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문 열린 국산 ‘초소형전기차’ 산업 “지원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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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문 열린 국산 ‘초소형전기차’ 산업 “지원책 절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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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산업발전 포럼’에서 민관 관계자 한 목소리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최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초소형전기차 산업에 대한 민관 차원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초기 단계인 만큼 업계 스스로 품질 향상 노력도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법 나왔다. 이런 요구가 지난 20일 초소형전기차 관련 업계가 모인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이하 협회) 개최 ‘2019 초소형전기차 산업발전 포럼(이하 포럼)’에서 나왔다.

서울 명동 티마크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 대해 업계는 국산 초소형전기차 산업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발전을 추구해야하고, 업계 대내외적으로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2년 연간 1만대 판매 예상 장밋빛 시장

국내에서 초소형전기차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시장이 열렸다. 환경부 주도 민간부문에서 배달 등 용도로 738대가 도입된 것이 시초다. 지난해에는 민간부문(2000대)과 우정사업본부 주도 공공부문(50대)에서 2000대 넘는 차량이 공급되며 시장 규모가 커졌다. 올해는 민간부문(2000대)과 공공부문(5000대)을 합해 7000대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순종 협회 부이사장(쎄미시스코 대표이사)은 “올해 들어선 7월 말까지 3개 업체(르노삼성·대창모터스·쎄미시스코)가 내놓은 3개 차종이 3889대 판매됐다. 올해 목표대수는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만큼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2022년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만대 수준을 돌파할 것이라 예상했다. 6년 동안 예상 누적 대수가 3만5788대에 이른다. 보급 초기인 만큼 공공부문 기여가 크다. 우정사업본부가 2017년 말 발표한 ‘집배물류 혁신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집배용 이륜차 1만대를 초소형전기차로 교체한다. 전국 1만5000대 이륜차 가운데 3분의 2를 교체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2020년 이후로도 연간 2000대 정도 추가 또는 교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는 전국적으로 4만여대에 이르는 배달용 운송수단의 5~10%가 초소형전기차로 교체되고, 개인용 운송수단으로 매년 1000대에서 5000대 가량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기한 자동차부품연구원 전남본부(이모빌리티연구센터)장은 “2017년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경형 전기차를 추월하고 공공과 민간에서 빠르게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신규로 B2G(기업 대 정부) 시장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향후 연간 5000대에서 1만대 수준으로 배달 중심 제한적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앞서 3개 업체 이외에도 캠시스, 마스타, 마카롱, 디피코 4개 업체가 신차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들 7개 업체는 국내 인증을 끝내 판매 가능한 모델 10종에 더해 6종 이상을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화율 향상과 내수시장 보호책 필요성 대두

포럼 참석자들은 국산 초소형전기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차량 국산화가 이뤄져야 전체적인 산업이 고른 발전을 이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시장 또한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어서다. 현재 100% 국산화가 이뤄진 주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주요 차체와 부품 국산화율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높은 국산화율을 기록한 업체가 43.5%를 달성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터와 인버터 등을 비롯해 전기차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그보다 수치가 더 떨어진다. 아예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있다.

노기한 본부장은 “업체를 강요할 순 없지만, 법제도 등을 개선해 국산화율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차량 구매 보조금을 국산화율 정도에 따라 모델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우정사업본부 또한 40% 국산화율을 달성한 업체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집배용 차량 교체 사업에 참여한 3개 업체가 이런 조건을 충족했다”고 했다.

내수시장 보호도 포럼에서 이슈로 거론됐다. 기반 약한 중소기업이 참여하다보니 초기 모델 개발 단계에서 중국산 플랫폼과 부품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중국에서 보조금 정책이 바뀜에 따라 시장 확대를 노리는 중국 업체가 대거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초기 단계 산업이 기반을 닦기도 전에 중국산에 밀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핵심부품 국산화는 물론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업계 내부에서 나왔다.

노기한 본부장은 “유럽 기준에 준하는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충돌안전테스트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핵심부품 인증과 효율등급제 등을 도입해 국내 산업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국내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플랫폼 등의 국산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은 물론 업계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충돌안전테스트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소형전기차 안전도 검증을 위해 자체 사업으로 평가 계획을 잡았다. 도로교통공단을 통해 시범 테스트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일정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사무국장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안전도가 경차보다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규제 개선해 시장 활성화시켜야” 주장 제기

규제개선은 초소형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혔다. 포럼에선 현행 시속 80km까지 주행이 가능한데도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노기한 본부장은 “자동차관리법만 놓고 보면 자동차전용도로 운행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 도로교통법에 따라 별도 공고 등 없이 진입 금지 표지판만 세워두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초소형전기차가 도심형 이동수단인데, 서울의 경우 한강에 놓인 다리 대부분과 강 양쪽 도로가 자동차전용도로라 사용 제한이 크다는 점”이라고 했다. 관련해 경찰청이 국토부 충돌안전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물론 안전 검증을 받는다고 해도 넘을 산은 많다는 지적이다. 하일정 사무국장은 “초소형전기차가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 덩달아 이륜차 진입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충돌안전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허용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장차로 개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개선도 요구됐다. 다양한 초소형전기차 특장 모델을 개발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일정 사무국장은 “우정사업본부가 경차가 아닌 초소형전기차를 선택한 것은 차체 폭이 좁아 골목길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소방차로 개발해 의용소방대에 몇 대만 배치해도 효용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협회 차원에서 규제를 개선하고, 냉장차 등을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부품 안정화·고도화는 근본적 해결 과제

