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수록 대형화·고급화되는 택시, 아래로의 혁신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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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수록 대형화·고급화되는 택시, 아래로의 혁신도 고민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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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택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단연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모빌리티 혁신이 택시를 기반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서울의 택시회사 2곳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법인택시 50여개사, 4500대 택시가 가맹한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는 지난 7월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 이후 두 달도 안되는 기간에 모두 이뤄진 것들이다.

이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단순 호출중개사업을 넘어 택시를 가지고 직접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음 달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인택시 업체 백여 곳과 손잡고 라이언택시를 내놓는다. 라이언택시는 타다와 같은 대형승합택시다. 차종으로 스타렉스와 카니발을 이용한다. 타다와 같이 강제배차와 탄력요금제가 적용될 방침이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흰색 카니발 차량 2대 중 1대는 ‘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타다가 크게 흥행하자 이에 대한 대항마로써 내놓는 것이다.

향후 타다가 법제도적 불확실성의 문제로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발생하는 빈틈을 노리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한편 이와 별개로 타다에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도 대형승합차량을 활용한 택시 이동서비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갈수록 택시가 대형화·고급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별다른)혁신 없이 요금만 뜀박질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생각해보면 국내 1호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Waygo Blue) 출시 당시에도 이와 같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만난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월급제 등 기존 택시와 차별화된 사업 구조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부분에 대한 수입 기반이 확실히 갖춰져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와 같은 택시 요금 체계 및 사업 구조 속에서는 비용 없이 혁신도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 이 문제는 택시를 고급교통 수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준대중교통 수단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내 택시 혁신이 ‘비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볼 때 대부분 승객 1~2명을 운송하는 차량으로 11인승 이상 대형차량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택시의 본질은 이동수단, 쉽게 말해 버스나 지하철 등 일반 대중교통 보다 조금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한 ‘탈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카풀에 이어 올해 타다까지 택시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던 근본적인 이유도 쉽게 말하자면 '승차거부 없고 좀 더 친절한' 택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택시 혁신이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조금 덜 편하더라도 기존 택시보다 좀 더 저렴한 택시의 선택 기회도 나와야 한다.

즉, 지금까지는 주로 점점 대형화·고급화되는, 위로 가는 혁신이었다면 아래로 향하는 혁신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십 여년 전 도입됐다 실패한 경차 택시가 모빌리티의 도움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면 작지만 의미있는 혁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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