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시외·마을버스에 스며든 주 52시간제, 이대로 ‘탄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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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 시외·마을버스에 스며든 주 52시간제, 이대로 ‘탄탄대로?’
  • 안승국 기자 sgahn@gyotongn.com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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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허덕이는 경기시외버스 “특례업종으로 분류해야”
“마을버스 인력난 해소 위해 여성기사 늘려야” 여론 대두

 

[교통신문 안승국 기자] 2018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이 2024시간으로 OECD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이웃나라인 일본에 비해선 1년에 두 달, 독일에는 네 달 이상을 더 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 전 산업 평균 68시간인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며 ‘저녁있는 삶’과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며 실행에 옮겼는데, 이 같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교통 특히, 버스업계는 갑작스런 정책 시행에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준공영제 시행 지역은 사정이 낫지만 시외버스와 마을버스업계에서는 여전히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현재 모습은 어떤지, 돌파구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경기시외버스, 요금인상·운전자 채용 박람회 열어

노선버스업계의 노동환경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결정적인 관건이 되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경기도 시외버스 업계의 사정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버스업계에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준공영제의 전국 시행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경기도의 시외버스 문제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버스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문제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은 300인 이상 버스 업체는 전국에서 모두 31개인데 이 중 22개 업체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인원수로 봐도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버스 기사 4000명 정도가 더 있어야 하는데, 경기도에서만 3800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8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버스기사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해 일손이 모자르고 구인난에 시달리는 도 버스업계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마련한 자리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박람회를 통해 버스운전사의 급여 등 경제적 안정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 환경 개선, 각종 복리후생 혜택 등을 알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박람회 등을 열어 지자체 버스 업체들의 신규 인력 충원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도는 지난 달 4년만에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함과 동시에 시외버스 요금을 400원 올리기도 했다.

앞서 도가 정책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 및 운전자 임금보전을 위해 국토교통부 요청에 따라 시내버스 요금인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시외버스 요금까지 포함돼 인상됐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내놓은 근로환경 개선 정책이 오히려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업계에선 버스 업종을 특례 업종으로 다시 분류해 시외버스에 주 52시간을 도입하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정책을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의 근본 대책이 없다면 인력 충원을 위해 뽑힌 신입 기사들이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경기도는 도시공사 내 교통본부를 출범시키고,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새로운 준공영제인 버스 노선 입찰제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교통본부는 용인, 화성, 안양 등 19개 시군과 노선 입찰제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16개 노선 입찰에 돌입했다.

도 관계자는 “시외버스 사무가 하루빨리 국가사무로 자리 잡아, 공공성을 더 가지고 서비스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경기도가 시행하려는 노선입찰제는 기존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모든 권한, 권리, 재산권을 모두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전국적으론 준공영제를 검토하던 다른 지역들도 경기도의 상황을 지켜보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300인 미만인 업체들은 준공영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준공영제에 대한 사전 준비와 규모의 경제 측면이 있어 제도 적용이 수월하겠지만, 그 미만인 중소기업들은 그런 여지가 부족해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며 “결국 그간 법 개정의 취지같은 것들이 무색해지고, 정부에서 단속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을버스, 침착하고 친절한 여성에 안성맞춤”

“3D업종을 기피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양상에 주 52시간제까지 더해져 인력난에 허덕이는 마을버스 업계에는 여성운전자의 도입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성의 자리로만 여겨졌던 운전자석에 여성이 앉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할 것이 없다”며 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남성보다 섬세한 여성 운전자가 다른 버스업계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고 짧은 노선을 운행하는 마을버스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마을버스 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으로 시내 마을버스에는 총 3480명의 운전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여성 운전기사는 84명으로 2.4%에 불과하다.

지난 7월 조합은 업계 인력난 돌파를 위해 한국여성재단과 ‘경력보유여성 마을버스기사 취업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양 기관은 경력보유여성과 취약계층 여성가장의 마을버스 운송업체 연계를 통한 취업지원 및 사업홍보 등의 업무 추진에 적극 협력한다.

재단에서 취업을 원하는 여성을 모집, 신규 면허 취득부터 지원해 자격을 갖춘 여성에 대해서 조합에서 취업을 알선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한 전문가는 “차분하고 친절한 여성버스기사 채용을 늘려 인력난을 해결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도모하는 방안이 확대돼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버스 기사는 타 업종의 여성 인력에 비해 보수가 많고, 정년이 없어 나이가 많아도 일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지녀 여성이 일하기에 적합하다는 평을 보인다.

하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휴게공간은 대체로 소수인 여성 기사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용 휴게실을 설치하는 등의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는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남성 기사가 많은 업계에서 여성이 일하기는 아직까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업계 전문가는 “휴게 시간과 공간을 보장해 근무여건을 끌어올린다면 마을버스 운전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 지원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합은 마을버스 업체, 한국교통안전공단, 고용노동부와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대문구, 은평구에서 운전자 양성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사업에 운전자를 희망하는 인원은 총 39명이 지원했고, 그중 여성은 2명이었다.

지난 달 자격요건 면접을 통해 여성 1명을 포함한 최종 20명이 선정돼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이달 초 교통안전공단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후 현장실습이 끝나면 채용이 완료돼, 또 한명의 새로운 여성 마을버스 운전자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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