준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산 자동차를 수입하는 금액이 높아, 완성차의 수출입의 경우 11억달러를 초과하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활발해진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에서 완성차를 수입하는 한국 업체와 이 업체에 고용된 직원들까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를 수입하는 한국 업체의 경우 차량 수입을 위한 통관 절차의 처리, 국내 자동차 규제 만족을 위한 차량 개조작업, 차량 판매 및 정비 등을 위한 직원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다.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다양한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이들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직원들의 숫자도 급증했다.

오늘도 일본 수입차 업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영업사원과 정비사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건실하고 성실한 청년들이다. 이들이 불매운동에 의해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피해를 보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일본차 불매 운동에 의해 우리가 입을 피해도 분명한 것이다. 그만큼 수입차 시장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입차 시장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나 피해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이익과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일반적인 불매운동은 양가적인 측면이 있어 단순하게 접근하기에 어려운 지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의 경우 비합리적인 일본 정치집단의 행위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항의하는 성격이 있어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그러니 구태여 불매운동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피하고, 항의와 불만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지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불매운동의 가시적인 효과를 일본의 국민들이 체감해야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일본 정치권의 오판을 일본 민간의 차원에서 바로잡고, 한국과 상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국민과 국민의 차원에서 인식의 변화를 도모할 좋은 수단이 바로 불매운동이다.

반도체와 비슷하지만 긍정적인 사례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일어난 적이 있어 이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일본 자동차 부품 공장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때에는 국내 부품회사들의 대체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2014년부터 자동차 부품 분야의 대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었다.

자연재해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 현재 상황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참조할만한 경험이다. 공급업체의 다변화와 대체재의 개발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 및 제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일 것이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국산화화고 대체품을 찾아보자. 적극적인 국산화와 다변화 그리고 지속적인 불매운동을 통해, 어쩌면 동북아시아의 주변국에서 기술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객원논설위원·고광호 평택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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