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기획] 보호장벽 해제된 중고차 시장, 중소사업자 vs 대기업 승부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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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기획] 보호장벽 해제된 중고차 시장, 중소사업자 vs 대기업 승부 ‘초읽기’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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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로 판가름 날 듯
“지금이 기회” 국내 완성차·수입차, 틈새전략 집중
“시장 정상화” “생존권 위협”…"소비자 권익 최우선"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매매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보호냐 재편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의 시장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수입차 브랜드들이 집단으로 매매업의 생계형 지정에 반기를 들면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 변수로 자동차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중고차매매업이 자동차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연말로 예정돼 있는 중고차매매업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결과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각변동 기로에 선 시장…우려와 기대 ‘혼재’

중고차 매매업계가 우려하던 일이 가시화되고 있다. 장애물로 여겨지던 중고차 판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 일몰로 ‘제도의 공백’이 생기면서 시장 진입이 용이해진 대기업이 눈앞에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의 경우 영세 소상공인 비중이 95%대에 달하고 있다. 수수료 외에 각종 비용 등을 빼면 딜러들의 연수입은 1816만원 정도. 사실상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고차매매업 종사자 수는 3만746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업계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에 중고차매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조짐이 가시화하자 중고차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특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진입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양사 차량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매물의 절반 이상을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업계는 강력한 판매 영업망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바로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업계의 반발에는 완성차 제조사가 중고차 유통 시장까지 장악하면 판매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시에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생산에서 판매, 유통까지 전 과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적 확장 전략을 펴면 중소 매매업체의 줄도산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도권을 확보한 대기업이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신차와 중고차 가격은 관계가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강조했다.

매매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관리 플랫폼을 구축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플랫폼을 통해 차량의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이 수집한 중고차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여러 현대차 계열사가 중고차 관련 생애주기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자동차금융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시장 공략 강화 움직임도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는 원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자동차관리용 앱 '플카'를 선보이며 사업 확대를 구체화했다. 플카는 현재 중고차 매매 플랫폼으로 성장 중으로, 실적이 우수한 중고차 매매 상사를 인증 안심 매매 상사로 지정 관리하며 판매 신뢰도를 쌓고 있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이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 인증중고차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고차 매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고 “정부가 중고차매매업을 적합업종에 지정, 대기업 진출을 규제하면 국제 통상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입차가 자사의 브랜드 외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거나 영역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차업계의 주장에는 인증중고차 사업이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외연을 확대하고 싶은 전략이 숨어 있다.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사업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고 현상 유지 정도에서 궤도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 먹거리 ‘중고차’…업계는 ‘생계형’ 낙관

국내 경기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을 노리는데 이유가 됐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신차보다 중고차를 사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보는 것이다. 인증 중고차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 판매는 수입차 업체가 직접 검증하는 덕분에 지속 증가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 중요 수입원으로 거듭났기에 이제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매매업계가 대기업의 진출 저지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촉구 외에 선택지는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천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것”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좌절되면 대기업과 자율적인 상생협약을 맺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로선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연장의 기억이 있는 만큼 정부가 갑작스레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고 본다”면서도 “대기업의 진출을 제재를 법적으로 강화하고 중소사업자 위주의 시장 정상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차 시장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것은 중고차 시장 판매 및 매출 규모가 신차 시장을 앞지르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차 내수 판매는 2016년 160만대 이후 2017년 156만대, 2018년 155만대로 2년 연속 감소 중이다. 반면 중고차 판매 규모는 연간 350만대가 넘으면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로만 따지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건수는 377만107건으로, 신차 거래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나 인수·확장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 2월 중고자동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중기부와 동반위가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5년간 대기업의 이 분야 진출 또는 사업 확대가 금지된다. 대기업 등이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동반위는 실태 조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 말께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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