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중고차매매업, 보호냐 재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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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중고차매매업, 보호냐 재편이냐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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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시장에 역대급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태풍이 몰아닥칠 조짐이 보이면서 매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보호 장벽’이 해제된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브랜드들이 사실상 “지금이 시장 진입 적기”라고 판단, 움직임이 감지되자 업계 내외에서 모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자동차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신차 거래량의 두 배를 뛰어 넘으며 자동차업계의 신규 먹거리로 거론돼 왔다. 문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신규 진입에 제약이 많았다는 것.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를 노리는 수입차 브랜드들과 오랜 시간 눈독을 들여왔던 국내 일부 제조사에게 중고차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그 빗장이 풀린 마당에 대기업이 시장 진입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우선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자동차는 공식 선언만 안했을 뿐이지 이미 제조, 판매, 유통망을 갖추고 있고, 자동차금융캐피탈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에서 수익창출을 위한 시동을 걸어 놓은 상태다. 질주를 시작하면 단번에 시정을 석권한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싶어 한다.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든 생계형 적합업종이든 매매업을 위한 보호장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지난달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정부의 법적 책임론을 제기하며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벌어질 경우,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서도 내면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매매업계도 행동에 나섰다. 바로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최대 매매사업자단체 두 곳이 이례적으로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하는 것도 위기감에 대한 반증이다.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대기업과 기존 사업자들이 파열음을 내며 전면전으로 치닫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든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 내달이나 늦으면 연말. 중고차매매업이 앞선 중소기업 적합업종보다 대기업 입장에서 깨기 쉽지 않은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갑옷을 입으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과가 어찌되든 중고차 시장의 향방은 두 가지 갈림길에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생계형으로 지정시 기존 사업자들이 시장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과 미지정시 대기업 진입으로 시장이 확대 재편되며 신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길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정부가 어느 선에서 중고차 시장과 소비자들을 위한 판단을 할지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결정은 시장 전체에 대한 질서를 확립하는 것에 맞춰줘야 한다. 공은 던져졌다. 공이 어디로 튀든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의 신뢰가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아울러 정부의 제도적 보호는 영세사업자라는 ‘동정’의 대상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시장 가치’에 대한 믿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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