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또 불붙은 화물 ‘지입제’…칼 빼든 사법·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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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또 불붙은 화물 ‘지입제’…칼 빼든 사법·행정부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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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물류산업의 한축을 맡고 있는 화물운송업. 이 시장에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위수탁 제도가 있다.

최근 이를 두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화물차주들이 ‘지입제’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지입제 유지와 폐지를 주장하는 이해당사자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은데다, 정부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법인화물의 ‘직영’ 전환이란 조건이 제시됐으나 그에 따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이 가운데 지난달 22일에는 탁송업무에 배차·투입되는 위수탁 지입차주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주심 정도영 판사)는 이날 울산공장 수출선적부에서 탁송업무를 한 A사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27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탁송업무는 불법파견이며 해당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하청업체와 계약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청의 지시사항에 따라 생산된 차량을 수출선적부두 근처 치장장까지 운송하는 탁송작업에 투입돼 노동력을 제공한 점이 인정되기에 이들의 사용자인 원청이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도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앞서 20일에는 화물운송 혁신 중장기 추진 로드맵 구축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의 ‘지입제’ 관련 실태조사와 갈등·분쟁 사례, 제도개선 방안이 담긴 연구용역이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내년 2월까지 용역 결과를 검토해 지입제 손질 방향과 이행과제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며, 용역 결과를 근거로 한 정부대책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종전의 연구용역에는 ‘경영위수탁의 지입차량 금지안과 명의변경 금지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지입제 중심의 시장여건을 충분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간접적 완화’ 형태로 제도개선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과물이 제시된 바 있으나, 최근 3년간 위수탁 지입차주에 대한 구제방안과 업종개편에 담긴 조건이 본 시행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위 대형 물류사로부터 일감이 내려오고 하청된 물량을 재분배하는 거래구조가 유지되고는 있으나, 중개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화주사 개개인의 물량을 수배하는 게 용이해지면서 지입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한 몫 했다.

방법론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택시 감차 사업 등의 실증사례를 통해 추진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선상에 올려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택시 면허를 정부가 매입해 감차하고, 줄어든 면허 수만큼 기여금을 중개 플랫폼 업체로부터 받아 면허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송사업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화물운송 정보망 등 플랫폼 운영사와 화물운송가맹사업체의 참여를 유도해 지입전문운송업체를 감소시키면서 지입차주의 권리보호와 위수탁 진·퇴출 환경을 개선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화물운송산업 지입제도 개선방안 연구결과를 보면, 화물차 1대만 소유하고 있어도 화물운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국내 시장의 특성과, 화물차 운전자의 도덕적 해이, 노무관리 애로, 조세부담과 같은 직영 전환에 따른 문제점 등의 개별 대안이 모두 정상화 됐다는 전제 아래 지입제 개선대책이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법적구속력과 화물운송사업 행정 인·허가 관리체계의 개선을 병행할 것을 제시했다.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제도에 이어 업종개편을 단행한 정부의 추가조치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후진적 행정으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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