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인터뷰]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고객 이해하는 첫 단추”
상태바
[2019 창간인터뷰]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고객 이해하는 첫 단추”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현 다임러트럭 고객서비스 매니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 2일 찾은 메르세데스-벤츠 상용차 공식 인천 중구 서비스센터((주)한진, 이하 센터). 현장 사무실 한편에서 김종현(45) 고객서비스 매니저가 센터를 찾은 덤프트럭 차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덤프트럭 차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차량에 발생한 문제를 하소연하듯 털어놨다. 한창을 차분히 들은 김 매니저가 환하게 웃으며 설명에 나섰다. “덤프트럭은 워낙 험로주행이 많아 잦은 고장으로 유지 보수할 곳이 많다”며 운을 뗀 김씨는 몇 가지 이상 증세를 묻고는 차주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해 직접 확인에 나섰다. 어떤 수리가 필요한 지 눈으로 확인한 후에는 차주에게 좀 더 효율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덤프트럭 프로모션 가입을 권하기도 했다.

센터가 있는 월미도 인근은 다임러트럭에겐 중요한 요지로 꼽힌다. 북쪽으로는 영종도와 청라, 남쪽으로는 멀리 경기 남부권까지 정비수요를 커버한다. 김씨는 지난 2005년부터 벤츠와 인연을 맺고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처음 한진에 입사했을 때는 항만하역에 쓰이는 크레인 관련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입사 10달 만에 자동차 정비를 맡아 지금에 이르렀다.

김씨 일은 국내 정비업계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무슨 일하는지 설명하기가 꽤나 까다롭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차량에 문제 생긴 차주가 센터를 찾아 불만을 제기했을 때 이를 정리하고 확인해 작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일이다. 고객 상담은 물론, 일부 수리는 작업자를 대신할 때도 있다. 단순 전달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AS 과정에 개입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김씨는 “고객 언어와 AS 현장 언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걸 절충해주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김씨가 있는 센터에는 하루 평균 15~20대 차량이 찾는다. 이를 정비사 11명을 포함해 직원 17명이 상대한다. 15년 경력 김씨가 지금까지 상대한 고객은 1만명에 이른다. 온갖 부류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니 어려운 상황에 한두 번 처해본 게 아니다. 예전에는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피우는 일도 꽤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좋은 기억이 더 많다.

“2년 전 쯤 일이다. 퇴근 시간 가까워졌을 때 다른 곳에서 작업이 안 된다며 찾은 고객이 있었다. 남일 같지 않아 퇴근을 미루고 2시간 넘게 작업해 해결해줬다. 나중에 고맙다며 택배로 음료와 과자를 잔뜩 보내줬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차주에겐 소중한 배려로 느껴졌던 것 같다. 몇 달 후 찾아 음식 모자라지 않았냐고 인사해와 함께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트럭 차주는 차에 대해 아는 지식이 많다. 그래서 그들을 상대하려면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 안 그러면 현장에서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김씨도 나름 부단히 차와 AS에 대해 공부한다. 현장에서 체득한 정보는 이론적으로 검증한다. 15년을 해오다보니 웬만한 전문가 저리가라 수준이다.

김씨는 고객을 대할 때 ‘일단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했다. 고객이 화를 내더라도 일단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개 억울하거나 힘든 것을 털어놓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종종 사람들에게 내 귀는 2.5개라고 말한다. 고객 소리를 듣는 귀가 조금 더 있다는 뜻이다. 후배들에게도 늘 이론으로 배우려고만 들지 말고 현장에서 하나라도 더 듣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물어볼 수 있어서다.”

김씨는 트럭 차주가 ‘저 친구 찾아가길 잘했다’며 칭찬해주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더욱 진중히 고객 입장을 듣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다.

“트럭 수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생계와 연관돼 있는 트럭 차주에겐 예민한 문제다. 그만큼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현직에 있는 동안 고객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듣고 합리적으로 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