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차 도입 늘어날수록 갈등 격화 가능성 커”
상태바
“외산차 도입 늘어날수록 갈등 격화 가능성 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GM 노조, 파업 강경 투쟁 고수
“시설 폐쇄 등 부정적 요인 될 수도”
외산차 도입 확대에 연계한 분석도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춘 한국GM 부평공장.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춘 한국GM 부평공장.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고향이 익산이라 군산 지역 경기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듣습니다. 한국GM 공장 폐쇄 후 지역경제가 거의 황폐화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던데요. 솔직히 여기도 그런 꼴 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인천 부평에서 27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대엽(62)씨는 지난 23일 전화통화에서 최근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GM 노사 갈등 때문에 지역 민심이 흉흉해졌다고 전했다. 최씨는 “그렇잖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가 잘 안되는데, 며칠 전부턴 인근 가게 주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향후 상황을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노조 파업으로 지역·업계 위기 고조

이날은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20일 이후 처음 맞이한 평일이었다. 앞서 노조는 19일 오후 사측과 한 달여 만에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재개했지만 또 다시 입장 차이만 확인한 뒤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을 벌였다. 지난달 20일·21일·23일·30일에는 생산직과 사무직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도 진행했다. 아울러 지난달 22일부터 생산직 조합원 잔업과 특근 거부도 이어가고 있다. 20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4일부터 27일까지는 하루 6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파업에는 전기·수도 관리 등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한 한국GM 소속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이 아닌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실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GM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적은 있지만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는 전면파업이 없었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과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사측의 확약도 바라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순손실 기준)가 4조원에 달하는 등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교섭을 요청해 별도 제시안이 있을 것으로 보고 19일 만났는데, ‘노력한다’거나 ‘검토한다’는 말밖에 없었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놓고 말장난을 하고 있어 파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노조는 변경된 협상안을 제시하길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내놓을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노사 갈등에 비판 목소리 커져

상황은 강경 대치 국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는 24일에는 회사 경영진 퇴진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어떠한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퇴진시키고야 말 것”이라며 “회사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조합원 차별대우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노조는 앞서 자사 브랜드 수입 차량인 대형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대상으로 불매운동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한국GM 노사 갈등이 확대되면서 지역사회와 자동차 산업계 전반에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국산차 업체가 국내외에서 판매부진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야기된 것을 두고, ‘장기 침체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도 있었다.

비판도 적지 않다. “회사 앞날이 풍전등화 같은데 노조가 자신들 이익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시장 일각에서 나왔다. “노조가 차라리 글로벌 GM의 생산시설 탈 한국 정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외산차 도입 확대를 크게 문제 삼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당장 혜택을 보는 급여 인상 보다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잘 팔릴 만한 신차 생산을 배정하지 않는 상황을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GM은 국내 생산과 글로벌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쉐보레 유럽물량을 책임졌던 군산공장을 지난해 5월 폐쇄시켰고, 신차 생산 계획도 아직까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신규 차종 투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판매실적은 더욱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내수시장 판매량은 4만8763대로 최악 상황이나 다를 바 없었던 지난해 동기(5만8888대) 보다 17.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출 또한 24만7646대에서 23만8777대로 3.6% 감소했다.

◆OEM 외산차 도입은 확대 추세 지속

반면 OEM 방식 외산차 도입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8월까지 국내 판매된 쉐보레 외산차는 4189대로 전년 동기(6481대) 대비 35.4% 줄었다. 외산차 실적이 줄긴 했지만, 수입 물량의 경우 공급 조절이 쉽지 않은 점과 일부 보조금 사업으로 공급되는 차종(전기차)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있을 수 있어 원인을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 그보다는 향후 외산차 모델 도입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현재 4종인 한국GM 외산차종은 이미 ‘트래버스’와 ‘콜라라도’ 출시로 6종이 됐다. 국내 생산되고 있는 차종(5개) 보다도 많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라인업 외산차종 비중을 고려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 한국GM 노조 투쟁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노조 또한 상당수 차종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기 때문에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이미 다른 회사가 선점한 시장에 뒤늦게 한국인 취향에 맞지도 않은 차량을 수입해 출시하면서 회사 이미지만 깎아 먹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가입한 의도도 불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노조와 일부 업계는 산업은행이 지난해 한국GM에 7억50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출자했는데도 GM이 2022년 이후 인천 부평2공장에 생산물량을 배정하겠다는 확답을 안 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022년 2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 할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한국GM은 “국내 생산시설에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산차 공급 확대에 따른 국내 생산인력 고용 불안은 비단 한국GM만이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국내 자회사인 르노삼성자동차도 점차 외산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8월 국내에서 판매된 르노삼성차 외산차는 7920대로 전년 동기(7349대) 대비 7.8% 증가했다. 차종도 3종에서 4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차 전체 내수 실적은 5만5630대에서 5만2585대로 5.5% 감소했다.

◆주력 차종 경쟁력 떨어지는 것 문제

문제는 양사 모두 내수 시장에서 주력으로 삼는 차종 판매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GM은 스파크(2만2698대)와 말리부(8874대)가 고전하고 있다. 트랙스(8275대)가 지난해 보다 실적이 소폭 늘었지만, 시장을 좌우할 만큼 위치는 되지 못한다. 르노삼성차는 SM6(1만1147대)을 포함한 주력 세단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주력 차종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데 따른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사양 개선이나 완전히 변경된 새로운 차종을 내놔야 할 필요성도 있는데, 현 단계는 경영위기 등을 이유로 거의 중단된 상태다. 자칫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는 때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회사도 나름 할 말은 많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외산차의 경우 대부분 주력 볼륨 차종이 아닌 새로운 차급 또는 차종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 이들 업체가 줄기차게 내놓는 주장이다. 한국GM의 경우 볼트나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을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주목받는 마스터는 수요가 한정된 차급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식의 판단은 클리오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 모두 한국 내에서 가장 큰 볼륨을 형성하는 준중형·중형·준대형 차급을 외산차로 대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차급에서 점차 신차 생산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르노삼성차는 트위지를 내년부터 국내에서 생산하고,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국내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과 2022년에 2개 모델 생산을 국내에 배정할 계획이다. 그전까지는 외산차종을 확대하고 수익을 늘리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양사 생산 전략이 생색내기일 뿐이고, 시설 유지를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생산시설 폐쇄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는 근거다. 전문가들은 내수 시장에 국한할 것이 아닌, 대수 많은 수출 차종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걱정되는 점은)소위 많이 팔리는 차급에서 신차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황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르노삼성차는 9월을 기점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닛산 ‘로그’ 후속 모델 확정은 물론, 향후 신차 수출로 제법 많은 실적을 올려야 한다. 로그는 그간 르노삼성차 전체 실적 절반 가까이를 담당했다. 한국GM도 ‘트랙스’ 후속을 고민해야 한다. 트랙스는 그간 한국GM 최대 수출 효자 차종이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이 수출되기도 했다. 이런 차종 생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양사 모두 지속적으로 생산시설 폐쇄나 철수설에 시달릴 수 있고, 노사 갈등 또한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