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심하지 못한 업체 대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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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심하지 못한 업체 대응이 아쉽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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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40)씨는 지난 달(9월) 말 폭스바겐이 보낸 변속기 결함시정(리콜) 개시 통지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 소유 차는 지난 2015년 구입한 ‘골프’ 1.6 모델.

통지문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골프 1.6 TDI 모델과 2013~2016년 제작된 1.4 TSI 모델이 리콜 대상이다. 모두 자동기어변속 레버 모듈 결함 가능성이 발견됐다. 장시간 사용했을 때 변속레버가 주차(P) 모드로 변경되지 않았는데도 시동키 제거가 가능하고, 운전자가 주차한 것으로 인식해 내렸을 경우 의도치 않은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

김씨가 놀란 것은 차를 구입한 이후 3년 가까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차는 주행 도중에도 변속레버 P모드 오류경고가 계기판 중앙 모니터에 뜨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씨는 “한창 잘 달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경고음과 함께 모니터에 알림이 뜬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달리던 차를 멈춰 세우기도 했는데, 심할 때는 몇 번이나 그럴 때가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동일 현상이 반복되자 김씨는 곧장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점검 결과는 변속기 부품 교체였다. 부품값을 포함한 수리비만 기백만원 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다행히 초기에는 서비스 무상보증 기간이라 비용 들이지 않고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불행히도 문제는 해결되지는 않았다. 불과 1년 만인 지난 4월부터 동일 현상이 또 나타났다. 다시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 ‘변속기 부품 교체’였다. 1년 전과 같은 부품을 갈아야했다. 무상보증 기간이 지나 돈을 내야하는 점만 달랐다. 김씨는 “부품을 갈았는데도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항의했지만 어떤 명쾌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개별 딜러 네트워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답만 되풀이됐다. 화가 난 김씨는 수리를 받지 않은 채 견적서만 받아들고 발길을 돌렸다. 그 뒤로도 문제는 지속 중이다. 이로 인한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김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차를 도로에다 버리고 싶을 지경일 때가 있다”는 하소연했다.

김씨가 겪고 있는 문제가 이번 리콜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는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다만 동일 계통 문제이니, 연관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씨가 문제 삼은 것은 리콜 ‘현상’이 아닌 ‘과정’의 문제였다. 이번에 리콜이 결정됐다면 최소한 적지 않은 시간 전부터 업체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인데, 동일계통 문제인데도 왜 그간 나 몰라라 했냐는 것이다. 김씨는 “하다못해 관련 문제로 조사가 진행 중이니 해결책 나올 때까지 각별히 조심하라거나, 주행 도중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임시 대응책이라도 알려주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최소한 업체에 당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문제를 안으로 숨기고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은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김씨만의 특별 사례는 아니다. 국산차와 수입차 망라해 업체의 소비자 상대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나온다. (업체가)수많은 소비자 반응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쳐도, 매번 이런 일을 전해 듣다보면 아쉬움이 커진다. 소비자가 업체에 세심한 배려를 바라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희망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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