관련 부품 안정화와 고도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포럼에서 나왔다. 업계 스스로 “근본적으로 가장 소홀한 부분”이라는 자성도 나온 대목이다. 전원시스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화재사고 발생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고, 아직은 대부분 중국산을 사용하다보니 결함 발생 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강화되는 인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업체가 피해를 안을 우려도 있다. 정부 또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평가기준을 구축하고 기술개발(R&D) 수요를 검토해 17개 과제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산화를 통한 안정적인 부품 수급과 공용 부품화를 통한 가격 인하, 기술 고도화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포럼에선 ‘개방형 플랫폼’ 개발이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 초소형전기차 산업 발전 핵심 과제로 언급됐다. 노기한 본부장은 “정부 지원으로 개방형 플랫폼이 마련되면 업체가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부담을 떠안을 필요도 없고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 차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은 보편화된 방식인데, 르노삼성 ‘트위지’가 대표적이다. 개방형 플랫폼이 개발되면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국산화율도 자연히 높일 수 있다. 산업 생태계도 새로운 벨류체인 형성이 가능해지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컨소시엄에 관련 국내 업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용 차량 도입 사업이 국산 초소형전기차 발전에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초소형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집배용 차량이)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 운행되는 차량이란 점을 감안해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적재능력은 물론 안전·편의장치 측면에서 정부와 우정사업본부 요구를 충족하는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게다가 일정 수준 국산화율 이행도 요구된다. 워낙 수요 큰 사업이라 업체 모두 기준을 만족하는 모델 개발에 힘쓸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만큼 차량 성능과 개발·생산 과정이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국내 시장으로 한정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개척돼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동남아(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중심)시장은 현재 3억대가 넘는 이륜차가 보급돼 있는데, 매년 2900만대에 이르는 신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2025년 90만대 이상 초소형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 노후화로 공해문제가 커지고 있어 친환경 대중교통 보급 사업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망은 밝다.

노기한 본부장은 “국가 미래자동차 로드맵에 초소형전기차를 포함하고,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인 기술개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내수 시장을 보호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동남아와 같은 큰 시장에 부품 단위 수출이 가능토록 지원책이 마련돼야한다”고 했다.

◆“다양한 용도에서 활용 가능한 안성맞춤 차”

포럼 참석자들은 초소형전기차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 큰 신 분야라고 한 목소리 냈다. 물류서비스와 공공행정지원 용도 이외에도 사회복지서비스용과 초단거리 카셰어링 용도로 적합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

김종배 KST인텔리전스 대표는 “쿠팡의 경우 하루 3500여대 차량이 주야로 활동하는데, 야간 이동시 소음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초소형전기차로 대체할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유지비 절감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게 가능하다. 물류에 최적화된 차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하루 40km 정도 운행하는 주차단속 차량과 골목길을 오가야 하는 6000~7000대에 이르는 사회복지사 차량으로도 적합하다”고 했다.

카셰어링 업계도 초소형전기차에 주목하고 있다. 초단거리 운행에 투입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는 것이 판단 근거다. 김종배 대표는 “마카롱 M&M 플랫폼을 활용한 마이크로모빌리티 셰어링 사업을 모색 중이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 전용 이동수단인 ‘마카롱 미니’와 친환경 배터리 교환형 물류 운송수단 ‘마카롱 고’ 사업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비용 때문에 기존 승용차를 구입할 수 없고, 큰 차를 타는 게 어려운 농촌지역 노인을 위한 차량으로 안성맞춤일 것으로 판단한다. 대도심과 달리 대중교통이 취약해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지역에서도 공유교통 개념으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어 주목을 끈다”고 했다.

◆정부 지원 의지 커 … 업계·지자체도 관심 가져야

이순종 협회 부이사장은 “초소형전기차는 기존 완성차와 달리 중소기업 진입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래서 업계 내부적으로도 한 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크다. 다만 관련 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래서는 이제 막 태동된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보조금 지원 정도로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산 초소형전기차와 관련 부품 업체가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포럼 참석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정부가 관련 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관련해 최남호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2013년 영광 대마산단에 연관센터를 조성하면서 시작된 국산 초소형전기차 산업이 현 단계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다. 최근 많은 업체가 생겨나면서 자동차 산업계 내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앞으로 기존 완성차 업체와 차별화된 영역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기업 주도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지원 방법을 강구하겠다. 업계와 지자체도 새로운 산업이 꽃 필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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