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순정부품 가격 폭리 지나치다”…소비자 선택권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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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순정부품 가격 폭리 지나치다”…소비자 선택권 ‘실종’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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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부품價 실태조사 결과 발표…“최소 2배, 최대 5배”
대기업 ‘순정품만 정품’ 표시광고 위반 행위로 공정위에 신고
대체부품 설 자리 ‘원천 차단’, 전속적 시장 구조 ‘왜곡’ 원인
“부담은 소비자 몫”…용어개선·정보공개·고지의무 등 기준 강화 대안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자동차 OEM부품(순정부품)과 규격품(비순정부품)의 품질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최대 5배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순정부품’이라는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하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슈리포트를 지난 9일 발표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5일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 한국소비자연맹과 함께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순정부품' 표시광고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이들이 광고를 하는 과정에서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고, 비순정부품을 사용하면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허위·비방 광고로 사실상 ‘규격품’을 선택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이슈리포트를 보면, 브레이크패드(앞), 에어클리너, 에어컨필터, 베터리, 엔진오일(1리터기준), 전조등 총 6개 항목에 대해 2019년 7월 기준으로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기술차이나 품질차이가 크지 않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규격품에 비해 OEM부품의 가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균필터의 경우, 비슷한 성능의 중소부품업체 제품에 비해 현대자동차는 최대 4.1배, 기아자동차는 최대 3.8배 비쌌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조등은 최대 5.1배 가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합리적 수준의 가격 차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이슈리포트의 지적이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의 전조등은 최소 2배, 기아자동차의 엔진오일은 최소 2.2배, 르노삼성자동차의 브레이크패드(앞)는 최소 2배, 항균필터는 최소 2.3배, 전조등은 최소 3.1배의 가격차이를 보이는 등 OEM부품이 규격품과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가격이 높았다.

참여연대는 “결국 이러한 부품가격 폭리는 높은 수리비와 자동차보험료로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완성차의 부품가격 폭리와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녹소연이 공정위의 용역 위탁을 받아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의 가격차이와 품질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당시에도 OEM부품과 규격품 모두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최대 1.83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의 오인을 초래하는 '순정부품'이라는 용어를 정비하고 규격품에 대한 '부품품질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현재처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왜곡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오인을 일으키는 '순정부품' 용어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동시에 ▲대체부품인증제 활성화 ▲OEM부품과 인증부품, 규격품 등 자동차부품의 가격 및 품질정보 공개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한 정비업자의 부품 관련 정보 고지 기준 마련 ▲공정위의 철저한 순정부품 구매강요 행위 실태조사 등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 규격품의 성능과 품질을 인증하는 '대체부품제도'를 도입했지만 완성차 대기업들이 '순정부품'이라는 표시광고행위를 고수하고 중소부품사들의 인증품들이 완성차의 디자인권에 묶여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은 확대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자동차부품 산업의 전속거래구조와 독과점 폐해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부품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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